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움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 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받는 그 느낌 이것이야말로 불안의 원천이다.
기독교적 사고를 따른다면 다른 모든 사람과 같아지는 것이 전혀 재앙이 아니다. 머리가 둔하고 재능이 없고 미미한 존재들을 포함한 모든 인간이 신의 피조물이며, 신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 따라서 신의 창조물이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명예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이 예수의 중심적인 주장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중요한 부분에서는 근본적으로 다른 모든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는 인식이야말로 가장 고귀하고, 인간적인 깨달음이다.
알랭 드 보통, 『불안』
불안은 나를 더 나은 장소로 이끌기도 했지만, 해소되지 않을 땐 타인으로부터 숨게 하기도 했다. 자유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불안에 젖은 인정받고자 하는 노력일 때가 많았다.
두려움에 지배당한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자신감은 결여되고, 떠남보다는 머무름을 택한다. '내 주제에'라는 자기 검열과 '네 주제에'라는 타자 검열은 주변으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킨다.
그래서 내 정도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나보다 괜찮은 모습을 보이면 질투를, 내 정도가 아니라면 무시를, 그리고 내가 따라갈 여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격차가 크다면 찬사를 보낸다.
이런 여건 속에서 조건부 사랑을 하지 않는 일이 가능할까. 어떻게 하면 내 지위가 유지가 되어야만 타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이길 수 있을까.
그럼에도 네 겉모습만 보고 널 만났어라는 말을 듣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 이유는 조건 없는 사랑에 대한 욕구가 마음 깊은 곳에 남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중요한 부분에서는 다른 모든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는 걸 깨닫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본래 모습 그대로 사랑하려는 노력이, 나의 가치가 타인의 평가로 지탱된다는 착각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 사랑은 지위와 명성에서 오는 달콤함을 포기하는 사랑이고, 어떤 순간엔 '내 주제에'로 회귀하려는 태도에 저항하는 용기를 품은 사랑일 것 같다.
그리고 이 사랑은 무엇보다 자유로운 사랑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