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수학교육 에세이, 네모돌이 11편
예전에 네모돌이의 수학공부를 위해서 나는 한문제를 풀 때마다 250원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그렇게 하면 네모돌이가 하루에 한문제라도 풀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그렇게 해서 조금씩 돈을 모으면 나중에 덕질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랬다.
하지만, 우리 네모돌이는 예전에 자신이 돈이 생길 때마다 쓰고 저축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것을 사고 싶을 때마다 돈이 없음을 한탄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얼마나 화가 나는지. 그럴 때마다,
그러면 수학문제를 풀어서 돈을 벌어
라고 얘기를 하면, 네모돌이는 짜증을 엄청 냈다. 그래서 몇번 하다가 저 방법은 실패했다고 여기고 더 하지 않았다.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도 본인이 하지 않으면 규칙을 정한 의미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테이크앤기브 방법을 쓰기 시작한 후에, 네모돌이는 점차적으로 바뀌어 갔다.
먼저 네모돌이는 이상하게 나와 같이 로블럭스나 좀비고 같은 게임하는 것을 즐기는데, 솔직히 저 두 게임은 내 취향이 아니다. 나로서는 로블럭스는 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고, 좀비고는 핸드폰의 스크린 터치로 조작하는 것이 내게 너무 힘들어서 하기 싫었거든.
그런데도 하도 졸라서, 나는 네모돌이에게,
수학 한문제 풀 때마다 아빠랑 게임 10분 같이 하기
라는 규칙을 정했다. 그래서 나와 같이 게임을 하려면, 네모돌이는 자연수의 혼합계산 문제를 6문제 정도는 풀고 검사 받은 후에 시작한다. 처음엔 그게 별게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네모돌이는 빨리는 못 풀지언정 손가락을 이용해서 나눗셈이나 곱셈도 점차적으로 숙달되는 것이었다.
예전엔 그거 억지로 한문제 시키려면, 설명을 해도 네모돌이는 듣지를 않고 짜증을 너무 많이 냈다. 이러한 상황은 내 교육관에서는 차라리 안 시키느니만 못 한 것이라 나는 일단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네모돌이의 기분(혹은 뇌의 상태라고 해야 할까)이 짜증이라는 감정에서 벗어나서 어느 정도 합리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자, 조금씩이나마 수학문제를 스스로 풀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자연수의 혼합계산 문제를 10문제 정도 밖에 안 풀었지만, 그 문제를 풀 때는 혼자서 뭐라고 중얼중얼거리면서 입으로 "이게 이거고, 저건 이렇게 되고" 라는 식으로 푼다. 이 현상은 주변 사람들이 듣기에 좀 이상할 수 있는데, 공부에서 스스로를 논리적으로 납득시켜가는 과정이라 오히려 좋은 사인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옆에서 문제 푸는 것을 보고 있으면, 느린 반면에 자기가 뭔가 아는 사실을 갖고 이것저것 자신만의 방법을 만드는데 창의적인 모습을 보여서 네모돌이의 머리가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뭐 조금 발전이 늦고 짜증을 많이 내긴 하지만.
결국 어느 날, 네모돌이는 집에 와서 자랑할 것이 있다며 말을 꺼냈다.
아빠, 학교에서 시험 봤는데 국어는 다 맞았고, 수학은 70점이야!
학교에서 선생님이 엄청 잘 했다고 칭찬도 해주셨다고 한다. 뭐, 저게 뭘 잘 한 거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불과 몇달전만 해도 네모돌이는 수학 0점을 당연하다는 듯이 맞아왔으니까 뭐.
그렇다면 왜 같은 방법이 예전엔 실패하고, 지금은 성공했을까.
나는 네모돌이가 공부를 못 하는 이유가, 아니 이렇게 표현하면 오해의 소지가 좀 있다. 공부를 못 한다는 말이 머리가 나쁘다는 관용적인 표현이 아니라, 공부에 집중하기가 어려운 이유를 짜증이라는 감정의 습관화로 보았다. 머리가 나쁘거나 지식이 없는 것은 차라리 고치기 쉽지만, 짜증이라는 감정의 습관화는 어떤 방법을 갖다 대도 실패하기 쉽다.
그래서 나는 일단 네모돌이의 공부를 포기하고, 먼저 네모돌이의 짜증이란 감정을 없애는 것에 중점을 뒀다. 물론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우리 부부 역시 네모돌이를 대할 때마다 아직도 짜증이라는 감정이 습관적으로 나긴 하지만, 예전보다는 많이 참았고, 네모돌이 역시 짜증의 횟수가 많이 줄었다.
그리고 가끔씩은 놀랍게도 눈앞에서 짜증을 통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짜증을 참았다는 것에 스스로 놀라기도 했다. 아직도 완벽하진 않지만, 와이프와 나는 네모돌이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느낀다.
그러니까 같은 방법을 써도 네모돌이가 어떤 상태에서 받아들이냐에 따라 다른 거다. 사람이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때, 짜증이라는 감정에 휩싸이지 않을 때는 나름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 예전에 네모돌이를 가르치면서 네모돌이가 기분 좋을 때는 수학도 수월하게 풀었던 적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네모돌이는 공부가 아니라 생활 쪽에서 접근을 한 것이었다.
글쎄, 현재 네모돌이의 진도는 여기까지다. 육아 수학교육 에세이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네모돌이부터는 수학교육이 전혀 수학교육이 아니었다. 뭐 어쩔 수 있나. 수학교육 시키기 전에 먼저 인간부터 만들어 놔야 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