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은 어떻게 수학공부를 망치는가

수학을 잘못 공부하는 방법 03편

by 리나

이 학생을 본 이후로 내가 의문을 갖기 시작해서인지, 그때부터 이런 학생들이 너무나 눈에 잘 띄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이런 아이들이 생겨나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서 초등학생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나는 초등학생에게 수학을 가르칠 때 적절한 문제집 권수는 한 학기에 한권, 많아도 두권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어떤 어머님이 내게 아이들에게 숙제를 너무 안 내준다며 불만을 표시하신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그 어머니에게 "이렇게 해도 한 학기에 두권은 풀 수 있지 않을까요" 라고 말씀드렸는데, 그 어머니는 내 대답에 황당해 하며 "아니, 한 학기에 4권은 풀어야죠. 무슨 말씀이세요" 라고 따지셨다. 그 어머님은 학습지 수학선생님이셨고, 그 아이는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그렇게 잘 하지 못 하였다.


더 심각한 예도 있는데, 그 어머님은 2주마다 새 문제집을 무엇으로 구입하면 좋을지를 문의하셨다. 즉, 아이가 2주일에 문제집을 한권씩 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수학시험을 보면 90점을 조금 넘었다. 내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나쁜 점수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 아이의 어머님이나 그 주위의 선생님들은 "초등학교에서 90점이면 못 하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 어머님에게는 이렇게 말씀드렸던 것 같다. "아이가 문제를 풀 때 생각이라는 것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이대로는 더 많은 문제집을 풀어도 원하시는 결과는 얻지 못 할 것이다" 라고. 뭐, 항상 그랬지만, 그 어머님은 결국 다른 스파르타식 학원으로 옮기셨다.


어떤 학원에서는 심하면 하루에 한권도 풀게 한다고 하니, 대충 초등학생의 수학 사교육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내가 교육열이 높은 지역으로 출강을 가서 아이들을 가르쳐 보니, 아이들의 이해수준이 교육열이 낮은 지역의 아이들보다 확실히 높았다. 그 당시 내 가설에 따르면, 어렸을 때 수학을 너무 많이 공부하는 것은 아이들을 망친다는 것이었는데, 교육열이 높은 지역의 아이들이 수학공부시간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더 잘한다는 것은 내 생각과는 반대되는 결과니까. 처음에는 "아이들이 공부시간이 많으니까 더 많이 외워서 풀었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설명을 해보면 교육열이 높은 쪽 아이들이 더 잘 이해하는 것이다. 심플하게 말하자면, 교육열이 높은 지역의 아이들의 머리가 더 좋다는 거다.


그래서 왜 내 가설과는 반대되는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답은 쉽게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 당시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놀이수학 학원이 있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도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 하나 생겼었는데, 한 클래스에 2~3명을 대상으로 하고, 수업방식은 보드게임처럼 재밌는 교구를 이용해서 가르치며, 끝나면 아이가 수업시간에 어땠는지에 대해 어머님들에게 선생님들이 직접 브리핑을 해주셨다. 나의 첫째 아이도 이곳에 보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는 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학교육은 초등학교 이후의 수학교육과는 목적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교육을 보고 우리 부부는 매우 만족했고, 아이 역시 재밌게 공부했었다.


그런데 놀이수학 학원이 교육열이 낮은 동네에도 생겼다. 그런데 이곳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았다. 그 이유는 이 동네의 어머님들은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수학을 가르칠 때, 그런 놀이수학 같은 곳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수학 학습지를 시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가격적인 문제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더 큰 이유는 어머님들의 교육방침이 놀이수학은 제대로 된 공부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와는 반대로 교육수준이 높은 부모님들은 공부가 단순히 엉덩이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초등학교의 경우엔 스파르타식 학원보다 흥미를 높일 수 있거나 학교과목에 관련되지 않은 사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다. 유아에서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단순한 사칙연산의 반복숙달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흥미 위주의 수학을 공부하는 것은 아이의 두뇌계발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이 아이들은 교구를 통해서 수학이 단순히 숫자를 더하고 빼는 것이 아니라 실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들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후에 공부할 때도 그 내용을 머릿 속에서 이미지화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결국 고등학교에서 중학교, 초등학교로 거슬러 내려가면서 내가 깨닫게 된 사실은, 수학을 잘 하기 위해서는 머리가 좋아야 한다는 누구나 아는 단순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두뇌계발은 대부분의 경우 초등학교 시절에 완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우리나라의 학원에서 가르치는 초등학교 수학교육 방식은 아이들의 두뇌계발에 도움이 안 되는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를 망치는 주범에 가깝다.


위에서 내가 학원이라고 콕 찝어서 얘기한 이유는, 우리나라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나 문제집을 보면 안다. 실제로 지금의 교과서나 문제집에서는 수학을 가르칠 때, 이제는 단순 계산방식만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림을 통해서 그것이 왜 그렇게 되는지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학교 선생님들은 그 변화에 맞춰서 개념을 설명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대다수의 학원 선생님이나 부모님들이다.


보통 가르치려고 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배운 대로 가르치려 하는 경향이 있다. 이건 나 역시 그랬었다. 학교 선생님들은 교육과정이 바뀌면 교육지침 자체가 바뀌기 때문에 강제로라도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학원 선생님이나 부모님들은 그런 것들이 강제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쌍팔년도라고 하는 과거의 교육방식에 머물러 있다. 이 분들의 특징은 계산을 해서 답은 맞지만, 그것이 왜 그런 식으로 되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 하시며, 그에 대해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


나도 한번 겪어본 일이지만, 초등학교에 중학교 1학년에 나오는 일차방정식의 활용 문제와 비슷한 문제가 나온 적이 있다. 이 문제를 보고 아이에게 가르쳐 주려고 할 때, 내 머릿 속에 떠오른 생각은 "아오!! 이거 일차방정식 쓰면 쉽게 풀리는 문제인데!!" 바로 이거였다. 그런데 초등학교에서는 일차방정식을 안 배우지 않는가. 그때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일차방정식을 써서 이 문제를 설명할 것인가, 그러지 않을 것인가.


다행히도 나는 그러지 않기로 했는데, 그러고 나니 어떻게 풀지 너무 막막했다. 나는 이 문제를 지금까지 일차방정식으로만 풀어왔지, 다른 방법으로 푼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내가 쓴 방법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 문제의 출제의도도 일차방정식을 사용해서 풀라는 것이 아니라 표를 이용해서 증가와 감소를 확인해 보라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초등학교에서는 계산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의 조건을 이해하는 것과 실제 눈으로 그것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라는 것이니까.

keyword
이전 07화수학공부가 아니라 심리치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