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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ishna Jun 15. 2020

점박이의 몰락

육아수학교육 에세이, 점박이 11편

어쨌든 점박이는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중학교 1학년 때 내가 가르쳐본 바로는 점박이가 수학을 공부하는데 큰 문제점은 없었다. 자율학기제라서 중학교 1학년 때 시험을 안 봐서 그것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뭐.


문제는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부터였다. 1학기 중간고사 결과, 점박이는 다른 과목은 거의 다 맞았지만 수학점수는 70점대가 나왔다. 쿠쿵!! 와이프는 내게 이것이 어찌된 일이라며, 점박이 수학실력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 않았냐며 나를 갈궈댔다. 수학선생님 자식이 수학점수가 70점대가 나왔으면 뭐, 나도 충격인데, 와이프야 오죽할까.


와이프로부터 수명이 100년 정도 늘어날 정도의 욕을 먹은 후, 나는 진지하게 점박이가 왜 이렇게 수학을 못 하게 되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첫째, 사고력이 없는가. 그건 단언하건데 아니었다. 평상시에 보여준 모습을 보면 그건 드러나니까.

둘째, 문제를 풀면서 긴장을 하는가. 이건 가망성이 있었다. 아무래도 점박이는 부모님이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는 것에 약간 스트레스나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영어는 그래도 크게 문제가 없지만, 수학의 경우는 조바심을 내면 아무래도 풀 수 있는 문제도 못 풀 수 있다.

셋째, 문제를 적게 풀렸는가. 글쎄, 무지막지하게 풀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폭망할 정도로 적게 풀리진 않았다.


평상시에도 어느 정도 조짐이 보이긴 했다. 나는 평상시에 테스트처럼 쪽지시험을 보는데, 점박이는 계산실수가 잦아서 실력보다 더 많이 틀렸다. 뭐 이런 저런 고민 끝에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 한 나는, 일단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 문제를 더 풀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1학기 기말고사를 보았다. 이번엔 60점대가 나왔다...


아니, 더 많이 공부했으니 최소한 더 떨어지진 않을 것 같은데, 왜 더 떨어졌지?


나는 그야말로 와이프에게 가루가 되도록 까였다. 나는 와이프로부터


네 교육방법이 틀렸다


며 내 근간부터 비난당했다. 와, 평소부터 우리 와이프가 내 방법을 별로 안 좋아하긴 했지만, 확실히 그 방법으로 우리 자식을 가르쳤을 때 이런 결과가 나오니까 나도 멘탈이 흔들렸다. 그런데 뭐 어쩌겠는가, 현실이 이렇게 된 걸.


그때 내가 들었던 가장 심한 말은 와이프의 친구들이 와이프에게 한 말인데,


내가 점박이에게 수학을 가르치지 못 하도록 격리시키고,
다른 학원을 보내라는 것이었다.


와이프가 내게 했던 말은,


수학강사는 애들 점수가 그 사람 실력이야. 네가 백날 이상론을 얘기해 봤자, 사람들은 결국 애들 점수 갖고 얘기해. 그런데 너는 네 아이도 그따위로 가르치는데 누가 네 실력을 믿어주겠냐.


였다.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았다. 확실히 나는 입시수학계에서 어울리지 않았다. 시험점수만을 올리고자 아이를 수학학원에 보내는 사람이 대부분인 이상, 내 방법은 그 대부분에게 선호되지 않는 방법이었다. 사실 그때까지도 그래도 내 방법은 틀리지 않았다며 스스로에게 되뇌어가며 버텨왔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저런 말까지 들어가면서 내가 잘 하지도 못 하는 수학강사라는 직업을 지속해야 하나 라며 자괴감에 빠졌었다.


그리고 15년 동안 내가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면서 깨달은 것들이 사실 별것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수학강사고 뭐고 다 때려치고 싶었고 그래서 다른 일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뭐, 사실 이렇게 수학 관련 글을 쓰기로 결심한 것도 그때부터 였긴 하다.


점박이의 1학기 기말고사 성적이 나온 그날밤에, 나는 아쉬람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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