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긴 이별The Long Goodbye> 1973년
20세기 중반 미국의 추리 소설가로,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대표적인 작가로 손꼽힌다. 그의 작품은 캘리포니아와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하며, 주로 사립 탐정 필립 말로(Philip Marlowe)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로 유명하다. 대실 해밋의 샘 스페이드(Sam Spade)와 함께 하드보일드 소설의 전형을 제시했다. 아서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를 창조했다면 이 남자는 필립 말로를 만들어냈다. 1944년, 제임스 M. 케인의 <이중배상>(Double Indemnity)을 빌리 와일더 감독과 공동으로 각색하였다. 그 자신이 만든 영화 대본으로는 <블루 달리아>(The Blue Dahlia, 1946년)가 있다. 또한 앨프리드 히치콕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원작)의 극본 작업에 일원으로 참여하였다.
기나긴 이별(The Long Goodbye) - 1953, 에드거상 수상작. ‘빅 슬립’과 함께 시리즈를 대표하는 걸작. 1973년 로버트 알트먼에 의해 영화화되어 네오 느와르 영화 걸작으로 꼽힌다.
“나는 부자요. 돈이 이렇게 많은데 행복까지 바랄 수 있겠습니까?”
그의 목소리에는 내게는 처음 느껴지는 씁쓸함이 섞여 있었다. (P33)
“나한테는 가정생활이란 없어.”
우리는 또 김릿을 마시고 있었다. 술집은 거의 손님이 없었다. 평소처럼 술꾼 몇몇만이 술기운이 오르기 시작하는 얼굴로 띄엄띄엄 앉아 있었다. 첫 잔을 느긋이 음미하면서 뭔가 뒤집어엎지 않도록 조심하는 그런 손님들이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내가 알아야 하는 얘긴가?”
“제작비는 어마어마하게 들었는데, 내용은 없는 얘기지. 영화 촬영장에서 흔히 하는 말처럼, 실비아는 충분히 행복하게 지내는 것 같지만 나까지 반드시 그러라는 법은 없잖나. 우리 부류 사이에서 그런 것은 별로 중요치 않네. 일하지 않아도 되고 돈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면 할 일은 얼마든지 있거든. 진짜 재미란 것은 없지만 부자들은 그걸 모르지. 재미있는 일이라고는 해 본 적도 없으니까. 부자들은 남의 아내 빼고는 절실히 갖고 싶어하는 것도 없지만 그런 욕망도 배관공의 아내가 거실에 달 새 커튼을 갖고 싶어하는 것에 비하면 아주 미약하기 그지없다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가 계속 말하도록 놔두었다.
“나는 그냥 시간이나 죽이고 있어.” (P36-37)
“알코올은 사랑과 같은 거야. 첫 키스는 마법 같고 두 번째는 친밀감을 주지만 세 번째는 지겨워지거든. 그 다음에는 그저 여자의 옷을 벗기는 거지.”
“사랑이 그렇게 형편없는 건가?” 나는 물었다.
“격조 높은 흥분을 자아내긴 하지만 불순한 감정이지. 미학적 관점에서 그렇다는 거야. 나는 섹스를 비웃는 것은 아니네. 필수적이기도 하고, 추하게 볼 필요도 없는 것이지. 그렇지만 항상 잘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어. 섹스를 매혹적인 대상으로 유지하기란 십억 달러짜리 산업에서 일 센트까지 맞아떨어지도록 하는 것과 마찬가지지.” (P41)
감옥에서는 인간의 개성이 없어진다. 인간은 처리해버려야 할 사소한 문제로 전락하여 보고서의 몇 가지 항목을 기입하는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누가 그 사람을 사랑하고 미워했는지,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일생 동안 무엇을 했는지는 아무도 상관 않는다. 말썽을 피우지 않는 한 아무도 그 사람의 말에 반응하지 않는다. 못살게 구는 사람도 없다. 그 사람에게 바라는 일이라고는 맞는 감방을 찾아 들어가 얌전히 있는 것뿐이다. (P88)
“좋게 말하자면 그렇소. 그게 사실이면 좋겠지만. 그렇지만 지금 시간낭비 하고 있는 거요. 깨알만큼의 상식이라도 있었다면 경찰에게 레녹스를 일주일 간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어야 했소. 꼭 진실을 말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진실이야 항상 선서를 하고 난 다음에 말해도 되오. 어떤 법에서도 경찰에게 거짓을 말하는 걸 금지하지는 않소. 경찰들도 기대를 하고 있지. 그 친구들은 당신이 말을 안 하는 것보다는 거짓말이라도 해주는 편이 더 기분이 좋을 거요. 말을 안 하는 건 경찰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니까. 그걸로 얻는 게 뭐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정말로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는 일어나서 모자를 집고 담뱃갑을 딱 닫은 뒤 주머니에 넣었다.
“꼭 이렇게 소동을 만들어야겠나?”
그는 차갑게 말했다.
“권리를 주장하고, 법을 따져 가며 말이야. 사람이 얼마만큼 순진해야 이럴 수 있나, 말로? 앞가림을 잘 할 법한 당신 같은 사람이. 법은 정의가 아니오. 아주 불완전한 매커니즘이지. 정확히 맞는 단추를 누르거나 운이 좋다면 대답으로 정의가 나타날 수도 있소. 하지만 모든 법이 의도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목적에 이르는 절차일 뿐이지. 아무래도 도움을 받을 기분이 아닌가 보군. 그러니 나는 물러가겠소. 마음이 바뀌면 연락하시오.” (P95-96)
저널 지의 로니 모건이 평한 대로, 아주 편리하게 되어버렸다. 테리 레녹스가 아내를 죽였다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 그를 재판할 필요도 없어졌고 온갖 불유쾌한 점들을 들출 필요도 없어졌다. 그가 아내를 죽이지 않았다면 그것 역시 좋았다. 죽은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죄를 뒤집어씌우기에 적당한 사람이다. 결코 대꾸하지 않으니. (P120)
그렇게 하여 사립 탐정의 하루가 지나갔다. 정확히 전형적인 날은 아니었지만 아주 특별한 날도 아니었다. 한 남자가 이 일을 그만두지 않고 버티는 이유를 아무도 알 수 없다. 부자가 될 수도 없고, 대부분 재미도 별로 없다. 때로는 얻어터지거나 총을 맞거나 감옥에 던져지기도 한다. 아주 가끔은 죽을 수도 있다. 두 달마다 한 번씩, 이 일을 그만두고 아직 머리가 흔들리지 않고 걸어다닐 수 있을 때 번듯한 다른 직업을 찾아보기로 결심한다. 그러면 문에서 버저가 울리고 대기실로 향하는 안쪽 문을 열면 새로운 얼굴이 등장하여 새로운 문제와 새로운 슬픔, 약간의 돈을 안고 들어온다. (P264-265)
“물론 테리가 딸애를 죽였소. 무슨 의도로 그랬는지는 다른 문제지. 이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 나는 공적인 인물이 아니고, 그렇게 될 마음도 없어. 나는 어떤 종류의 유명세도 피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지. 난 영향력이 있지만, 그걸 남용하지는 않으니까. 로스앤젤레스 지방검사는 야심만만한 사람이라 순간의 평판 때문에 자기 경력을 망가뜨리지 않을 만큼 분별이 있지..... 당신 눈이 번득이는 군, 말로. 그런 눈길은 거두시지. 우리는 민주주의라고 불리는 사회, 다수결에 의해서 지배되는 사회에 살고 있소. 제대로 돌아가기만 하면 민주주의란 상당히 이상적이지. 대중이 선출하지만 후보는 정당이 공천하는 거야. 효율적인 정당이 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지. 누군가 그 돈을 기부하지. 그리고 그 누군가는, 그게 개인이건 기업이건 노조건 간에, 대가로 뭔가를 해주길 기대한다고. 나와 같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사생활을 보호받으면서 점잖게 사는 거요. 나는 신문사를 소유하고 있지만 신문을 좋아하진 않아. 난 신문은 우리에게 남아 있는 사생활을 끊임없이 침해한다고 보는 편이오. 끊임없이 언론의 자유를 달라고 울어대는 것은 몇 가지 명예로운 경우만 제외하고는 스캔들이나, 범죄, 섹스, 선정주의, 증오, 빈정대는 말, 그리고 정치적, 경제적 선동을 싸구려로 팔아넘길 수 있는 자유를 달라는 말이나 다름없지. 신문은 광고 수입으로 우리에게 돈을 벌어다주는 사업일 뿐이오. 광고 수입은 판매부수에 기초를 두고 있고. 판매부수가 뭐에 달려 있는지는 당신도 알겠지.”
나는 일어서서 의자 뒤로 돌아갔다. 그는 냉정하고도 주의깊게 나의 눈을 쫓았다. 약간의 운이 필요했다. 아니, 운이 차 한 대분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알았습니다, 포터 씨. 여기서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거죠?”
그는 내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자기 생각에 빠져 있었다.
“돈에는 특이한 점이 하나 있어.”
그는 말을 이었다.
“돈이란 몸집이 불어나면 자기 나름대로의 생명력을 지니고 자기 나름대로의 양심까지 얻게 되지. 돈의 힘이라는 것은 매우 통제하기 어려워. 인간은 언제나 돈에 좌지우지되는 동물이오. 인구가 성장하고, 전쟁에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고, 세금징수율이 높아지면 끊임없이 압박이 들어오고, 이런 일들 때문에 인간은 점점 더 돈에 좌지우지되는 거요. 평균적인 인간이라면 지치고, 두려워하게 되고, 지치고 두려움에 빠진 인간은 이상을 지탱할 여유를 잃게 되지.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니까. 우리 시대는 공적, 사적인 도덕률이 충격적인 속도로 바닥에 떨어지고 있소. 자기 인생의 품질이 결핍되어 버린 사람들에게 좋은 품질을 기대할 수는 없는 거요. 대량생산에서는 품질을 따질 수가 없지. 품질이 뛰어난 제품은 너무 오래 쓰지 사람들은 싫증을 내고. 따라서 겉으로만 그럴싸해 보이는 것을 찾게 되지만, 그런 물건들은 금방 쇠퇴하도록 인공적으로 생산된 상업적 속임수지. 이번 해에 팔렸던 것이 그 다음 해에는 유행에 뒤떨어지도록 보이게 하지 않으면, 매년 대량생산품을 팔아치울 수가 없어.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하얀 부엌과 가장 빛나는 욕실을 갖춰놓고 살지. 하지만 이 멋진 하얀 부엌에서 보통 미국 주부들은 먹을 만한 음식을 만들 수 없고, 이 아름답게 빛나는 욕실은 탈취제, 지사체, 수면제, 그리고 비밀스러운 단체들이 화장품이라고 하는 물품들로 채워진 창고가 되어버리오.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포장 기술을 갖고 있다오. 말로 씨.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대부분 쓰레기요.” (P378-379)
“대략 삼분의 이 정도 썼지. 가치 있는 부분만 말하자면, 눈곱만큼도 안 돼. 작가가 손을 씻어야 할 때를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아나?”
“작가에 대해서 아는 건 하나도 없는데.” 나는 파이프를 채웠다.
“영감을 불러 일으키려고 옛날 작품을 읽기 시작하는 때지. 그럼 결정적이야. 여기 타자 용지로 오백 페이지를 써놨네. 아마 십만 단어는 넘게 썼을 거야. 내 책은 길어. 대중은 긴 책을 좋아하지. 바보같은 대중은 페이지수가 많으면 황금처럼 좋은 내용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 나는 이걸 다시 읽을 엄두도 안 나네. 그리고 그 내용이 뭐였는지 반도 기억이 안 나고. 그냥 내가 쓴 책을 쳐다보는 것도 두려워.” (P402)
나는 그를 그 상태로 내버려두었다. 손목은 아직 따뜻했지만 그가 죽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뭔가 유서나 쪽지가 없나 둘러보았다. 책상 위에 놓인 원고 더미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죽는 사람들이 항상 유서를 남기는 것은 아니다. 받침대 위에 놓인 타자기는 덮개가 씌워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안에도 유서는 없었다. 그것 말고는 모든 게 충분히 자연스럽게 보였다. 자살자들은 나름대로 준비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어떤 사람들은 샴페인을 곁들이 고상한 식사를 한 후에, 어떤 사람들은 야회복을 입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옷을 벗기도 한다. 사람들은 벽 꼭대기 위에서, 도랑 속에서, 욕실에서, 물 속에서, 물 위에서, 수면에서 자살을 한다. 헛간에서 목을 매는 사람도 있고, 차고에서 가스로 죽는 사람도 있다. 이번 경우는 간단해 보였다. 총소리는 못 들었지만, 내가 서프보드를 타는 남자가 회전을 하는 것을 보러 호수로 내려간 사이에 저질러졌을 것이다. 그때는 엄청나게 시끄러웠으니까. 그게 왜 로저 웨이드에게 중요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우연히 마지막 충동이 스피트보트가 오던 각과 맞아떨어졌던 것일 수도 있다. 이 설명은 마음에 안 들었지만, 아무도 내가 좋아하건 말건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P422)
아무 느낌도 없다는 말은 정확히 맞았다. 나는 별들 사이의 공간처럼 텅 비었고 공허했다. 집에 도착하자 나는 독한 술을 섞어서는 거실의 열린 창가에 서서 한 모금씩 마시며 로렐캐년 대로 위에서 차들이 흘러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대로가 끝나 있는 곳에서 이어지는 언덕 너머에 걸려있는 성난 대도시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서 밴싱시의 울음 같은 경찰차나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높아졌다 사라졌으나 완전히 긴 적막 속으로 빠져들지는 않았다. 하루에 24시간, 누군가는 도망가고 누군가는 잡기 위해 노력한다. 저 바깥, 천 가지의 범죄가 일어나는 밤에 사람들은 죽어가고 폭행을 당하며, 날아오는 유리에 베이고, 운전대에 부딪히거나 무거운 타이어 밑에 깔린다. 사람들은 얻어맞고, 강도를 만나고, 목이 졸리고, 강간당하고, 살해당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굶주리고 병에 걸리며 지루해지고, 외로움이나 복수심, 공포 때문에 절망적이 되고 분노하기도 하고 잔인해지기도 하며 열에 들뜨고 몸을 흔들며 흐느끼기도 한다. 다른 도시보다 더 나쁠 것도 없는 도시, 부유하고 활기차고 자부심으로 가득 찬 도시, 잃어버리고 얻어맞고 공허함으로 가득찬 도시.
모든 것이 다 어느 자리에 앉아 있는지, 개인이 따놓은 점수가 얼마나 되는지에 달려 있다. 나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니 신경쓸 것도 없었다.
나는 술을 다 마셔버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P452)
“경찰을 불러야 합니다. 그게 바로 법이라는 겁니다.”
“그런 일은 할 필요가 없어요. 우린 현재 파리 한 마리 때려 잡을 만한 증거도 없습니다. 경찰 스스로 온갖 자질구레한 일을 처리하도록 놔둬요. 법률가들이 해결하도록 놔두고, 법은 판사라고 하는 법률가들 앞에서 또 다른 법률가들이 토막내기 위해, 다른 판사들이 첫 번째 판결이 틀렸다고 말하기 위해, 대법원에서는 두 번째 판결이 틀렸다고 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런 것이 법입니다. 우린 그런 것에 목까지 푹 파묻혀 있어요. 법이 하는 일이라곤 변호사들에게 일거리를 만들어주는 것뿐이에요. 변호사들이 법률 조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면, 거물급 깡패들이 어떻게 그렇게 오래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까?”
스펜서는 화가 나서 말했다.
“그런 것과는 아무 상관도 없어요. 한 남자가 이 집에서 살해 당했소. 그 사람은 어쩌다 보니 작가였고, 대단히 성공한 중요한 인물이었지만 그것과도 상관없어요. 그 사람은 인간이고 당신과 나는 누가 그 사람을 죽였는지 알아요. 그런 건 정의라고 하는 거요.” (P522)
나는 처음으로 아일린 웨이드를 봤던 때와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를 떠올렸다. 그렇지만, 그 후에는 그녀 안의 무엇인가를 그려낼 수가 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현실의 인간처럼 보이지 않는다. 일단 누군가가 살인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 살인자는 언제나 비현실적이 된다. 증오나 공포, 탐욕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사람들이 있다. 계획을 짜고 범죄를 저지르고도 도망가려고 하는 교활한 살인자들이 있다. 그런 것은 전혀 생각지도 않고 화가 나서 사람을 죽이는 사람들도 있다. 죽음을 사랑하는 살인자들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살인은 막연한 형태의 자살과도 같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 사람들 모두 제정신이 아니지만, 스펜서가 말한 의미와는 달랐다. (P525-526)
“당신은 좋은 경찰이에요, 버니. 그렇다고는 해도 아주 틀려먹었죠. 한편으로는 경찰들은 모두 똑같아요. 잘못된 일들을 죄다 비난하죠. 한 사람이 도박판에서 월급을 다 날렸다고 하면, 도박을 금지해야 한다고 하고, 한 사람이 술이 취하게 되면 술을 금지해야 한다고 하고. 교통사고로 사람이 죽으면, 자동차 제조를 금지해야 한다고 하죠. 호텔에서 여자한테 꼬집히면 성교도 금지해야 한다고 하겠군요. 계단에서 떨어지면 주택건설을 금지하라고 하고.”
“입 닥쳐!”
“물론이죠. 입 닥쳐야죠. 나는 그저 민간인일 뿐이니까.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죠, 버니. 깡패도, 범죄조직도, 풍기단속반 같은 것도 없어요. 우리에게는 사기꾼 같은 정치가와 꼭두각시 같은 시청 직원들, 그리고 입법부 의원들이 있으니까. 범죄는 질병이 아니에요. 단지 증상이지. 경찰들은 뇌종양에 아스피린을 주는 의사와 같아요. 곤봉으로 직접 치료하겠다고 나서는 경찰만 빼고. 우리는 거대하고 거칠고 부유하고 야성적인 민족이고 범죄는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예요. 그리고 조직화된 범죄는 우리가 조직화하는 대신 치러야 할 대가고. 그런 것들을 언제까지나 지고 살게 되겠죠. 조직화된 범죄는 단지 풍요로운 돈의 더러운 면일 뿐이에요.” (P580-581)
우리는 작별 인사를 했다. 나는 택시가 점점 시야에서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는 계단을 도로 올라가 침실로 들어간 뒤 침대를 다 벗겨내고 다시 정돈했다. 베개 밑에 긴 검은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었다. 내 뱃속 깊은 곳에 납덩이가 들어 있는 기분이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그런 상황에 어울리는 표현을 가지고 있다. 그 녀석들은 모든 일에 어울리는 표현을 가지고 있고, 항상 맞는 말만 한다. 이별을 말하는 것은 조금씩 죽어가는 것이다. (P60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