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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eek Nov 01. 2020

Fuck Tha Police!

N.W.A

3집: 갱스터 랩은 힙합 정신을 망쳤을까

16. Fuck Tha Police!


하지만 힙합의 탄생이 꼭 인종차별이나 사회 문제와 연관된 것은 아니었듯이, 갱스터 랩의 출발이 완전히 저항정신에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서부 갱스터 랩의 시초라 불리는 'Ice-T(아이스-티)'의 <6 In The Mornin'>(1986)은 단순히 갱단을 위한 노래를 만드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아이스-티는 LA의 가장 큰 갱단 중 하나인 'Crips(크립)'의 지원을 받는 뮤지션이었다. 당시 LA는 마약 문제로 악명이 높았는데, 도시에 갱단이 600여 개가 있었고, 단원은 7만 명이 넘었다. 이들은 도시에서 가장 위험한 집단이지만 동시에 게토에서 가장 성공한 집단이기도 했다. 그래서 게토 출신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갱단에 속하거나 갱단과 가까이 지내야 했다.


아이스-티가 크립과 어울리며 그들의 일상을 랩으로 만든 것이 <6 In The Mornin'>이다. 아침 6시, 경찰의 문 두드리는 소리를 피해 창문으로 도망치며 시작되는 갱단의 하루를 그리고 있다. 아이스-티는 단지 그들과 친해지고 돈을 벌기 위해 이 곡을 썼다고 말했는데, 그럼에도 곡의 후렴에 게토 흑인들의 현실이 그대로 묻어난다.


But just living in the city is a serious task
(하지만 도시에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야)
Didn't know what the cops wanted, didn't have time to ask
(경찰이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 물어볼 시간도 없지)


법을 어겼건 어기지 않았건, 무조건 강경진압을 일삼는 경찰에 대한 반항의 심리는 당대 게토 흑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이었다. 갱스터 랩은 공권력의 횡포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갱스터'라는 가상의 슈퍼히어로를 제공하면서 순식간에 음반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있던 그룹이 바로 'N.W.A(Niggaz Wit Attitudes)'다.


N.W.A는 힙합 최고의 스타 중 하나인 'Dr. Dre(닥터 드레)'를 필두로 'Eazy-E(이지-이)', 'Ice Cube(아이스 큐브)', 'DJ Yella(DJ 옐라)', 'MC Ren(MC 렌)' 등이 함께 한 5인조 그룹이다. 닥터 드레는 'World Class Wreckin' Cru(월드 클래스 레킹 크루)'라는 DJ 크루로 활동하다가 마약상 출신인 이지-이와 함께 'Ruthless Records(루스레스 레코즈)'를 설립, N.W.A를 결성하게 된다.


<<Straight Outta Compton>>

1988년 발매된 이들의 첫 스튜디오 앨범 <<Straight Outta Compton>>은 발매 직후부터 지금까지 갱스터 랩 그 자체로 인식될 만큼 기념비적인 곡들을 선보였다. 앨범과 동명인 첫 번째 트랙은 자신의 고향 'Compton(컴튼, CPT)'을 외치며 갱스터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낸다. 컴튼은 서부 빈민가 사이에서도 가장 위험하다고 여겨지던 곳으로, 이곳에서 뛰쳐나온 '진짜 갱스터'가 세상을 잡아먹을 것임을 선언하는 것이었다(하지만 실제로 갱과 관련이 있던 사람은 마약상 출신인 이지-이뿐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트랙이 바로 문제의 <Fuck Tha Police>! 내용은 뭐, 제목 그대로다. 이 노래에서는 경찰에게 최소 17번의 엿을 먹인다. 또한 법정에서의 상황극으로 시작하는 약간의 스토리텔링이 가미되면서, 이들의 메시지는 아주 직설적이면서도 세련된 방식으로 미국 전역을 휩쓸었다. 미디어에서 금지당했고, 심지어는 음반 시장 최초로 FBI(미 연방수사국)에게 경고장을 받기까지 했지만, 도리어 악명이 높아지며 수십만 장이 팔리는 놀라운 상황이 벌어졌다. N.W.A는 경찰과 FBI를 무시하고 공연에서 이 곡을 불렀다가 현장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N.W.A는 그동안 흑인 사회에 일방적으로 작용했던 공권력의 횡포를 '갱스터 vs 경찰'이라는 상징적인 구도로 구체화시켰다. 이는 게토 바깥의 사람들마저도 경찰이 아닌 갱스터의 편에 서게 할 만큼 마케팅으로서 아주 효과적이었다. 그 파급력은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한 아이스-티의 발언에서 엿볼 수 있다. 당시 갱스터 랩의 유행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에 아이스-티는 이렇게 답했다. "만약 게토의 흑인 아이들만 갱스터 랩을 들었다면 이렇게 문제가 됐을까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을 겁니다." 이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갱스터 랩은 부유한 백인 아이들에게 빠르게 전파됐기 때문에 논란의 중심이 됐다. 이 장르가 야기한 사회적 혼란의 핵심은 공권력의 약화가 아니라, 자신의 아이들이 흑인을 닮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백인 부모들의 두려움에 있었던 것이다.


이들이 던진 메시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경찰의 과잉진압과 인종차별을 인지하게 했지만, 결코 문제가 평화적인 방식으로 해결되지는 않았다. LA를 중심으로 인종 간 갈등이 극에 달하던 1991년, 과속으로 체포된 시민 'Rodney King(로드니 킹)'의 영상이 TV에 송출된 것이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채 여러 경찰에게 둘러싸여 집단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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