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행을 결심한 이유

Ep 21. Why I Decided on Denmark

by 롤라

유독 기억에 오래 남는 장면들이 있다. 어릴 적 덴마크라는 나라에 대해 처음 알게 된 순간이 그랬다.

KakaoTalk_20250825_061806952.jpg Copenhagen, Denmark

한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던 중이었는데, 저 멀리 북유럽에 있는 덴마크라는 곳이 전 세계의 수많은 나라 중 국민행복지수 1위 국가라는 사실이 뇌리에 박혔다. 우리나라는 높은 자살률로 세계 1위 수준인데, 덴마크는 높은 행복지수로 세계 1위라니. 도대체 무엇이 다르길래 그럴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 궁금증은 커서도 마음 한편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다 2년 전, 존경하는 친구 K가 내게『나의 덴마크 선생님』이라는 책을 추천해 줬다. 그날 나는 제주에 있는 한 도서관에 앉아 이 책을 단숨에 정독했다. 한 중년의 한국 여성이 덴마크에 가서 IPC(International People's College) 라는 학교에 다녔던 실제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었는데, 책에서 소개하는 IPC는 늘 내가 상상하고 꿈꿨던 학교의 모습 그 자체였다.


시험도 성적도 없는 이 세계시민학교에서는 전 세계 각국에서 온 젊은이들이 함께 생활하며 민주주의, 환경, 평화, 인권 같은 주제들을 토론하고 탐구한다. 덴마크에는 학생이 자기 삶의 방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이런 형태의 폴케호이스콜레(Folk High School)가 70여 개나 있다고 했다. 당시의 나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기에 바로 덴마크로 떠날 수는 없었지만, 언젠가는 꼭 가서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첫 퇴사를 하게 되면서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퇴사 후 필리핀에서, 뉴질랜드에서 이미 약 한 달씩 시간을 보냈고 심지어 부모님과의 유럽 여행도 앞두고 있었던 터라 이 상황에서 덴마크 프로그램에 시간과 비용을 더 투자해도 되는 걸까, 하는 고민이 고개를 들었다. 또 하반기에는 일을 다시 시작할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지금 시점에는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이직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임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그래왔듯 나는 다른 선택을 했다. 지금이 아니면 이 학교에 갈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만일 또 한번의 기회가 오더라도 더 어른이 된 후에는 지금보다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아질 테니 더더욱 선택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마음을 굳게 먹고 용기를 내어 지원서를 작성했다.

화면 캡처 2025-08-25 213735.png IPC Acceptance letter

합격 통지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고 들었는데, 이틀 만에 입학 승인 메일을 받았다. 부모님과의 행복한 유럽 여행을 마치고 일주일 간 한국에서 강의와 워크숍으로 바짝 돈을 벌고 나서, 곧바로 덴마크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십여 년 전 어린 마음에 품었던 궁금증이 나를 다시 한번 도전의 여정으로 이끌었다. 앞으로 몇 주간 덴마크에서 무엇을 경험하게 될지, 그곳의 사람들은 어떨지, 그리고 그 경험이 내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일단 발을 내딛지 않으면 이 길이 어떤 길인지 평생 모를 것이고, 가지 않은 길은 오래도록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비행기는 이륙했고,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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