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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ishna Jul 01. 2020

점박이 라이징

육아수학교육 에세이, 점박이 13편

아쉬람에서 돌아온 후,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내게는 두가지의 선택지가 있었다. 하나는 와이프의 친구들 말대로 점박이의 수학교육을 포기하고, 그냥 다른 수학학원에 보내는 길, 다른 하나는 내 수학교육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는 길.


어떤 길을 선택할까 한창 고민하다가 나는 결정을 내렸다. 이것은 내가 해야할 결정이 아니라고. 그래서 나는 점박이에게 상황을 얘기했다.


엄마는 네가 다른 수학학원에 가서 수학을 공부하길 원하는 것 같아. 네가 원한다면 아빠 생각하지 말고 그쪽으로 가는 것도 괜찮아. 하지만 네 앞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부모님이 나서서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것도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해. 나는 너를 믿는다.


라고. 그렇다. 내 교육방식의 궁극적인 목표가 저거 아니었는가. 자기 앞가림은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는 것. 시험을 좀 못 봤다고 해서 내가 지금까지 지켜온 가치를 내 손으로 뭉갤 수는 없지 않나. 점박이가 스스로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선택을 맡기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점박이는 내게서 교육을 받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나는 점박이의 교육방식을 조금 바꿨다. 이전에는 틀린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설명해 주려고 노력했지만, 이제는 틀린 문제가 있으면,


네가 푸는 방식을 믿어. 좀 더 네 방식대로 끝까지 해 봐.


라고 말해주고 격려했다. 틀린 문제를 스스로 고치는 시간이 좀 더 걸리긴 했지만, 느낌상 나쁘진 않았다.


그리고 2학기 중간고사를 보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92점인가가 나왔다. 뭐, 그렇게 엄청난 점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반격의 봉화를 올릴 정도는 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다시 2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보았다. 점박이는 수학시험을 보고 와서, 두개 틀린 것 같다고. 서술형 하나는 풀긴 풀었는데 틀린 것 같다고 말했다. 시험성적이 나온 날, 학교 수학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점박이의 서술형 답안에 대해 아이들 모두에게 얘기했다고 한다.


점박이의 서술형 답안을 봤는데, 선생님이 알려준 방법은 아니지만 논리에 전혀 문제가 없는 훌륭한 답안이다. 점박이 너는 수학에 재능이 있다.


라고. 룰루랄라~.


사실 그 동안 점박이는 아이들에게 엄청난 놀림을 당했다고 했다. 학기 초에 전교 1등 하고 싶다고 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는데, 수학점수가 발목을 잡아왔으니까. 아이들이 매번,


너희 아빠가 수학선생님이라며 너는 수학을 졸라 못 하네


뭐, 이런 느낌으로 놀렸던 것 같다. 그때마다 나는 점박이에게,


아빠가 수학선생님인 것과 네가 수학을 잘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고, 바탕만 갖고 얘기하자면 너는 그 아이들보다 수학을 못 할 수 없다.


라고 용기를 북돋아 줬는데, 이제야 내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준 것 같다.


그리고 나서 한참 후에 나는 아쉬람에 가서 스승님과 점박이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당신이 그때 모든 욕심과 두려움을 다 내려놓고 점박이를 믿고 선택을 맡긴 것이 최고의 선택이었다.


점박이는 원래 수학적인 재능이 없었지만, 그러한 좋은 경험들 때문에 수학적인 재능이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원래 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할 수 없던 것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의) 창조니까. 괄호 안은 내가 채운 의역이다. 스승님은 교육은 창조 라고만 말씀하셨다.


그 이후 점박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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