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밀밭의 반항아> 2017년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는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를 그렸다. 뉴욕 대학에서 쫓겨나고 방황하던 제롬 데이빗 샐린저(니콜라스 홀트)는 단편소설 작가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극작가 유진 오닐의 딸이 우나 오닐(조이 도이치)의 아름다운 외모에 반해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엘리아 카잔( Elia Kazan) 감독이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영화화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이때 샐린저는 "홀든이 싫어할까 봐 싫다."라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한다. 숀 코너리 주연으로 한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Finding Forrester)>는 이렇게 은거하던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를 모티브로 삼았다. 음모론을 다룬 멜 깁슨 주연의 영화 <컨스피러시>에서는 주인공이 불안할 때마다 이 책(‘호밀밭의 파수꾼’)을 구매하는 장면이 나온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존 레논의 암살범, 마크 채프먼(Mark Chapman)이 체포 직전 읽고 있던 책으로 유명하다.
펜시에서 나는 새로 지은 기숙사의 오센버거관에서 살고 있었다. 그곳은 오직 3학년과 4학년들만이 지내는 곳이었다. 난 3학년이고, 내 룸메이트는 4학년이다. 이 기숙사는 오센버거라는 졸업생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펜시를 졸업한 뒤로 장의사 일을 해서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이다. 어떻게 했는가 하면, 가족 중 한 사람이 죽을 때마다 5달러씩 받고 매장해 주는 장의사를 전국에 열었던 것이다. 도대체 오센버거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시체를 자루에 싸서 강에다가 그냥 던져버렸는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펜시에 거액의 돈을 기부했고, 학교에서는 기숙사에 그의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 해 학교에서 첫 번째 축구 경기가 열렸을 때 오센버거는 죽여주는 캐딜락을 타고 학교로 왔다. 그래서 우리는 관람석에서 모두 일어나 열렬한 환호와 박수 갈채를 보내야만 했다. 그 다음 날 아침, 예배당에서 그가 연설을 했다. 열 시간도 넘었을걸. 그는 오십 가지도 넘는 진부하기 짝이 없는 농담에서부터 시작하여, 자기가 얼마나 바람직한 사람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애를 썼다. 정말 가관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자신이 절대로 남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으며, 어떤 일이 있거나,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한다고 말했다. 오센버거는 우리가 어느곳에 있든지 하나님께 언제나 기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예수님을 친구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은 언제나 예수님에게 이야기를 하는데, 운전할 때조차 그렇다고 말했다.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지금 내 눈앞에는 일단 기어를 넣으면서 예수님께 좀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엄청난 사기꾼이 서 있는 것이다. 그가 연설을 하고 있는 동안 괜찮았던 일이 딱 한가지 있었다. 그가 우리에게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를 이야기하면서, 잘난 척을 실컷 하고 있을 때, 난데없이 내 앞에 서 있던 에드가 마살라가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방귀를 뀌었던 것이다. 예배당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알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소리였다. 하지만 정말 유쾌한 일이기도 했다. 마살라 녀석! 그 친구의 방귀는 예배당 지붕이 날아갈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무도 감히 크게 웃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오센버거는 애써 못 들은 척하고 있었지만, 연단에서 그의 오른쪽에 앉아 있던 서머 교장은 그 소리를 들은 것이 분명했다. 교장은 굉장히 화기 난 것처럼 보였다. 그 순간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다음날 밤 교장은 우리를 모아놓고 강제로 자습을 시키면서 한바탕 설교를 늘어놓았다. 교장은 예배당 안에서 그와 같이 불경스러운 짓을 한 학생은 펜시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우린 교장이 설교하는 동안 마살라에게 한번 더 터뜨려보라고 부추겼지만, 그는 그렇게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어쨌든 내가 펜시에서 살고 있었던 곳은 그런 장소였다. 새로 지은 기숙사의 오센버거관. (P29-31)
박물관에서 가장 좋은 건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제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누구도 자기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십만 번을 보더라도 에스키모는 여전히 물고기 두 마리를 낚은 채 계속 낚시를 하고 있을 것이고 새는 여전히 남쪽으로 날아가고 있을 것이다.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유일하게 달라지는 게 있다면 우리들일 것이다. 그저 우리는 늘 변해간다. (P164)
어떤 것들은 계속 그 자리에 두어야만 한다. 저렇게 유리 진열장 속에 가만히 넣어두어야만 한다.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잘 알고는 있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P165)
“그건 그렇다치고,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고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P230)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인생의 어느 순간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환경이 줄 수 없는 어떤 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네가 그런 경우에 속하는 거지.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찾을 수 없다고 그냥 생각해 버리는 거야. 그리고는 단념하지. 실제로 찾으려는 노력도 해보지 않고, 그냥 단념해 버리는 거야.” (P247-248)
난 올라갈 때와는 다른 계단으로 내려갔는데. 그곳 벽에서도 ‘이런 씹할’이라는 낙서가 있었다. 다시 손으로 문질러 지워버리려고 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칼 같은 거로 새겨져 있어서 지울 수가 없었다. 하긴 쓸데없는 일이기는 했다. 백만 년을 걸려서 다 지우고 다닌다고 하더라도 전 지구상에 쓰여 있는 <이런 씹할>이라는 낙서의 절반도 지우지 못할 테니까. 그걸 전부 지운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말이다. (P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