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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ishna Jun 03. 2020

초등학교 수학과 중학교 수학의 차이

육아수학교육 에세이, 점박이 10편

우리 점박이는 시험성적만으로 보면, 아주 잘하지도 아주 못하지도 않은 채로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4과목 시험 보면 2개 정도 틀렸던 것 같은데 나로서는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 뭐 가까운 친구들 중에 올백 맞는 애들도 있었기 때문에 아주 잘하지는 못 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마 그 친구들의 머리가 매우 좋았던 것이겠지. 실제로 공부하는 것들을 봐도 무언가를 깨닫는 것이 매우 빨랐다. 결과물도 매우 좋았고. 하지만 우리 점박이는 좀 뭐라고 해야 하나. 꼼수를 싫어하는 편이다. 이건 나를 닮아서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나를 보고 자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매우 느렸다. 유치원 때도 친구들끼리 미술 그리기를 하면 색칠을 정말 꼼꼼하게 해서 다른 애들이 다 끝났는데도 혼자서 한참 색을 칠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이것이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떤 부모님들은 아이가 빨리 끝내지 못 하고 다른 애들보다 한참 뒤쳐져 있으면 답답해서 빨리 하라고 닥달을 하실 수도 있겠지. 하지만 교육적인 입장에서 볼 때, 꼼수를 싫어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시간이 좀 걸릴지언정 성장한다. 오히려 그런 아이들을 답답하다고 닥달하거나 혼내면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지 못 하고, 남들 것을 베끼거나 대충 마무리지으면서 자신을 성장시키지 못 하는 결과를 가져오니까 그냥 참아줬으면 한다.


어쨌든 점박이는 중학교에 입학했다. 너무나 소심해서 친구도 못 사귈 줄 알았던 점박이는, 의외로 친구를 잘 사귀었다. 평소에 말이 없어서 조용한 편이라 범생이 같은 느낌이었는데, 어렸을 때 풋살을 시켰던 덕인지 체육시간에 공을 차면서 꽤 활약을 했나 보다. 그리고 재밌게도 우리 점박이는 자기소개 시간에,


나는 전교 1등을 하고 싶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니, 나는 사실 그런 거 하면 피곤하니까 안 했으면 하는데 점박이는 왜 그런 걸 하고 싶었을까. 안타깝게도 1학년 때는 자율학기제라 시험을 보지 않아 점박이의 소망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하지만 점박이의 대단한 점은 바로 이거다. 알아서 공부한다. 나와 와이프는 점박이의 공부에 아무 얘기도 안 한지가 어언 몇년이 되었다. 자기가 노트를 사서 요약을 하기도 하고, 해외여행을 갔을 때도 자기가 요약해 둔 노트를 들고 다니면서 이동시간엔 읽어보기도 했다. 나는 한편으로는 기특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아니 놀러와서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되나 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물론 그 외에는 게임을 매우 좋아한다. 핸드폰, 플레이스테이션, PC, 닌텐도 스위치 등 내가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점박이도 게임을 매우 좋아해서 하루에 한두시간은 꼭 게임을 한다. 코로나 사태 때는 하루에 5~6시간 정도는 게임을 했다. 걱정스러워서 옆에서 관찰을 해보면, 그 틈새 사이로 공부를 알아서 하는 편이라 뭐라 말하기 어렵다.


아니 생각해 보니 이 글의 주제는 이게 아니었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보도록 하자.




나는 앞선 글들에서 초등학교 교육의 목적은 성적 향상이 아니라, 아이가 평생 사용할 수 있는 지능이나, 습관, 자세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구장창 말해왔다. 그와 연계하여 초등학교 수학교육의 목적은,


현실세계가 수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볼 수 있게 만드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앞으로의 수학성적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하지만, 살아가는데에서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적인 예시를 들어보도록 하자.


넓이와 부피라고 하는 개념이 있다. 넓이는 그냥 평면에서 얼마나 차지하느냐 하는 개념이고, 부피는 공간에서 얼마나 차지하고 있느냐 하는 개념이다. 이것은 수학과 관계없이 일상생활에서도 충분히 접할 수 있는 개념이다. 형제자매에게 방을 줄 때, 뭐 오빠가 방이 더 넓다느니 하면서 말이다.


그런 경우 아이들은 보통 본능적으로 길이를 사용하여 누가 더 넓은지를 따지려고 한다. 수학과는 관계없이 필사적으로.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는 넓이라는 개념을 수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느낌으로 이해하지 않는가. 뭐, 그게 느낌으로 와닿지 않는 아이라면, 아직 그 공부를 시작할 나이가 아닌 거긴 하지만.


그런데 아이가 초등학교 수학을 공부할 때 이런 개념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넓이와 부피를 구하는 문제들을 다루다 보면, 문제는 다 계산해서 푸는데 그 계산된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생긴다. 이건 문제를 다 맞고 실수로 좀 틀렸다고 하는 그런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아예 처음부터 이해를 못 한 거다.


3+5=8


라고 하는 계산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아, 못 하는 경우도 있긴 하겠지만. 그런데 저걸 이렇게 생각해 보자.


3cm 길이와 5kg 의 무게를 더하면 얼마나 될까.


당연히 답은 8 이 될거다. 여기서 중요한 건,


왜 저따위 계산을 해야 되지?
그걸 왜 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라며 딴지를 거는 능력이지, 저걸 8 이라고 계산해서 답을 내리는 능력이 아니라는 거다. 뭐, 만약 물리에서 길이와 무게를 더 해서 새로운 단위를 만드는 정의가 있다면 모를까, 저 계산은 무의미한 거다.


그러니까 초등학교 수학에서의 목적은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현실세계와 수가 어떤 식으로 연관되어 있는지, 그 계산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깨닫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거다. 그걸 모르면 숫자를 무의미하게 계산하면서 수학을 잘 한다고 착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초등학교 수학에서는 유치하지만, 직접 빵을 그리고, 양을 그리고, 피자를 그려가면서 아이에게 실생활에서 수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유도하게 만든다. 그런데 학원의 수학선생님들은 그것보다 계산능력을 갖고 있는지로 유도하려고 하는 편이라, 저 능력을 키워주는 일을 등한시하게 된다. 뭐, 시험에서 드러나지 않으니까.


이러한 표현이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수학적으로 건강한(?) 아이라면, 저 계산의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 한다. 수학적으로 건강하다는 표현이 뭐 별다른 건 아니고, 이상한 건 이상하다고 말하는 거다. 수학성적이 안 좋았지만, 저 비슷한 질문을 해서 나를 대오각성의 길로 이끌어준 학생이 하나 있었지만.

 



그렇다면 중학교 수학의 목적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등학교 수학이나 중학교 수학이나 점수만 잘 나오면 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아이들의 발달단계상 모든 과정의 목표가 시험성적 향상으로 동일해 진다면 각각의 단계에서 꼭 필요한 부분들이 부족해진 상태로 성인이 된다.


초등학교 수학에서 중학교 수학으로 올라가면서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바로 기호의 사용이다. 수학에서 기호를 사용하기 시작한다는 건, 수학에서 관심을 갖는 대상이 실물에서 추상으로 바뀐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서,


초등학교에서는 빵 2개에서 몇개를 더 사면 빵 8개가 될까


를 그림을 그려서 해결하려고 한다면, 중학교에서는 문자를 사용하여,



라고 표현하게 된다. 어떤 선생님들은 초등학교에서부터 저런 식으로 문자를 사용하여 방정식을 푸는 방식을 알려주시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그 방식을 알면 아이가 더 많은 문제를 풀 수 있을지언정 실물과 추상을 연결시키지 못 한 채로 수학은 그냥 계산하다 끝나는 학문이 되어 버린다.


추상을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물을 충분히 사용해서 연습하는 것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머리 속에서 실물을 머릿 속에서 떠올릴 수 있게 되며, 그것을 기호화시킬 수 있게 된다. 예전에 어떤 시트콤에서 수학을 못 하던 빵꾸똥꾸 초등학생이 그것을 실물로 생각하면서 수학적으로 많은 것을 하게 되었던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것이다.


수학은 추상의 세계로 들어가기 시작하게 되면서부터 현실세계에서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다룰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초등학교 수학에서 실물을 갖고 충분히 추론이 가능하게 된 아이들은 중학교 수학에서 추상의 세계에서 추론을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최소한 그것이 가능하게 된 아이들은 적절한 연습만 해준다면 수학을 못 하기 어렵다. 사실 가르쳐 보니까 그것을 할 수 있게 된 것과 수학성적과는 좀 차이가 있긴 하지만, 최소한 바탕만큼은 마련된다.


선생님들은 보통 각 단계에서 가르쳐야 할 지식들에 촛점을 맞추고 있고, 그 지식에 대한 테스트를 하여 점수가 좋으면 문제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사실은 나도 아이들의 실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유인물을 몇개 만든 적이 있었는데, 그걸로 테스트해본 결과 모두 다 맞거나 한두개 틀려서 모두 우수한 아이라고 생각했었던 적이 있다. 물론 실제로 가르쳐 보고 나서 이 아이들이 뭔가 심히 잘못 되었다고 느끼는데 오래 걸리진 않았지만. 그 이후로 나는 테스트의 결과는 그저 그냥 참고로만 삼는다.


아이들의 수학교육에서 점수보다 아이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아주는 교육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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