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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Apr 26. 2023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

영화 <작은 아씨들> 2019년

<작은 아씨들>(1994), <작은 아씨들>(1949), <작은 아씨들>(1933)     

영화 <작은 아씨들>(2019)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음악상, 의상상 총 6개 주요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제7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도 여우주연상 및 음악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영화 <작은 아씨들>은 1868년 출간되어 현재까지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 ‘작은 아씨들’을 원작으로 영화로도 많이 제작되었다. 

     

배우가 되고 싶은 첫째 메그(엠마 왓슨)

작가가 되고 싶은 둘째 조(시얼샤 로넌)

음악가가 되고 싶은 셋째 베스(엘리자 스캔런)

화가가 되고 싶은 막내 에이미(플로렌스 퓨)   

  

[1]

세상 물정 모르는 마치 부부는 이렇게 말했을 뿐이다.

“재산을 아무리 많이 줘도 우리 딸들을 포기할 수는 없어. 우리는 돈이 많든 적든 다 같이 살며 서로에게서 행복을 발견할 거야.”

노부인은 한동안 마치 부부와 말도 섞지 않으려 했지만 친구 집에서 조를 우연히 보았고, 우스꽝스러운 얼굴과 솔직한 태도가 웬지 마음에 들어서 말동무로 삼겠다고 제안했다. 조는 이 일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더 괜찮은 일이 없었기 때문에 제안을 받아들였고, 성미 급한 대고모와 아주 잘 지내는 것을 보고 모두가 놀라워했다. 가끔은 태풍이 몰아쳤는데, 한 번은 조가 집으로 성큼성큼 돌아와서 더 이상 못 참겠다고 선언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마치 대고모는 늘 금방 기분이 풀려서 황급하게 사람을 보내 조를 불렀기 때문에 조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후추처럼 성미가 불같은 대고모를 속으로는 어느 정도 좋아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조가 정말로 끌린 대상은 마치 씨가 세상을 떠난 후 먼지와 거미들이 차지하게 된, 좋은 책으로 가득한 커다란 서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P70-71)     

“옛날 옛적에 여자아이 네 명이 살았는데,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입을 것도 충분했어. 위안거리도 재미있는 일도 아주 많고, 착한 친구들과 부모님이 계셨어. 부모님은 아이들을 지극히 사랑했지만 그 애들은 만족하지 못했단다.” (이 부분에서 자매들이 서로 슬쩍 눈을 맞추더니 부지런히 바느질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착하게 살고 싶어서 대단한 결심을 수도 없이 많이 했어. 하지만 자기가 가진 게 얼마나 많은 지, 재미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잊고서 늘 <이것만 있으면 좋겠다>, <저것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면서 결심을 잘 지키지 못했지. 그래서 어느 나이 많은 여자에게 행복해지려면 어떤 주문이 필요한지 물어봤어. 그랬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단다. <불만이 생기면 너희들이 가진 축복을 생각해 보고 감사하렴>” (조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처럼 얼른 고개를 들었지만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깨닫고 가만히 있었다.)

“그 아이들은 현명했기 때문에 조언을 따라 보기로 했고, 곧 자기들이 얼마나 잘살고 있는지 깨닫고 깜짝 놀랐단다. 한 명은 아무리 많은 돈도 부자의 집에서 수치와 슬픔을 쫓아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한 명은 짜증 많고 몸이 약해서 좋은 것이 있어도 즐기지 못하는 노부인보다 가난하지만 젊고 건강하고 생기 넘치는 자신이 훨씬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지. 또 한 명은 점심 식사 준비를 돕는 건 귀찮지만 점심거리를 구걸하러 다니는 게 더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고, 마지막 한 명은 홍옥수 반지보다 바른 품행이 귀중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그래서 네 명의 소녀는 더 이상 불평하지 않고, 이미 가지고 있는 축복을 즐기면서 축복이 늘어나기는커녕 완전히 빼앗기지 않도록 그 축복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단다. 그 아이들은 나이 많은 여자의 충고를 받아들인 이후 절대 실망하거나 후회하지 않았대.”

“엄마, 우리가 했던 얘기를 다시 들려주면서 얘기를 덧붙이는 게 아니라 설교를 하다니 너무해요.” 메그가 외쳤다.      (P82-83)     

“메그 언니가 부자랑 결혼하기를 바라신 적은 없어요?” 마지막 말을 하ᅟ근 어머니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기 때문에 조가 이렇게 물었다.

“조, 돈은 유익하고 좋은 것이란다. 난 우리 딸들이 돈이 너무 많이 부족한 것도 싫고, 돈에 너무 유혹당하는 것도 싫어. 나는 존이 좋은 회사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았는지 확인하고 싶어. 빚을 지지 않고 메그가 편하게 살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이 있는지 말이야. 우리 딸들이 대단한 부나 근사한 지위, 커다란 명성을 갖기를 바라지는 않는단다. 사랑과 미덕에 지위와 돈이 따라온다면 감사히 받아들이고 너희들의 행운을 기뻐할 거야. 하지만 난 겪어 봐서 알아. 일을 해서 일용할 양식을 버는 작고 소박한 집에서도 진정한 행복을 누릴수 있고, 부족하면 몇 안 되는 즐거움이 더욱 달콤해진단다. 난 메그가 검소하게 시작해도 만족할 거야. 내가 잘못 안 게 아니라면, 메그는 착한 남자의 마음을 가진 부자일 테니까. 그게 큰 재산보다 낫단다.”     (P350-351)  

   

이 단조로운 세상에서 가끔 일어나는 재미있는 동화 같은 일들은 얼마나 큰 위안인지. 모두가 너무 행복해서 딱 한 방울의 행복밖에 더 담지 못하겠다고 말하고 나서 30분 뒤, 그 마지막 한 방울이 왔다. 로리가 응접실 문을 열고 아주 조용히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억눌린 흥분으로 가득해서 재주를 넘고 인디언처럼 함성을 지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기쁨을 전혀 감추지 못했기 때문에 로리가 이상하고 숨찬 목소리로 <마치가에 크리스마스 선물이 하나 더 왔습니다>라고 말했을 뿐인데도 모두 벌떡 일어났다.   (P377)         

[2]

“이제 그 소설을 양철 조리대에 다시 넣고 곰팡이가 피도록 뒀다가 자비 출판을 하든지, 사는 사람의 구미에 맞게 조각낸 다음 받을 수 있는 돈을 받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돼요. 가족들 사이에서의 명성도 좋지만 현금이 더 유용하니까. 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어요.” 조가 가족회의를 소집해서 말했다.

“조, 네 작품을 망치지 말려무나. 그 소설에는 네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이 들어 있고, 아이디어를 잘 발전시켰어. 작품이 무르익도록 기다리는 게 좋겠다.” 아버지는 이렇게 충고했다. 그는 본인 말을 실천하여 자신의 열매가 무르익도록 30년을 끈질기게 기다렸고, 과실이 달콤하고 말랑하게 익은 지금도 서둘러 수확하려 하지 않았다. 

“내 생각에는 기다리는 것보다 시험해 보는 것이 조에게 더 좋을 것 같아.” 마치 부인이 말했다. “이런 일은 비평이 제일 좋은 시험이지. 생각지도 못한 장점과 단점을 가르쳐 줄거고, 다음에는 더 잘하도록 도움이 될 테니까. 우리는 너무 편파적이지만 외부인의 찬사와 비난은 유용할 거야. 돈을 조금밖에 못 받더라도 말이야.”

“네.” 조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바로 그거예요. 저는 이 소설을 너무 오랫동안 써서 이제는 좋은지, 나쁜지, 이도 저도 아닌지, 진짜 모르겠어요. 냉정하고 공정한 사람들이 제 소설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 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나라면 한 단어도 안 뺄래. 그러면 소설을 다 망칠 거야. 이야기의 재미는 사람들의 행동보다 마음에 있잖아. 설명을 다 빼버리면 뒤죽박죽이 될 거야.” 이 책이 사상 최고의 소설이라고 굳게 믿는 메그가 말했다. 

“하지만 앨런 씨는 <설명을 빼고 소설을 간략하고 극적으로 고치되, 인물이 이야기를 하게 만들라>고 했어.” 조가 출판업자의 편지를 보면서 끼어들어 말했다.    (P63-64)    

 

“키츠 같은 천재가 아니라고 해서 죽는 것도 아니잖아.” 조가 강인하게 말했다. “그리고 참 웃기기도 했어. 실제 삶에서 그대로 가져온 부분은 불가능하고 부조리하다고 비난을 받고, 내가 멍청한 머리로 만들어 낸 장면은 <매력적일 만큼 자연스럽고 섬세하고 진실하다>라는 말을 들었으니까. 그걸 위안으로 삼아야겠다. 준비가 되면 다시 일어나서 시도해야겠어.”   (P67)     

메그는 가난하기 때문에 남편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가난이 지금의 존이라는 남자를 만들고, 그에게 싸우며 자신의 길을 찾아 나갈 힘과 용기를 주고, 그가 사랑하는 이들의 자연스러운 갈망과 단점까지 견디고 위로할 다정한 인내심을 준 것 같았기 때문이다.    (P87)    

 

“그래요. 그렇게 멀리해야 합니다. 착한 아가씨가 그런 걸 보면 안 되죠. 그런 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조카들에게 이런 쓰레기를 주느니 차라리 화약을 갖고 놀게 할 겁니다.”

“전부 나쁜 건 아닐지도 몰라요. 그저 어리석은 거죠. 이런 이야기에 대한 수요가 있다면 그걸 공급하는 게 왜 잘못인지 모르겠어요. 선정 소설이라는 것을 써서 정직하게 생계를 꾸리는 존경할 만한 사람도 많아요.” 조가 이렇게 말하면서 주름을 어찌나 열심히 잡았는지, 바늘이 지나간 자국을 따라 작은 구멍이 숭숭 뚫렸다.

“위스키에 대한 수요도 있지만 당신도 나도 그걸 팔 생각은 없잖아요. 그 존경할 만한 사람들이 자기가 무슨 해악을 끼치는지 알면 자신의 생계 수단이 정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그 사람들은 사탕에 독을 넣어서 어린아이에게 먹일 권리가 없어요. 아뇨. 그 사람들도 생각을 좀 하고, 이런 일을 하느니 거리의 흙이나 쓸어야 해요.”

바에르 씨가 따뜻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 다음, 손에 든 신문을 구기며 난롯가로 걸어갔다. 조는 가만히 앉아 있었지만 곧 불길이 그녀를 덮치러 온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P206-207)     

“그러면 인생을 낭비했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되겠다. 난 언니가 쓴 것만큼 대단하지는 않지만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했어. 이제 너무 늦어서 더 잘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 나를 이렇게나 사랑하고 나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다니 무척 위로가 돼.”

“난 세상 누구보다 널 사랑하고 너에게 도움을 받았어. 베스, 널 보내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너를 잃는 게 아니라고, 네가 내게 더 큰 존재가 될 거라고, 겉으로 어떻게 보이든 죽음은 절대 우리를 갈라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

“난 알아, 죽음은 우릴 갈라놓을 수 없어. 난 이제 죽음이 두렵지 않아. 난 여전히 언니의 베스일 거고, 그 어느 때보다 언니를 사랑하고 도울 거니까. 조 언니, 내가 떠나고 나면 언니가 나를 대신해서 부모님에게 모든 것이 되어 드려야 해. 부모님은 언니한테 의지하실 테니까 실망시키면 안 돼. 혼자서 너무 힘들면 내가 언니를 잊지 않는다는 걸, 부모님께 의지가 되는 것이 멋진 책을 쓰거나 전 세계를 다니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는 걸 기억해.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날 때 가지고 갈 수 있는 건 사랑밖에 없고, 사랑이 마지막을 더 쉽게 만들어 주거든.”

“노력할게, 베스.” 조는 바로 그 자리에서 오랜 야망을 포기했고, 다른 욕망의 보잘것없음을 인정하며 불멸의 사랑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느끼면서 새롭고 더 나은 야망을 이루기로 맹세했다.     (P311-312)     

“어떤 삶이든 비는 약간 내리고

몇몇 날들은 어둡고 슬프고 쓸쓸해야 한다.” -헨리 롱펠로의 시 <비오는 날>의 마지막 구절  (P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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