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수학교육 에세이, 네모돌이 10편
내 교육의 방침이 기브앤테이크에서 테이크앤기브로 바뀐 이후, 나는 네모돌이가 행복해지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했다. 네모돌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조금씩 바뀌어 갔는데, 예전엔 슬라임(액체괴물)이었고, 그 이후로는 종이구체관절인형이었으며, 한동안 인쓰(스티커 모음 같은 것), 구체관절인형에서 최근엔 일본 애니메이션 덕질로 넘어왔다. 그러면서 자신의 그런 활동들을 유튜브로 찍어서 올리고 있는 중이다. 뭐 얼마 전엔 조회수가 1,000을 넘었다고 자랑을 하긴 했었는데, 잘 모르겠다.
원래 구체관절인형을 좋아했는데, 나는 사실 그 가격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아니, 그냥 인형 같은 것의 가격이 60만원, 70만원이나 한다고!!
아니 아이패드 하나 가격이라니 말이 돼?!
그래서 예전에는 짝퉁 구체관절인형을 5만원에 사주거나, 중고로 누군가에게 받아왔었다. 아무래도 우리 부부는 아이들 인형에 그런 거금을 들이기엔 조금 담이 작았으니까. 그런데 문득 생각해 보니, 네모돌이도 그런 장난감 하나 정도는 있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는 네모돌이에게 선언했다.
아빠는 지금부터 네 장난감을 사주기 위해 1년간 적금을 들겠다!
그리하여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1년을 3개월 남길 무렵, 나는 적금을 중도해약하고 그 돈과 내 비상금을 조금 더해 구체관절인형 카페레 네모돌이와 그 친구 한명을 데리고 갔다.
네모돌이는 유튜브에서 본 그 카페의 비밀메뉴를 마시고, 구체관절인형 하나와 각종 옷을 몇개 구입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그것으로 유튜브 방송을 편집해서 올렸다. 그 조그만 핸드폰으로 쪼물락쪼물락대더니 유튜브 방송을 하나 만들다니. 심지어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그 카페를 다녀온 날, 네모돌이는 평생 가장 행복했던 날이라고 얘기했다. 뭐, 그날 저녁에 또 참을성 없이 말해서 또 한참 혼나긴 했지만.
그리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네모돌이는 일본 애니메이션 덕질에 빠졌다. 구체적으로 제목을 말해보자면 처음엔 지박소년 하나코군 이었고, 요샌 귀멸의 칼날이었다. 나는 평소에 네모돌이가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책을 읽히려고 했는데, 졸라맨 같은 책은 일단 한권의 가격이 매우 비싸고 쓸데없이 너무 분량이 많아서 다 사는 것은 조금 무리였다.
그런데 일본 애니메이션에 빠져든 네모돌이는 지박소년 하나코군의 원작이 만화책이라는 것을 알고, 나한테 쪼르르 와서 "이거 책 사주면 안 돼?" 하고 조르기 시작했다. 네모돌이에게 책을 읽혀보겠다는 나의 원대한 계획과 맞물려, 나는 한권씩 조금 부족하게 사주기로 했다. 왜냐하면 한번에 다 사주면, 책을 좋아하지 않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적당히 한번 읽고 끝낼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서, 나머지 책을 한달에 한두권 정도씩 사주려고 했는데, 네모돌이의 취향은 갑자기 바뀌어서 귀멸의 칼날이라는 만화책을 사주면 안 되냐고 물어왔다. 뭐, 취향은 바뀔 수 있는 것이니까. 그리고 이번엔 홍대 애니 카페를 가자고 하는 것이었다. 거기 가면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나온다나 뭐래나.
그래서 나는 또 네모돌이의 행복을 위해, 수락을 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