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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재바이브 Oct 22. 2024

모방 1 - 인류 문명의 중요한 단서

모방은 인류 문명의 중요한 단서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를 모방하기 시작한다.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유아는 부모의 다양한 표정과 행동에 반응하며 모방하기 시작한다. 엄마가 웃으면 아이도 따라 웃고 엄마가 ‘엄마’, ‘아빠’, ‘맘마’ 라 하면 아이도 따라 말하려 한다. 아이는 처음 부모조차 알 수 없는 옹알이로 시작해, 차츰 음성의 체계를 잡으며 또렷한 발음으로 말한다. 단순히 단어를 따라하는 게 아니라 그 의미를 알고 용도에 맞게 사용한다. (내 아들은 어렸을 때 엄마가 뭔가를 하지 못하게 했을 때 간절한 눈빛으로 ‘아빠’라는 단어를 사용하곤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모방의 행동은 인간에게만 있을까? 그렇지 않다. 대개의 고등동물은 본능대로만 활동하지 않고 부모에게서 생존 기술을 배우는 학습의 단계를 거친다. 얼마 전까지 내가 일하던 일터에서는 여러 마리의 야생고양이들이 살고 있어서, 때때로 새로 태어난 새끼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새끼들이 귀여워 몇몇 직원들이 다가가려 하면 어미는 극도의 경계의 눈으로 레이저를 쏘며 바라본다.) 새끼들은 잔디밭에서 서로 뒹굴며 노는데, 이를 통해 민첩함과 체력을 키운다. 또 어미의 수많은 행위를 보고 따라하며 생존에 필요한 지식을 익히기 시작한다. 어미가 낯선 사람을 보고 도망가면 새끼들도 쏜살같이 사라진다. 이 과정이 되풀이되면 새끼들은 낯선 사람은 피해야 하는 것으로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 (어미 고양이가 사람을 피하지 않는 것을 보고 자란 ‘고양이의 천국, 터키’에서는 야생고양이들이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또 어미가 곤충과 작은 동물을 사냥하는 것을 지켜본 새끼들은 성장 단계별로 비슷한 사냥 행위를 따라하게 된다. 이렇듯 ‘모방’은 인간에게나 동물에게나 생존에 필요한 것을 익히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학습 방식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누군가 이렇게 질문할 수 있다. 생존 기술을 익히기 위한 ‘모방’이라는 행위가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라면, 왜 수많은 동물 중에 인류만이 창의적인 문화와 문명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나는 이 문제에 대한 작은 해결의 실마리를 나는 한 기사에서 찾을 수 있었다.

 * 네이버 포스트, ‘리서치페이퍼’의 <유인원과 다른 인간만이 가진 능력, 모방> 중 -


2017년 8월 <아동발달연구학회>는 영국의 버밍엄 대학과 더럼 대학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아이들의 모방 행동과 인간과 가장 가까운 유인원으로 알려져 있는 보노보(일명 피그미침팬지)의 모방능력을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보노보는 아이들이 하듯 다른 사람을 따라하는 능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히 주목할 점은 아이들은 어떠한 기능적 필요성이 없는 모방행위도 기꺼이 따라 한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보노보는 아무 이유 없는 모방행위는 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것이 인간 모방 능력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세부 실험 내용>  

연구팀은 3~5세의 아이 77명과 훈련되지 않은 보노보노 46 마리의 모방행동을 비교했다. 연구자들은 보노보에게 보상물이 담긴 작은 상자를 보여주었고, 상자를 열기 전에 상자 위에서 손을 흔들거나 허공에 가상의 선을 긋는 등의 장난스러운 행동을 취했다. 이후 별도의 지시 없이 아이들에게 상자를 건넸다.

 결과는 어땠을까?

 3~5세의 아이들은 대부분 상자를 열기 전, 실험자들이 상자 위에서 한 장난스러운 행동을 따라한 반면 보노보노들은 어떠한 행동도 따라하지 않았다고 한다. 연구팀은 “비록 몇몇의 동물들이 일부 제한된 모방 능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모방 행동은 인간에게서만 나타나는 뚜렷한 목적 없는 모방 행위와는 다르다”는 말도 덧붙였다.


위 실험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인간은 뚜렷한 목적이 없는, 즉 생존에 꼭 필요하지 않은 일이라도 호기심을 느끼면 타인의 행동을 모방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먹을 게 나오는 일이 아닌데도 그냥 재미로 뭔가를 따라한다는 것이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현대 할리우드에서도 제1 교본으로 여겨지는 ‘시학’이라는 책에서 일찍이 이러한 점을 언급했다.


그는 "인간은 모방적 행동 성향을 타고나며, 모방을 통해서 지식의 첫걸음을 내딛는다는 점에서 다른 동물들과 다르다. 또 모든 사람이 모방적 사물(그림, 조각 등등)에서 즐거움을 얻는다"라고 했는데, 인간의 이러한 두 가지 특성으로 인해 ‘시(예술)’가 탄생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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