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뵙지만 익숙하지요.
믿거나 말거나 모쏠은 아닌지 의심되는 girl.
부모님께 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을 단 한 번도 소개해드린 적 없다. 연애는 하고 다니지?라는 답변은 늘 바쁘다며 사치라며 회피했다. 면접 보는 날까지 입 다물고 있다가 교육까지 이수하고 입사 첫날임을 알리는 가 하면, 혼자 해외여행을 떠나는 당일에 통보했던 나라서. 혹여나 반대를 하면 어쩌지라며 식은땀으로 축축해진 손만 매만졌다.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고 이 사람과 결혼을 결혼을 하기위해 보여드리고 싶어요라고 할까 망설이다 통보식인 말투인 듯싶어 고민 끝에"팀원 소개로 만나게 된 사람인데 반듯하고 가치관이 맞는 사람이에요. 결혼 허락을 구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라고 소개했다. 면접보다 더 떨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긴장했던 모습이 무색하게 마음에 든다며 둘만 행복하면 된다며 흔쾌히 허락을 받았다. 2세를 낳는다면 나 또한 100% 신뢰할 수 있는 엄마처럼 딸에 선택에 믿고 응원해줄 수 있을까란 생각에 뭉클해졌다. 무뚝뚝한 딸이라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믿고 보살펴주신 부모님이 있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노라고 이제는 부모님이 받으실 차례라고 말이다.
상견례 일주일 전 우리가 할 일은?
결혼식 일자를 어르신분들이 여유롭게 잡으실 수 있게끔 상견례를 양가에 인사드리고 일주일 직 후로 잡은 것이 아쉬운 결말을 불러올 줄 예상하지 못했다. 장소는 서울과 충청도 사이로 정해야 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기, 사람이 붐비는 곳은 피하기, 주차공간은 여유 있는 곳으로 추리다 보니 오산으로 좁혀졌다. 한식, 중식, 일식에 대한 고민은 어색하고 불편한 자리라 체하는 경우도 있다는 조언으로 한식으로 정했다. 대화를 나눠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위해 룸으로 예약을 진행했고 좌식으로 안 했음에 박수를 친다. 관절이 약해서 앉는 자세가 고통인 어르신분들에게 불편감을 안겨주는 실수를 범하는 분이 간혹 있다 하니 주의해야겠다. 장소랑 시간을 예약하고 양가 부모님께 전달드렸다. 당일 30분 전 도착해서 자리 확인하고 남자 쪽에서 한다 여자 쪽에서 한다는 말이 많은 식사비용은 반반 부담했다. 정답은 없는 부분이라 어느 쪽에서 계산할 것인지 상의 후 미리 계산해두는 걸 추천한다.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에요.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양가에 한우를 전달드렸던 터라 상견례 선물을 따로 생각하지 않았다. 몸은 가볍게 마음은 무겁게 갔다. 친정부모님이 먼저 도착해서 자리를 안내드리고 나니 시부모님께서 주차를 하시고 오시는 게 보였다. 손에 무언가 들고 계신 게 아닌가. 그것은 바로 꽃바구니였다. 오 마이 갓 소리 지를 뻔했다. 감사함보다 챙기지 못한 죄송한 마음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딸을 먼저 시집보내보신 시어머님께서 걱정스러운 마음을 꿰뚫고 친정어머님께 선물로 준비해주셨다고 했다. 이보다 훈훈한 상견례가 있었을까 싶다. 감사하게도 집 안대 집안의 행사이기 전 너희가 행복하면 그걸로 됐다며 예식장 위치부터 예식일 이외 선택권을 넘겨주셨다. 잊지 못할 한 문장이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반듯하게 키워주시고 저희 집에 시집보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나라는 존재만으로 감사하고 걱정 없다고 하셨다. 20대 초반 코 흘리게 당시 만나던 남자 친구 어머님께서 몰래 불러 세우더니 한마디가 떠올랐다 "결혼할 사이 아니니까 집에 불러서 밥같이 먹는 거 알지?"라고 말이다. 어쩌면 이 사람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결혼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평생 동안 시댁이란 존재에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겠구나 운이 좋은 사람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상견례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은 상당하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어르신들이 동행한 것일 뿐 대화로 풀어갈 여지가 충분히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무게가 있는 대화가 오가는 시간이지만 의사소통에 있어 오해 없이 소통하기 더없이 좋다. 집안에서 나온 얘기를 각자 친정과 소통했는데 결혼 준비 중간과정에서 갑작스레 예단을 하고 싶다고 한다거나 하는 소통 부재로 인한 잡음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과감하게 터놓고 얘기를 하는 걸 추천한다.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지만 말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고 일만 키울 뿐이다. 상견례 때 무슨 얘기를 하면 좋을까 고민해보았지만 가장 보편화된 부모님의 관심사, 취미를 미리 알아두는 게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그와 서로의 칭찬을 많이 했던 게 분위기를 한층 좋게 만들어줬다. . “하나에 집중하면 주변을 신경 쓰지 못하는 저와 달리 말 없이 챙겨주는 섬세한 모습에 반했는데 오늘 보니 아버님께 배운 것이었네요”처럼 말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데 특효약이다. 손발이 오그라 든다면 "어머님 밝은 색상 상의를 입으시니 원래도 고우시지만 더 화사하시고 예쁘세요"처럼 옷차림에 대한 칭찬으로 대체해도 무방하다.
아쉬움이 남는 상견례를 하지 않기 위해 미리 소박하더라도 작은 선물을 꼭 챙기길 추천한다. 상견례가 끝나고 결혼 준비가 마무리가 될 때쯤 손 편지를 친정부모님께서 보내온 선물과 함께 보냈다. 먼저 내밀어준 배려 덕분에 시부모님께서 오지 말라고 하셔도 가야 한다며 확고한 고집을 부리고 있다. 새로운 가족의 품으로 물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