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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ishna Oct 05. 2020

스스로 바뀌려고 노력하면, 세상도 다른 결과물을 준다

육아수학교육 에세이, 네모돌이 09편

앞선 글에서 네모돌이가 나를 선생님이 아니라 아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게서 수학을 배우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느꼈다고 언급했다. 그래서 나는 네모돌이의 공부를 위해 새로운 선생님을 알아봐야 했다. 문제는 네모돌이의 저 상태를 받아줄 선생님을 찾을 수 있을까 였다. 잘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감정상태를 참을성 있게 받아주는 그런 선생님이 필요했던 것이다.


보통 학원 시스템에서는 아이를 저렇게 봐주기가 어렵다. 아마 네모돌이를 보통 학원에 보냈으면, 다른 아이들과 비교당하면서 점점 자신감만 더 하락할 것이 뻔했다. 내가 아이를 가르치는 직업이고, 지금까지 그렇게 가르쳐 왔던 터라 나와 같은 선생님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몇군데 학원을 염두에 두고 알아보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때, 네모돌이의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 전화를 하셨다.


네모돌이가 수학을 0점 맞았어요.


사실 네모돌이의 사정을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다지 놀랍지 않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선생님에게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선생님께서,


혹시 방과후에 학원을 보낼 계획이 없으시면, 제가 좀 봐줘도 될까요?


라고 말씀하시길래, 나는 호쾌한 목소리로,


완전 찬성입니다. 선생님이 봐주시면 저야 감사할 따름이죠.


아마 선생님이 내가 너무 호쾌하게 찬성을 해서 당황하신 모양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강사인데, 그런 내게


당신 자식이 수학을 못 하니까 내가 대신 수학을 가르치겠다


고 얘기를 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테고. 아마 내가 자존심 때문에 거절을 할것이라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겠으나, 나는 불감청(不敢請, 감히 청하진 못 하나)이 고소원(固所願, 본래 바라는 바)이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였으니까.


그리고 나서 네모돌이는 방과 후에 남아서 선생님과 수학문제를 푼다. 네모돌이는 3학년 곱셈과 나눗셈도 잘 못 해서 내가 네모돌이에게 풀라고 3학년 연산문제를 주었더니, 네모돌이가 학교에 가져가서 푸는 걸 선생님이 보셨나 보다. 그걸 보신 선생님은 네모돌이의 현재 상태를 깨닫고 다른 아이들의 진도와 다르게 네모돌이에겐 네모돌이가 할 수 있는 숙제 자체를 따로 내주셨다.


내가 네모돌이의 담임 선생님을 신뢰하고 맡길 수 있던 것은, 최소한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면 최신 수학교육과정을 모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의 수학교육과정은 주입식에 가까웠고, 이해보다는 계산 위주였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최신 수학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부터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많은 변화를 거쳐왔다.


이제는 교과서를 봐도, 심지어 문제집을 봐도, 계산위주가 아니라 그림으로 직접 이해시키려는 방향을 따른다. 그래서 네모돌이에게는 오히려 초등학교 선생님이 더 잘 알려주실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하다고 생각했던 내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네모돌이의 담임 선생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셨기 때문이다.


네모돌이가 3학년 계산을 잘 못 하더라도, 끈기를 갖고 반복해서 설명을 해주셨다. 그리고 혼내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 조금씩 조금씩 응원해 가며 네모돌이를 가르치셨다. 네모돌이는 집에 와서 자기 담임 선생님이 얼마나 좋은 분이신지에 대해 한참을 떠들 정도였다.


다행스럽게도 네모돌이는 조금씩 행복해질 기미가 보였고, 이제 곱셈과 나눗셈의 혼합계산 정도는 크게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내가 네모돌이의 교육에서 잘못된 사슬을 끊어내기로 마음먹자, 세상도 그에 맞춰 다른 결과물을 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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