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잘못 공부하는 방법 01편
내가 아이들에게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갖게 된 것에 기뻐하긴 했지만, 그 시점(아마 2009년 정도)에서 이미 아이들에겐 심각한 문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바로,
수포자, 즉 "수학을 포기하는 자"
의 대량발생이다. 그런데 사실 "수학이 어려워서 포기하는 사람은 수십년전에도 있었는데, 왜 그때는 심각하다고 안 하고, 지금에 와서야 이것이 심각하다고 말하는 것인가" 라고 묻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따지자면, 영포자(영어를 포기하는 자)도 문제이고, 제물포(쟤 때문에 물리 포기했어) 라는 것도 문제일테니까. 사실 나도 처음에는 저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 아이들이야 늘 있어왔으니까.
그래서 나도 처음부터 수포자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데 과거에 수학공부를 포기했던 아이들과는 뭔가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여겨진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수포자가 사회적인 현상이 되었다
는 사실이었다. 수학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계속 존재해 왔고, 수십년전에 그 비율이 어느 정도였는지 지금에 와서 알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을 달리 말하자면, 과거에도 수학을 포기하는 자들이 있었지만, 통계를 내봐야 할 정도로 사회적인 현상이 아니었다는 말과 같다. 하지만 지금은 수포자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관련된 통계와 대처방법들이 매우 많이 나온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수포자가 사회적인 현상이 되었을까.
보통 사람들이 수포자가 생기는 이유라고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그냥 심플하게 수학이라는 과목이 어려우니까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고등학교 수학을 공부했던 90년대의 수학 커리큘럼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어렵다고 느껴지는 내용들은 수학 커리큘럼에서 빠지고 있고 이제는 본인의 길에 필요없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포자는 더 많아지고 있는 걸 보면 수학이 어려워서 포기한다는 것은 개인적인 이유는 될지언정, 사회적인 현상이 된 이유라고는 보기 어렵겠지.
또 수포자가 생기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내가 생각해 봐도 설득력이 있는 이유인데, 수학 문제 자체를 너무 꼬아서 어렵게 내기 때문에 수학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포기한다라는 것이다. 사실 나도 이것이 수포자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개념을 이해하지도 못 한 상태에서 너무 어려운 문제를 바로 풀라고 하는 것. 보통 그 상황을 이렇게 표현한다.
이제 막 기는 법을 배웠는데, 갑자기 날라고 한다.
사실 수포자가 생기는 이유에 대해서는 위의 두가지 말고도 더 있겠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수포자가 생기는 이유가 아니다. 왜 수포자가 사회적인 현상이 되었느냐지.
그것을 알아보기 위하여, 나는 수포자라는 현상이 언제부터 사회적으로 다루어졌는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내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 결과, 우리나라의 웹 환경에서 수포자라는 것이 언급이 된 것은 2012년 기사가 처음으로 남아있다. 다른 문헌을 찾아보면 더 일찍 발견된 경우도 찾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수포자라는 말이 기사에서 언급될 정도라면 아마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보다 몇년 정도 전부터 쓰였을 것이다. 그러면 수포자가 사회적 현상이 되기 이전에 학원 쪽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내가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정도부터 였는데, 몇년 후에 스파르타식 학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입원할 때부터 테스트를 보고 그 성적에 따라 잘 하는 반과 못 하는 반이 갈리며, 잘 하는 반은 심화학습을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선행학습을 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선행학습의 정도가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내가 본 가장 선행학습 진도를 많이 나간 학생은 2015년 경에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고등학교 이과 미적분 계산을 하고 있었다. 그 학생이 다녔던 학원은 우리 지역에서 나름 유명했고, 그 학원은 초등학생을 모아 그런 반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면, 교육열이 높은 지역은 그 정도의 선행학습은 일상적이었던 것 같다.
저렇게까지 심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학원에선 2010년 경에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중학교 과정을 선행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었고, 고등학교 막 입학하는 아이들이 학원 상담을 받을 때, 상담 선생님이 부모님과 학생에게 "아직도 고등학교 2학년 과정을 선행학습하지 않았냐" 고 타박했었다. 이러한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조성되기 위해서는 몇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 분위기가 조성된 시기는 아마 2000년부터 2010년 사이가 아닐까 싶다.
즉, 수포자가 사회적인 현상이 되기 전에 학원가에서는 선행학습의 열풍이 10년 가까이 몰아치고 있었다는 말이다. 처음에는 학원 선생님들이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뒤쳐져서 큰일나는 것처럼 두려움을 심어주기 시작했고, 이제는 선생님들이 선행학습의 문제점을 알고 그것을 하지 않고 싶어해도, 부모님들이 선행학습을 하지 않는 학원은 뒤떨어지는 학원이라고 생각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졌다. 이 10년이라는 시간은 한 세대의 아이들을 망치는데 충분히 긴 시간이고, 향후 20년 정도는, 이 글을 쓰는 지금이 2020년이니까 앞으로 10년 정도는 더 그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수포자가 사회적인 현상이 된 원인은 학원이 밀어붙인 선행학습의 열풍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학교에서 모두가 같이 배워야 할 수학교육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들었고, 이는 정상적으로 공부했다면 수학을 포기하지 않았을 아이들조차 수학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이데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이후에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사실 수포자가 생기는 이유라거나, 수포자가 사회적인 현상이 왜 되었냐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수포자가 사회적인 현상이 되었냐는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수학을 잘할 필요는 없으니까. 정말 내가 심각한 문제라고 깨달았던 것은 수포자가 생기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보여주는 부작용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