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잘못 공부하는 방법 02편
내 고등학교 동창이자, 친한 수학강사가 2015년 정도 경에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수학강사인지 심리치료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그렇다. 이것이 그 당시 내 안에 싹이 튼 의혹을 한마디로 표현해 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냥 학생이 수학을 못 하면, 그냥 못 하나 보다 라고 생각하지만, 수학을 직접 가르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모두 느끼고 있을 것이다. 예전에 비해서 아이들이 생각보다 더 심각하게 멍청해 졌다는 것을. 그리고 그에 따른 심리적인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을.
내가 처음 수학을 가르쳤을 때, 아이들이 수학을 못 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공부를 안 해서 였다. 공부를 안 하는데 당연히 잘 할 수가 없지 않은가. "머리가 나빠서 수학공부를 안 하게 될 수도 있지 않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오히려 그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최초에 내가 아이들에게서 어떤 문제를 인지하게 된 것은 고등학생들을 가르칠 때였다.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수학을 모두 가르쳤는데, 고등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데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도 이해를 못 하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그 당시에 수학강사이면서도 수학을 잘 몰랐던 탓에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 했던 것도 큰 이유이긴 하지만, 어떤 학생들에겐 그 설명만으로도 크게 문제 없이 먹혔던 것을 보면 내 설명이 아주 많이 나쁘진 않았다. 최소한 답지에 있는 풀이와 비슷하게 설명을 하긴 했으니까.
나는 그 당시에 그것이 너무나 이해가 안 되었다. "아니, 이 정도로 설명했으면 닭대가리라도 이해해야 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했을 정도이니까. 그런데 그게 한두명만 그런 것이 아니라 꽤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면 애들이 이렇게 멍청해질 수 있지?" 라는 의문을 갖고 중학생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으니까.
그때, 아주 인상 깊은 학생을 가르쳤는데, 아마 중학교 3학년 1학기 정도였을 것이다. 다른 학원에서 이미 선행학습을 많이 해서 진도를 따로 나가는 것이 조금 무의미해서 주로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에 대해서 가르쳤던 것 같은데, 이 학생은 한 학기에 보통 4권의 문제집을 풀었던 것 같다. 나는 그 당시에 한 학기에 1권 정도면 충분하다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4권은 좀 많아 보였다. 그래서 "많이 푸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한 문제라도 제대로 풀었으면 좋겠다" 라는 의미에서 수학 공부량을 좀 줄여서 한권만 제대로 풀자고 했다.
그런데 보통 학생들은 이렇게 공부량이 줄어들면 "아싸 신난다"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학생은 공부량이 줄어든 상황이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던 것 같다. 나는 한권만 풀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아이가 불안해 해서 한권을 더 했는데, 결국 불안함에 한권을 더 풀고 싶다고 했으니까. 내 생각보다 한권이 더 늘긴 했지만, 어쨌든 양이 조금 줄어든 것은 사실이고, 아이가 너무 불안해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세권을 허락하였다.
아마 시험 전날이었을 것이다. 이미 시험 공부 마무리는 끝냈는데, 이 학생이 밤 12시인가 다른 학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직 이해가 안 가는 것이 많아서 걱정" 이라고 문자를 보냈다. 나는 시험 전날에는 수학공부 열심히 해봐야 대부분 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주의지만, 이 학생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서 밤 12시에 아파트 분수공원의 가로등 밑에서 둘이 서서 모르는 문제들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그 학생은 수학시험을 봤고, 성적이 안 나와서 퇴원해서 그 이후로는 보지 못 했다. 이 학생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수학을 아주 열심히 공부했지만, 성적은 항상 80점에서 90점 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과 시험성적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컸다는 것이다.
혹자는 "아니, 머리가 나빠서 그럴 수도 있지. 그게 큰 문제가 되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사실 나는 그 이전에 가르친 학생들이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던 적이 없어서 그 문제를 늦게 알아챘던 것 같다. 내가 문제를 삼은 부분은 바로 아래의 두가지이다.
첫째는 사람은 무언가를 하면 할수록 익숙해 지고, 익숙해 지면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우리 삶에서 그렇지 않은 것이 있나? 그리고 그것이 공부라는 것이다. 이것은 학교 공부 말고도 게임이나 수영, 자전거 등 모든 것에 적용된다. 처음엔 못 했을지라도 그리고 재능에 따라 최고는 될 수 없을지라도, 공부하기 이전보다는 분명히 더 익숙해지고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학생은 수학공부를 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떨어졌다. 분명히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문제를 풀고, 어느 정도는 익숙해 져서 더 잘해질 것 같은데도, 성적은 항상 그 자리에서 맴돌았고, 자신감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하락했다.
둘째는 수학을 열심히 공부하지만, 결과가 안 좋게 나올 것이라는 두려움이 너무 컸다. 사실 80점에서 90점 사이라고 하는 것이 나쁜 점수는 아니다. 학원강사가 이런 말을 하면 욕먹을 것 같긴 하지만, 들인 노력에 비해서 안 좋긴 하지만 그 정도 점수면 그냥저냥 준수한 것 아닌가. 그런데 이 학생은 4권을 풀어도 자신의 노력이 부족한 것 같은지 더 많은 것을 강박증처럼 공부하려고 했다.
아마 그때부터 였을 것이다. 내가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