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수학교육 에세이, 네모돌이 07편
예전에 스승님은 네모돌이의 교육에 대해 기브앤테이크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기브앤테이크가 인생의 중요한 개념이긴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는 교육에서 기브앤테이크 개념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대가가 없어도 해야하는 일이 있는 법이니까. 나는 공부라고 하는 것이 깨달음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보상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지만, 네모돌이처럼 공부에 흥미도 없고 싫어하는 아이를 가르칠 때에는 그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네모돌이의 교육을 위해 무언가 방법을 쓰기 시작할 때에는,
수학 한문제에 250원
이라는 식으로 보상을 걸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 실패했다. 네모돌이는 처음엔 좋다고 했다가 결국 하다가 지쳐 짜증을 내기가 일쑤였으니까.
네모돌이가 구체관절인형을 너무 좋아해서, 나는 수도권에 있는 구체관절인형 카페에 데려가는 것을 미끼로 네모돌이가 수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기브앤테이크를 걸었다.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 그나마 시간이 좀 남아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 규칙적으로 네모돌이와 수학을 한두문제씩 풀었다.
그렇게 한두문제씩 풀면 250원씩 적립이 되니 구체관절인형 카페에 갔을 때 뭔가를 살 수 있는 군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해줬지만, 네모돌이는 하루에 한두문제 푸는 것도 너무 힘들어 하며 짜증을 냈다. 그 와중에 나도 같이 짜증이 나서 표정이 굳어졌고, 네모돌이는 끝까지 기분 좋게 공부를 마친 적이 별로 없었다. 그 과정에서 목소리가 높아지면, 와이프도 참전하여 점점 아수라장이 되어갔다.
나는 네모돌이에게 무언가를 해주기 위해서 기브앤테이크를 걸었지만, 네모돌이는 그것을 참으면 보상을 받을 것을 알면서도 참지 못 하고 짜증을 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네모돌이를 키우면서 나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선택을 했던 것일까. 혹시 지금까지의 선택지 중에 좋은 선택지가 있었을까. 나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나는 네모돌이에게 해준 것이 별로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내가 그렇게 나쁜 아빠는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좋은 아빠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데 나는 네모돌이의 교육을 위해서, 그리고 내가 경제권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네모돌이에게 선물을 준 적이 한번도 없었다. 네모돌이가 언젠가 내게,
아빠는 왜 내 선물을 안 줘?
라고 물었을 때도,
아빠가 번 돈은 전부 엄마한테 줘서, 엄마가 준 선물에 아빠가 준 선물이 섞여 있는 거야.
라고 말은 했지만, 네모돌이의 입장에선, 아빠가 뭘 사준 적이 별로 없으니 당연한 의문인 것이다. 아니, 네모돌이와 같이 나도 용돈 받는 처지인데! 내가 무슨 돈이 있다고!
그러다가 네모돌이가 어렸을 때, 아빠한테 받은 선물이 하나도 없다는 것도 좀 그렇지 않나 싶기도 하고, 네모돌이에게 무언가 큰 돈이 필요할 때는 돈이 생길 때마다 쓰는 것이 아니라 저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나는 네모돌이에게 선언했다.
아빠는 지금부터 네게 구체관절인형을 사주기 위해 1년짜리 적금을 들 것이다.
네모돌이가 행동을 잘 하면 상으로 구체관절인형을 사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네모돌이에게 선물을 주고 싶고, 아빠가 돈이 없어서 1년 동안 돈을 모을 것이라고.
그렇게 나는 매월 2만원씩 12개월 동안 적금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