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시에 출발하는 우도행 배를 타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숙소에서 선착장까지 십여분 걷는데도 푹푹 찌는 더위와 아스팔트 지면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로 금방 땀이 흘러내린다. 우도는 늘 한 여름에 갔었다. 갈 때마다 땡볕 속을 걸었다. 오늘도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 얼마나 걸을 수 있을까.
성산항에서 우도 하우목동항까지는 뱃길로 십오 분이다. 우도 가까이서 바라보는 성산일출봉과 성산 바다, 오름이 어우러진 풍경이 비경이다. 어제 일기예보에 따르면 오늘 오전에 비 소식이 있었는데 해가 쨍쨍하다. 뜨거운 햇살, 하얀 구름이 떠가는 하늘, 남청 빛 바다. 여름 한가운데의 풍경이다.
성산항에선 한 발짝 떼기가 힘들 만큼 더웠는데 우도에 내리자 바람이 분다. 시원한 바람이 금방 더위를 날려준다. 모자가 날아가고 몸이 휘청일만큼 거센 바람이다. 짙푸른 바다에는 바람이 만들어내는 하얀 바다꽃이 무수하게 피었다가 스러지고 다시 핀다. 바닷가 옆 낮은 언덕 위 풀잎들이 한없이 휘어진다.
우도 올레길은 다섯번째다. 그런데 오늘 처음 시원한 바람 속을 걷고 있다. 오늘 부는 바람이 선물처럼 느껴져 발걸음이 가볍다. 몇번씩 모자를 다시 눌러쓰고, 날아갈까 부여잡고 걸으면서도 온 몸을 흔들어대는 바람이 마냥 좋다.
우도봉 오르는 길, 거세진 바람이 풀잎을 사정없이 몰아친다. 낮게 엎드린 거대한 무리의 풀잎들이 위쪽으로 몰려간다. 풀숲을 달리는 말의 말갈기, 말을 타는 남자의 긴 머리칼, 남청빛 바다 위로 몰려다니는 수천마리 하얀 물고기 떼....이 모두가 바람이 만들어내는 풍경이다. 우도에 몇번 왔었지만, 오늘 만난 바람 속 우도가 가장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2022. 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