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설픈 과거와 현재

이야기 그 자체로 완성할 수 있는 나의 역사

by Rootin

나는 어설프게 살아왔다. 어설펐으나 나의 역사는 결국 이야기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어떻게든 된다는 말이다. 완성하고자 하는 감정과 매듭을 짓고 싶다는 목적이 있다면 말이다. 그 여행의 끝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었다. 일단은 그 상황 별로 최선이라고 생각한 선택지를 골랐을 뿐이다. 좋든 싫든 망했든 성공했든 그것은 역사가 되었다. 어렸을 때 꿈꿨던 찬란한 상태로 조각되는 영웅담도 아니었고, 승자가 기록한 성공담도 아니었다. 처음부터 정해진 서사는 없었다. 이야기는 어설펐던 시점에서 시작했다. 내면에 숨겨져 있는 결핍, 좌절되어 복구하고 싶었던 노력, 악몽 같은 현실에서 생겨난 트라우마, 단절된 희망을 극복하려는 도전은 모두 좋았던 시점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다. 끝내 어떻게 좋아졌는지보다는 끝나기 전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발견해야 했다. 그것이 삶의 의미라고 생각했다.


죽음의 수용소를 다녀온 적도 없고, 철학 논문을 쓴 적도 없지만, 삶에서 의미가 나타나는 때는 어설프다고 기억되는 순간이었다. 당시의 내가 비뚤어진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더라도, 판단에 착오가 있었더라도, 논리와 이성에 오류가 생겼더라도, 결국 선택했던 행동과 그로 인한 장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무리수를 두었든, 평범한 수를 두었든, 그 수를 쓰기로 마음을 먹은 당사자가 자신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지와 목적은 다른 데 있지 않았다. 가장 위태롭고 흔들리고 자존감이 낮았다고 생각했던 때의 서사가 기억되었다. 그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완성품에 가까웠다. 결과적으로 실패하지 않을 것 같고 논리와 근거가 탄탄한 계획에서 보다 훨씬 더 진정성이 농후하게 담겨있었다.


과거로부터 재생되고 있는 나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지금의 나를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현재의 모습에 대해 어떠한 평가를 하겠다는 가설을 만들지 않고 그 과거에 행동했던 것처럼 일단은 또 하나의 완성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언제나 앞으로도 나는 어설플 수밖에 없다. 경험을 통해서 깨달아가고, 다른 시도를 추가하고, 그 자체로 여행을 하는 그 자체만 남아 있다. 결과적으로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느냐에 대한 결말이라는 것은 없다. 이야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생긴 현재의 또 다른 어설픈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미래의 나를 만난다고 생각해본다. 그때의 나는 어설펐으나 또 그 나름대로의 고민과 난관을 극복하고자 하는 굴레에 갇혀 있을 것이 분명하다.


어설펐으나 다시 돌아간다고 하여도

그대로 재현할 것이다.

어설펐으나 나의 역사는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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