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세차라 쓰고 신나는 물놀이 시간이라고 읽는다

아이랑 놀면서 세차를 가르치는 방법

by 지에스더



차 좀 치워야지...




애 둘 태우고 다니는 내 차는 심하게 지저분하다. 내가 보기에도 너무하다.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다. 하루는 남편이 못 참겠던지 말했다.


“차 좀 치우는 게 어때요? 애들 없을 때 쓰레기도 좀 버리고요.”


나도 안다. 차 안 쓰레기라도 버려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이상하지. 남편이 옳은 말을 하면 달갑지 않다.

‘너도 한번 애 둘 데리고 다녀봐. 청소가 되나.’

남편이 알아서 내 차 좀 청소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애만 데리고 다니면 좋겠다.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애쓰고 있는 거니까.


아이들이 먹다 흘린 과자 부스러기, 사탕 봉지, 주스 흘린 찌꺼기까지... 보고 있으면 진짜 정신없다. 아.. 오늘은 꼭 치워야지 생각하고 미루기만 벌써 몇 달째다. 일 년 동안 차 안을 제대로 청소하는 게 몇 번이나 될까? 손에 꼽힌다.

차 밖 청소는 그나마 낫다. 주유하고 무료 세차권 나오면 어쩌다 한 번씩 하면 되니까. 첫째 아이는 이벤트 당첨에서 세차권 나오면 되게 신나 한다. 기계에 차가 들어가면 물이 사방에서 마구 나오면서 롤러로 닦아주는 동안 자동차가 스르륵 움직이는 게 재미있나 보다. 주유하러 갈 때마다 말한다.

“엄마, 언제 무료 세차권 나와요? 얼른 세차하는 거 보고 싶어요.”


생각해보면 내가 끌고 다니는 차니까 내가 청소하는 게 맞다. 왜 이렇게 자동차 청소가 자연스럽게 안 되는 건지. 이건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차인지 쓰레기를 싣고 다니는 차인지 모르겠다. 치워야겠다 싶으면 마음에서 바로 올라오는 소리가 있다.



다음에 하자.




신기하게 지금 못하는 정당한 이유가 바로 따라온다. 오늘은 애들 데리고 다녀서 피곤하니까. 오늘은 너무 더우니까. 추우니까. ‘다음에. 나중에. 지금보다 더 나을 때’를 생각한다. 그런 날이 진짜 오기는 하는 걸까. 결코 오지 않는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알면서도 내 행동은 참말로 안 바뀐다.








친정 부모님은 주택에 산다. 집 앞에 마당이 넓게 있다. 밖에는 지하수가 나와서 물을 마음껏 쓸 수 있다. 이번에 친정에 가면서 굳게 다짐했다. 꼭 세차를 하고 오리라. 결코 미루지 않으리.

우리 집은 아파트여서 차 안 청소 정도 할 수 있다면 친정은 마당이 있으니 차 전체를 세차하기에 아주 좋다. 게다가 애들하고 같이 시간 보내기 딱 좋은 게 세차이기도 하다. 해질 무렵 바람 불어서 선선한 시간에 드디어 세차를 했다.



1594241741520.jpg 세차하는 아이



끝도 없이 나오는 쓰레기. 애들이 먹다 남은 간식들과 작은 쓰레기들이 왜 이리 많던지. 쭈그리고 줍고 닦다 보니 이마와 등에서 땀이 줄줄 흘렀다. 청소하면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같은 행동이더라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따라서 몸이 다르게 반응하니까. 청소뿐만 아니라 운동까지 할 수 있는 시간으로 바뀐 셈이다.


쓰레기를 다 줍고 난 다음에 바닥 까는 매트를 빼고 털었다. 아이에게 매트를 벅벅 닦으라고 말해주었다. 아이는 매트 청소도 좋아했다. 그동안 나는 물티슈로 매트, 운전대, 앞자리, 뒷자리를 구석구석 닦았다.



1594241739333.jpg 매트 청소하는 아이



차 안 청소를 끝내고 난 다음에 밖으로 나왔다. 몸에 닿는 부드러운 바람이 시원했다. 차 안 청소만 끝냈는데 뿌듯했다. 이게 청소하고 나서 느끼는 즐거운 마음이구나. 이제 아이랑 차 밖을 청소할 차례였다. 아이는 문지르는 동안에 내가 물을 뿌렸다. 아이 손이 미처 닿지 못하는 부분은 내가 닦고 아이가 물을 뿌렸다. 아이는 계속 웃다가 세차를 끝냈다.

아이 옷과 신발이 다 젖었다. 그래도 좋다고 또 하고 싶댔다. 아이에게는 청소가 아닌 물놀이 시간이었다. 해질 무렵 복숭아 빛깔로 물든 하늘 아래 먼지가 다 씻겨 내려간 차를 보니 눈이 부셨다. 미루지 않고 세차를 해낸 나에게 격하게 칭찬했다.


아이들은 물놀이를 참 좋아한다. 세차도 아이에게는 즐거운 물놀이 시간이다. 나는 세상 귀찮아서 미루고 미루다가 더 이상 안 되겠다는 마음이 턱까지 차오른 다음에 겨우겨우 하게 되는 일이지만 말이다. 아이가 보는 눈과 내가 보는 눈이 달라도 많이 다르다.








아이랑 세차를 하고 나서 살펴보니 몇 가지 알려주면 좋은 것들이 보였다.



아이랑 세차할 때 미리 알면 좋은 것들



세차할 때 해야 할 일, 주의할 부분을 알려주고 애가 하고 싶은 것을 정하게 한다. 어떻게 하는지만 간단하게 알려주고 편안하게 마음껏 해보라고 한다. 세차할 때 아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나눠보면 다음과 같다.



1. 차 바깥 청소

-밀대로 문지르기
–호스 잡고 물 뿌리기



2. 차 안 청소

-쓰레기 줍기
–발판 털기
–발판 닦기
-의자, 안쪽 문, 바닥 따위를 물티슈로 닦기



3. 그 외에 주의할 부분

-사람에게 물을 뿌리지 않는다.
-차 밖에만 물을 뿌린다.


내가 청소하려고 차 문을 열어놓자 아이가 문 안쪽에도 물을 뿌리려고 했다. 차 안에도 물로 청소해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들어보니 아이 말이 맞다. 그렇기 때문에 세차를 하기 전에 아이에게 올바르게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아이랑 청소를 하기 전에 조심해야 할 부분은 정확하게 설명해준다.


"차 밖에만 물로 뿌리는 거야"


나머지는 아이가 알아서 하도록 한다. 어차피 광내며 세차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아이는 그저 물놀이하는 기분으로 하면 된다. 아이가 자기 손으로 큰 차를 씻길 수 있다는 건 진짜 재미있는 놀이다.


1594241735870.jpg 재미있는 세차 놀이 시간








엄마!
다음에도 할머니네 오면
제가 차 앞에 닦을게요




아이는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다. 재미있게 놀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나라도 안다면 충분하다. 친정에 오면 아이와 꼭 세차를 해야지. 이번 기회에 아이랑 차 안 쓰레기를 제때 버리는 연습도 같이 해야겠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면 괜찮을 것이다. 꼭 습관으로 만들고 싶다.




1594241737776.jpg 세차하는 옆에서 물놀이하는 둘째 아이


keyword
이전 09화신발을 스스로 빨래하는 7살 남자아이 키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