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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수아 Mar 21. 2022

오늘도 나는 빵을 굽는다.

날이 따뜻해지니 발효종이 착하게 잘 부푼다.

난방을 잘 안 하기도 하고 새 집으로 이사 와서 예전 집 온도와 환경에 적응해서 인지 두 배로 부푸는 시간을 감잡는데도 한참 걸렸다.

유튜브 빵 선생님들이 늘 강조하듯이 똑같은 온도, 똑같은 계절이어도 발효종이 있는 그 자리의 환경이 달라지면 맛과 향, 또 팽창 등이 너무나도 다른 각각의 발효종이 나온다고 했으니까.

 Sourdough(사워도우), 르방(levain), 천연발효종 모두 같은 의미이다.

밀가루와 물을 혼합해서 실온에 두고 공기와 살짝 접촉시키면 밀가루에 혼합된 미생물이 자연적으로 배양되어 발효를 일으키는 원리를 말한다.

이 아이들(살아있는 미생물이라 나는 발효종을 아이들이라 부른다 ^^)은 기존의 발효종에 동량의 밀가루와 물을 주어 배양시키는 것을 흔히 먹이주기라고 하는데 천연 발효종 빵을 만들려면 보관 중인 발효종에 먹이주기를 해서 충분히 부풀었을 때 그것을 빵에 이스트 대신, 혹은 이스트와 함께 넣어 빵을 만든다.


왼쪽은 반나절이 지나 충분히 두 배 이상 부푼 발효종 오른쪽은 4시간 정도 지나 힘차게 부푸는 모습. 맨 오른쪽은 냉장고에서 꺼낸 직 후 (먹이주기 전) * 병뚜껑은 살짝 공기가 통할만큼만 열어둔다.




탄수화물은 줄여야 하고 빵은 먹고 싶고


내가 천연발효종 빵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의 시작과 시점을 거의 같이 한다.

내 브런치 중 코로나 시대의 매거진에도 쓰여 있지만.. 천연발효종을 키우고, 먹이 주고, 빵을 반죽하고 굽고 하는 과정은 시간과의 싸움이 아니라 시간을 온전히 써야 하는 일이라 집콕의 시대에 이만한 몰입감을 주는 행위가 없어서였다.

책을 읽고 글을 쓰다가도 산만해지면 나는 냉장고에 잠자고 있는 발효종 아이를 한 병 꺼내서 깨우기를 한 다음 먹이를 주고, 부풀기를 기다려 다음 날의 빵 만들기를 준비하곤 했다.

코시국에 몰두할 수 있는 일로 '근력운동'이 추가되면서 만든 만큼 즐겁게 먹던 발효종 빵이 점점 쳐지기 시작했지만 지인들, 그리고 소화가 잘되는 빵을 좋아하시는 엄마에게 선물하며 그 빈도를 줄였을 뿐 멈추지 않았다.

천연 발효종 빵은 같은 밀가루로 만들지만 발효된 유산균 특유의 산미와 소화력을 갖고 있고 무엇보다 이스트로만 만들어진 빵이 갖고 있는 거북한 팽창력이 없어서 개인적으론 부담감이 없다고나 할까?

발효종 자체를 통밀과 강력분을 혼합하거나, 반죽에 중력분의 소프트함과 강력분의 빵빵함을 섞어 본다던가 하며 같은 레시피를 이용해 여러 가지 다양한 맛의 빵을 만들며 길고 지난했던 코로나의 3번의 계절을 넘기고 있다.

 통밀과 강력분의 천연 발효종 빵 반죽.                                                 예열된 오븐에 넣고 오븐 스프링의 과정 지켜보는 중


무반죽의 매력에 빠지다.


여기서의 "무'는 반죽기계를 쓰지 않는다의 뜻이다. 즉 손으로 치대지 않고 접기만을 반복해서 글루텐을 형성하는 방법인데 그러다 보니 내가 만드는 빵들은 소금, 물, 밀가루. 천연발효종, 그리고 꿀 이 들어가는 게 전부.

우유, 버터 등이 들어가는 겹겹의 층이 나오는 반죽은 아무래도 반죽기의 도움이 필요하다.

접어주기를 시간 차를 두고 반복하며 무념무상으로 타이머의지하며 접고, 휴지하기를 반복할 , 반죽은 착실히 부풀고, 풍미와 윤기가 더해간다.

예전에 빵집을 잠깐 했던 사촌동생은 새벽마다 일어나서 빵을 만드는 생활이 정말 힘들었지만 반죽을 손에 만질 때마다 그 부드러움과 쫀득함, 손안에 품어지는 그 찰진 친밀감에 더 없는 충족감을 얻는다고 말했었다.

그 뜻을 나는 빵을 만들면서 200% 동감했다.

오로지 집중하며 드는 생각은 "부디 맛있어져라, 제발 잘 부풀어라."

매일 매일의 빵은 매일 매일 다 다르다.

반죽기 없이 손 반죽만으로도 겹겹의 모닝빵을 만들 수 있다. 단 4시간 이상의 접고, 기다리고 과정을 즐긴다면^^



충분한 발효가 안된 발효종을 사용하면 이런 딱딱하고 부풀지 않는 빵이 나오기도 한다.

 독일에서 먹었던 브레첸이 먹고 싶어 만들어본 독일빵 (레시피는 YOUTUBE 독일빵 고모 )


우울할 때 만든 빵맛은?


하하하. 그래도 맛있다! 발효종이 잘 준비됐고, 수분율을 잘 맞췄다면 말이다.

오미크론 확진으로 온 가족 자가격리의 시련(?) 중에도 나는 매일매일 빵을 굽고, 코로나 일지를 써가며 일상으로 돌아오려고 나를 북돋웠다. 지지하는 후보가 쓸쓸하게 퇴장한 날도 발효종을 냉장고에서 꺼내 차가운 병이 다시 따뜻해 지기를 기다렸다.

유튜브와 인스타, 그리고 브런치에 수많은 나의 빵 선생님들이 나만의 빵 굽기 theraphy를 지원 사격해주신다.

가족들은 넘쳐나는 빵 공세에 이제는 복에 겨워 본체만 체 하지만 아직도 나는 오븐에서 갓 나온 내 빵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

오븐에서 갓 나온 오늘의 빵. 소리가 맛을 대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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