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리 바다/ 지중해로의 항해
제주 여행 삼일차, 어젠 우도에서 바람 속을 걸으며 하루를 보냈다. 오늘은 쉬엄쉬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첫 번째 일정은 월정리 해변에서 브런치 먹기였지만 어젯밤부터 속이 불편해 숙소 옆 식당에서 백반 정식으로 아침을 먹었다. 아침 식사 후 바로 월정리 해변으로 향했다. 성산에서 201번 버스를 타고 구좌중앙초에서 내려 십 분쯤 걸으면 월정리 해변이다. 월정리는 '달이 머무는 곳'으로 운치 있는 이름을 지녔다.
해변의 햇살은 따가웠지만 바람이 불어 시원하다. 푸른 하늘 덕분에 바다 빛깔도 예쁘다. 모래밭에 부서지는 하얀 파도 너머로 연록, 연하늘, 파랑, 청록, 남청이 어우러진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빛이 없으면 색깔도 없다. 태양빛 덕분에 다채롭고 아름다운 바다 빛깔을 볼 수 있으니 오늘도 쾌청한 하늘이 마냥 고맙다.
이른 시간이어선지 백사장 위론 파도만 왔다 갔다 할 뿐 오가는 사람들이 없다. 해변의 나무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카페 '토끼 문'으로 들어갔다. 오래 앉아 있을 것 같아 커피에 딸기 쉐이드까지 주문하고 가장 편안하고, 바다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모래밭 위 접혀있던 파라솔이 하나 둘 펴지기 시작했다. 모래밭을 걷는 사람, 수영하는 사람, 물놀이하는 사람, 서핑 배우는 사람들로 해수욕장은 금방 북적인다. 카페에서 두 시간을 보내고 나와 따가운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해변을 걷는다. 바다 빛깔에 해변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해변 양끝까지 두 번이나 걸었다.
두 번째 일정은 고성리에 있는 '빛의 벙커' 미디어아트 감상이다. 지금 전시 중인 주제는 '모네, 르누아루....샤갈 ㅡ 지중해로의 여행'이다. 모네, 르누아르, 뒤피와 샤갈, 파울 클레 등 이십 명에 달하는 지중해 화가들의 명화를 전시하고 있다.
빛의 벙커 미디어아트 감상은 두 번째이다. 이곳에선 거대한 벽면과 바닥을 채운 강렬하고 다채로운 색감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빛과 색이 만들어내는 예술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번엔 내가 좋아하는 모네와 샤갈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한 번으로 아쉬워 두 번씩 감상하느라 에어컨 때문에 추운 벙커 안에서 두 시간을 머물렀다. 밖으로 나왔을 땐 뜨거운 햇살이 반가울 정도였다.
오늘 여행 주제는 자연스럽게 '빛과 색'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