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상관없는,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가 01편

by 리나

그러한 질문, 아니 그걸 질문이라고 해야 할까. 오히려 불평불만에 가깝겠지. 어쨌든 그 불평을 언제 처음 들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그러한 불평은 우리에겐 일상이었으니까. 아마 내가 학교를 다닐 때에도, 그 몇십년전에도 마찬가지로 그 불평은 있었겠지.


왜 수학을 공부해야 하나요


글쎄, 나도 그랬지만 학생으로부터 이러한 질문 아닌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이 질문이 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얼른 문제나 풀어" 라고 하지 않던가. 학생들도 딱히 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인지 그냥 지나가는 것이 당연한 그런 질문 아닌 질문이었던 거다.


그런데 내가 아이들에게 진지하게 수학을 가르쳐 보자고 생각했을 때, 아이들에게 이러한 질문을 받고 쓸데없이 "어, 생각해 보니 그렇긴 하네. 왜 수학을 공부해야 하지?" 라고 사색에 잠겼던 적이 있다. 이런 걸 보면 아이들은 정말 어른들이 타성에 젖어서 떠올리지 못 한 것들을 생각나게 해주는 스승 같은 느낌이 든다, 하하.


나는 의미 없는 일을 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이 질문은 한동안 나와 같이 있었다. 가르치는 사람조차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일을 아이들에게 억지로 강요하는 것은 뭐랄까 진심이 묻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 내 인생을 되돌아 보며 고민해 본 결과,


수학이 정말 내 인생에 거의 쓸모가 없었다


라고 하는 충격적인 결론에 이르렀다, 두둥.


일단 고등학교 졸업 이후, 나는 대학에서 일어일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수학은 약 10년 정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일상생활에서 수학적인 지식을 써봤던 것은 환율계산할 때 비례식을 써본 것 정도. 그렇게 수학 없이 살아도 내 인생은 전혀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아이들의 그러한 불평에 나 역시 공감당하여 홀라당 넘어가려고 했었다. 그래서 나는 혼신의 힘을 쥐어짜내어,


그... 그래도... 사칙연산 정도는...


이라고 변명해 보았으나, 생각해 보니 계산기가 있으면 끝날 일이라 이 외침은 그저 허무하게 묻히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정당하게 나의 힘으로 왜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지 못 하고, 구글에 도움을 청할 수 밖에 없었다.




구글 신은 수학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니, 구글이 검색한 결과를 종합해 보니 대충 이렇게 정리할 수 있었다.


수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이다


그렇다. 이것이 수학자들이 보통 말하는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다. 실제로 그렇긴 하니까. 수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이며, 수학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과학의 발전, 예를 들면 컴퓨터나 게임기 같은 것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매우 지당한 의견이긴 한데, 이러한 이유는 아이들까지 갈 것도 없이 이미 내 선에서, "어차피 내가 세상을 발전시켜 나갈 것도 아니고, 수학을 잘 하는 사람들이 잘 만들어 주면 나야 그냥 잘 사용해 주면 되는 것 아닌가. 컴퓨터에서 아주 유용하다는 엑셀이나 아래한글을 내가 만들지는 않았어도, 사용법만 잘 익혀서 유용한 결과물을 내면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라고 스스로 반박당하여 세상에 나와보지도 못 했다.


또 다른 의견은,


수학이 정말 실생활에서 도움이 된다


라고 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서 도박 같은 것을 할 때 확률에 대한 수학적인 지식을 이용하면 승률이 높아진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그외에도 통계분석이나 시장조사를 할 때 수학이 사용되기도 하고, 심지어 영시를 지을 때 운율을 맞출 때에도 수학이 사용된다는 의견들도 있다. "아니, 그렇게 아무데나 이어붙이려면 음악도 수학이랑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되겠네" 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실제로 음악은 수학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긴 하다. 꽤 그럴싸한 이유들이 더 있긴 했는데, 아이들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와, 신기하네. 그런데 전 그런 것 안할 건데요" 에서 끝나버리지, "그러니까 수학을 열심히 공부해야지" 라고 말하지는 않더라.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중 가장 혹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고소득 직업 상위 10위 안에 수학을 요구하는 직업이 많다


이 이유에는 나도 혹했다. 실제 어느 신문기사 통계에도 나와있으니 검색해 보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즉,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수학을 잘 해야 된다는 것인데, 이거야말로 아이들에게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로 적합할 것이다 라고 하는 나의 생각은 그래, 너무 순진했다. 아이들은 그저,


공부하기 힘드니까, 돈도 많이 벌겠죠, 뭐.
우린 안 될거야, 아마.


...

아이들은 의외로 고통이 없으면 열매도 없다 라는 진실을 꿰뚫어 보고 있던 것이었다...




그리하여 내가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구하는 대장정은 이렇듯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지금까지 찾았던 답들이 거짓이라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에게 수학을 정말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심어주기에는 저러한 이유들이 호소력이 없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 이유 찾기에 실패하면서 대략적인 현실은 분석할 수 있었는데,


사람들이 말하는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학생들에게 전혀 호소력이 없었다는 것. 솔직히 가르치는 내게도 전혀 먹히고 있지 않은 걸 보면, 아이들에겐 그냥 뜬구름 잡는 소리에 가깝겠지. 오죽하면 가르치는 선생님들조차도 학교에서 시험을 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냥 닥치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니까.


그리하여 나는 "크윽, 역시 스스로 절치부심해서 내놓은 진실한 이유가 아니면 아이들에게 닿지 않는 것인가" 라고 절규하며, 다시 내 안에서 그러한 이유를 찾기 위해 방랑의 길을... 아니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실제로는 가슴 속에 묻어둔 채로 수학을 더 잘 가르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지 몇년 후에, 나는 드디어 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내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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