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평생 다시 오지 않는다.
오늘 아침, 여느 때와 다름없는 시간에 일어났다. 이부자리를 개고, 방을 대충 치운 다음 내 담당이 되어버린 고양이들 화장실 2개를 정리하였다. 집에 같이 사는 고양이가 4마리나 되어 매일 화장실을 치워도 매번 치울 양이 상당하다. 고양이 화장실 모래 속의 배변들을 어떤 사람들은 감자 캐기라고 하더라. 오늘도 많은 양의 감자를 수확하였다. 모래가 부족해져서 새 모래를 뿌려주고, 화장실 주변에 떨어진 모래들도 빗자루로 깨끗이 쓸어 담았다. 오랜만에 타일에 눌러 붙은 찌든 때도 물티슈로 다 닦아내었다. 다용도실이 한결 깔끔해졌다. 내일은 재활용 물건들을 정리하리라 마음먹었다. 머리를 후다닥 감고 아내가 차려준 아침밥을 챙겨 먹고 출근길을 나섰다.
버스정류장으로 내려가는데, 어떤 사람이 정류장 방향으로 다급하게 뛰어간다. 덩달아 나도 같이 뛰었다. 버스가 와 있고,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나도 얼른 그 대열에 끼어 버스 타기에 성공하였다. 회사 1층에 도착해 엘리베이터 상황을 보니 모두 올라가는 중이었다. 기다리는 것보다는 운동을 하는 게 낫겠다 싶어 계단으로 사무실까지 올라갔다. 막판에 숨이 가빠졌지만, 허벅지는 좀 더 딴딴해졌다.
오전 일정을 마치고 동료직원들과 점심을 먹었다. 주문한 메뉴에 대해 얘기하다가, 워크숍 다녀온 얘기, 요즘 핫한 MZ세대 얘기, 입직경로 얘기로 이어졌다. 지역인재 선발로 들어온 이들은 거의 과 수석이라는 얘기를 듣고 모두들 놀라며 그에 관해 한참 깔깔대며 우스개 소리를 나눴다.
오후 일과도 마치고 퇴근준비를 하고 퇴근을 하였다. 보통 출근 때나 퇴근 때 한 번은 걸어서 다닌다. 집으로 걸어가다가 설문조사에 응하여 받은 백화점 상품권 1만 원권이 생각나 잠시 백화점 지하에 들렀다. 백화점 지하 식품코너가 오후 6시 이후 타임세일을 하여 요즘 인기가 많다는 얘기도 들었다. 역시나 하나 1만 원 하는 샌드위치가 2개 만원이다. 하나 6~7천 원인 빵도 2개 만원이다. 샌드위치 2개와 빵 2개를 샀는데 내 돈은 1만 원만 썼다.
집에 와서 애들과 빵과 샌드위치 그리고 냉장고에 있던 만두로 저녁을 간단히 해결했다. 저녁을 먹으며 '생방송 저녁'에 나오는 비닐하우스 재배 바나나(우리나라 남도에서 바나나를 재배하다니...)를 구경하고, 방부제가 없어 껍질채 바나나를 먹는 모습도 놀라며 보았다.
저녁을 먹고 노트북을 열어 브런치스토리에 들어오니 이번 달에 글을 2개밖에 쓰지 않았고, 그래서 조회수도 바닥을 치고 있음을 확인했다. 발행하지 못하고 저장해 놓은 글을 살펴보았으나 매듭이 지어질 만한 글이 없었다. 이전에 발행된 글 목록을 훑어보니 내 생각은 정리하였지만, 정작 내 일상 혹은 삶에 대해서는 쓰지 않았고, 그래서 내가 보더라도 내 글은 슴슴하고 재미가 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소한 일상의 작은 사건들이 모여 내 삶을 만들어간다. 거창한 대의를 좇거나 아무리 큰일을 겪더라도 삼시세끼 밥을 챙겨 먹고, 방을 정리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출퇴근을 하는 일상은 계속되고 있고, 삶을 살아가는 한 그런 소소한 일상은 계속될 것이다. 소소한 일상에서 작은 즐거움들을 느끼고, 만드는 것이 참 중요하고, 그런 순간들이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중한 내 일상에 대해서도 기록으로 남기고 싶고, 일상의 소중함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