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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리원 May 07. 2024

나는 오키나와를 사랑한다

기시 마사히코의 처음 만난 오키나와

 나는 오키나와를 사랑한다

 내가 오키나와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곳의 기후, 환경, 에메랄드빛 바다. 이국적인 풍경, 한국인과 비슷한 오키나와인의 습성 등을 보며 혼자 느끼는 친밀감 등, 외적인 요소다. 그야말로 피상적이다. 겉만 핥는다.



 한국인인 내가 기껏해야 오키나와에 가서 하는 건 평화기념공원의 한국인 위령비를 방문하는 것이다. 오키나와에서 목숨을 잃은 조선인을 추모하는 것으로 정체성을 확인하며 자위하는 정도다.



오키나와 평화기념공원




 일본의 사회학자 기시 마사히코는 그의 저서 <처음 만난 오키나와>에서 일본의 본토인은 오키나와인에 대해 아직도 식민주의적인 감각이 있다고 말한다. 오키나와를 사랑한다는 것은 식민주의적 욕망이라고.  그는 오키나와인에 대해 침략당한 민족이라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에 대한 차별이라고 말한다.



 오키나와는 무엇인가, 진짜 오키나와는 어디 있는가

묻는 그의 책을 읽으며 나는 어딜 다녀온 건가 생각한다. 일본인가  오키나와인가 아니면 사라진 류큐였나



 저자는 오키나와를 생각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오키나와를 생각하며 가슴으로 우는 사람이었다. 그는 오키나와를 사랑한다는 말로 욕망하지 않고, 오키나와의 상실과 실존 그 다양성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또 받아들이려는 사람이다.




나하의 거리를 걷다가 나이 드신 분과 스쳐 지날 때면 늘 이분은 어떤 인생을 사셨을까 생각한다 p.141



당신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까..

누군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궁금한 적 말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어떤 대상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대체 무엇일까.  나는 얼마나 상대를 알고 있을까. 잘 안다면 그건 그의 본모습일까. 만들어진 모습일까. 깊은 내면까지 속속들이 알게 되어도 사랑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를 생각할 때 울 수 있을까.





어째서 나는 그 쓸쓸한 풍경을 자꾸 떠올리는 걸까 p.177
오키나와가 안고 있는 '역사와 구조' 문제는 저 쓸쓸한 거리 풍경에 대한 시각적인 기억과 어딘가에서 이어져 있을 것이다 p.178



 좋은데 왜 좋은지 설명할 수 없고, 그냥 마음을 울린다면 나는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잘 설명할 수 없는 떤 그런 것이 자꾸 떠오르는 것이니까.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자문하고, 규정짓지 않으려 하고, 성찰하듯 본토(일본)를 보는 저자의 태도에서 그의 오키나와에 대한 애정과 존중이 보인다. 이게 사랑 아니면 무엇일까



성찰은 자기 중심이 아닙니다. 시각을 자기 외부에 두고 자기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자기가 어떤 관계 속에 있는가를 깨닫는 것입니다. 겸손은 자기를 낮추고 뒤에 세우며, 자기의 존재를 상대화하여 다른 것과의 관계 속에 배치하는 것입니다.
<담론>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p.72 


 

성찰이 수반된 사랑이어야, 우리는 그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여행에세이를 쓴답시고, 사진첩을 들춰보니 오키나와를 네 번이나 다녀왔더라. 그러나 이 책을 한 번 읽은 것보다도 오키나와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여전히 나는 한국인이라 기시 마사히코처럼 오키나와를 깊숙이 애정하지 못한다. 나는 오키나와보다 제주에 더 자주 갔고, 일본보다 북한을 더 생각한다. 좀 생뚱맞지만 나는 그렇다.  



 쓰다 보니 여행에세이인지 책리뷰 지 모를 글이 되어버렸다. 오키나와를 사랑하는 것이 대체 무어란 말이냐고 머릿속 혼란에 질서를 부여하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쓰지만 내게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집요함이라곤 조금도 는듯 하다.


  확실한 건 다음에 오키나와 간다면 내 마음은 더 깊어질 것다. 투성이 오키나와를 보듬고 감싸주듯이.










※ 일본은 다른 나라였던 류큐를 무력으로 병합하여, 오키나와현으로 반강제적으로 편입시켰다. 천황제를 지키기 위해 지상전을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27년에 걸쳐 미국에 양도하여 군사기지를 건설하게 했으며, 미국 점령이 끝난 뒤에도 기지를 잔존시켰다. <처음 만난 오키나와. 기시 마시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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