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수학교육 에세이, 네모돌이 08편
언젠가 네모돌이는 친구와의 여러가지 문제 때문에 내게 조언을 구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 네모돌이가 내 조언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몇주일 후에 비슷한 이유로 다시 대화를 했을 때, 네모돌이는 내게,
아빠가 알려준 대로 했는데 효과가 없었어.
그러니까 네모돌이는 내 말을 무시한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진지하게 실천했던 것이다. 다만, 그 효과가 없어서 실망했을 뿐. 그렇다고 내 조언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상황은 그렇게 버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나는 그때 네모돌이가 충분히 착한 아이가 아닌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네모돌이는 엄마 아빠의 말을 듣지 않고 짜증을 낼까.
나는 이러한 가설을 세웠다. 네모돌이가 천성적으로 나쁜 아이는 아니다. 다만, 네모돌이는 짜증이 났을 때 그것을 잘 처리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일 뿐. 문제는 뇌에서 짜증을 내는 심리상태가 반복이 되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고 짜증이라는 감정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
조금만 참으면 이런 보상을 얻을 수 있는데, 왜 그걸 못 참는 건지 이해를 못 하겠다
라던가,
조금 더 짜증내면, 엄마 아빠가 엄청 폭발해서 너를 혼낼 것이니까 거기까지만 해.
라고 경고를 주어도 네모돌이는 항상 선을 넘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네모돌이가 멍청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짜증이라는 감정이 일상화되어 있다면, 애초에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조금만 참으면 네게 더 큰 이득이 올것이라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알아도, 감정적으로 당장의 짜증을 못 참는 것이 인간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나는 기브앤테이크로 네모돌이를 교육하는 것을 포기했다. 왜냐하면, 기브앤테이크 조차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상황에서만 기능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성적이지 않다면, 네모돌이와 같이 실패만 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기브앤테이크가 아니라 테이크앤기브로 바꿨다.
아니 어차피 주고 받는 것이니까 두개가 똑같은 말이 아니냐고? 그렇게 보이지만, 심정적으로는 전혀 다른 말이다. 내가 먼저 받고 나서 나중에 주는 것이 쉬울까, 아니면 내가 먼저 주고 나서 나중에 받는 것이 쉬울까. 그리고 이 경우 먼저 주고 난 후에 못 받을 확률이 더 크기도 하다. 당연히 네모돌이에게 먼저 주었다가 약속을 안 지키고 뒤통수를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크지 않은가.
나는 네모돌이의 착한 마음을 믿고, 네모돌이가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면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네모돌이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네모돌이를 위해 아무런 대가 없이 구체관절인형을 위한 적금을 들었고, 구체관절인형 카페에 데려가기로 했다. 그리고 아이폰, 아이폰 하며 핸드폰을 바꿔달라고 했던 네모돌이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핸드폰을 바꿔주었다.
그런 내 생각의 변화와 맞물려, 세상이 다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