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을 스스로 빨래하는 7살 남자아이 키우기

아이에게 신발 빨래를 편안하게 가르치는 방법

by 지에스더
엄마, 선생님이 실내화 집에 가져가라고 줬어요.





“무슨 일로 보내주셨어?”

“모르겠어요.”

“실내화 빨라고 주셨나?”

“아, 그런가?”



금요일 오후, 첫째 아이가 유치원에서 실내화를 들고 나왔다. 분명 선생님이 주시면서 뭐라 설명해주셨을 텐데. 홀라당 까먹은 아이였다. 재미있게 노느라 그랬겠지. 아이가 가져온 실내화를 잠깐 살펴보았다. 처음 유치원에 보냈을 때에는 새하얬는데. 4주 만에 여기저기 때가 탔다. 유치원에서 즐겁게 보낸 흔적들. 한 달 동안 잘 다녀 준 아이에게 고마웠다.



“엄마, 실내화 어떻게 해야 해요?”

“물통에 넣어놔.”

첫째 아이는 내 말을 듣자마자 물이 담긴 통에 실내화를 담가놓았다. 나와서 옷을 갈아 입고 가방을 던져놓고 놀기 시작했다. 갑자기 첫째 아이가 화장실에 들어갔다. 둘째 아이가 오빠를 따라갔다.



“나!!!!!!”

“아니야, 이건 오빠 꺼야. 오빠가 하는 거라고!!!.”

옥신각신하는 소리.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화장실에 들어갔다. 첫째 아이가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빨랫비누를 꺼내 놓고 칫솔로 실내화를 문지르고 있었다. 둘째 아이는 그걸 지켜보면서 자기도 하겠다는 거였다. 나는 둘째 아이에게 못 쓰는 칫솔을 건네주었다. 아이는 나를 보더니 환하게 웃었다. 오빠처럼 쭈그리고 앉아서 칫솔로 실내화를 닦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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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화 빨래하는 두 아이들




"엄마, 실내화 다 빨았어요. 널어놓고 올게요!!!!"



내가 저녁을 준비하는 사이에 첫째 아이가 혼자서 다 빨았다. 새하얀 실내화가 내 눈에 들어왔다. 베란다에 실내화를 두고 오는 아이의 얼굴에 빛이 났다. 웃으며 나에게 와서 안겼다가 놀러 가는 아이의 등을 보다가 순간 울컥했다.

아, 어느새 이만큼 컸구나. 자기 실내화를 혼자 빨고 그걸로 기뻐하는 아이. 하고 싶어 할 때 실컷 해보게 하고, 필요할 때 제대로 가르쳐 주길 참말로 잘했다.








첫째 아이는 27개월 때 처음으로 자기 신발을 빨면서 놀았다. 작은 손으로 칫솔을 들고 진지한 눈빛으로 신발을 문질렀다. 나는 그저 어떻게 하는지만 알려주었다. 아이는 한참 앉아서 비비다가 신발로 물을 치기도 하고 신발에 물을 가득 담아 붓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물이 주르륵 떨어지는 소리와 꺄르르르 웃는 해맑은 목소리. 이리저리 해보며 즐거워하는 아이가 신기했다. 뭐든 아이 손에 가면 일이 놀이로 바뀌는 마법을 볼 수 있었다.

내가 할 때는 되게 하기 싫은 신발 빨래. 나는 아이를 낳기 전까지 내 손으로 신발을 빨아 본 적이 없다. 내 운동화가 더러워지면 엄마가 알아서 빨아주셨다. 직장을 다닌 뒤로는 빨래하는 곳에 신발을 맡겼다. 간단한 신발 빨기조차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내가 꼭 해야 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아이를 낳고 보니 내가 어려도 참 많이 어렸다. 나는 몸만 어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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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아이 27개월 때 (3살)




"엄마 내 신발에 흙이 많이 묻었어요. 빨아야겠어요"


그동안 그냥 놀면서 하게 했던 신발 빨래를 이번에는 순서대로 하는 법을 가르쳐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말해주지 않아도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싶었다.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서 신발 빨래 순서를 아주 작은 단계로 나누었다.








아이에게 운동화 빨래를 가르치는 방법


1. 통에 물을 받는다.
2. 운동화를 턴다.
3. 운동화를 물에 담가놓는다.
4. 칫솔과 비누를 준비한다.
5. 칫솔에 비누를 묻힌다.
6. 신발에 벅벅 문지른다.
7. 물에 헹군다.
8. 탈탈 턴다.
9. 세탁기에 넣는다.
10. 탈수한다.
11. 베란다에 말린다.




한 단계씩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먼저 말과 행동으로 아이에게 시범으로 보여주었다. 그다음에 아이가 따라 하게 했다. 그동안 신발을 몇 번 빨래하며 논 경험이 있어서였는지 단계마다 금세 해냈다. 다 빨고 나니 진흙이 잔뜩 묻어서 울고 있던 신발이 아이랑 같이 웃고 있었다. 아이는 처음으로 끝까지 해보더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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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빨래하는 7살 어린이




엄마, 재밌어요.
다음에는 혼자서 다 해볼게요.




그러더니 유치원에서 가져온 실내화를 혼자서 빨았다. 엄마에게 하나도 묻지 않았다. 엄마의 도움이 1도 들어가지 않은 실내화는 눈부시게 하얬다. 이번 일로 아이는 신발 빨래를 제대로 익혔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자기 신발을 빨 수 있는 7살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1593464375347.jpg 7살 아이가 혼자서 빤 실내화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집안일은 아이에게 재미있는 놀이다. 아이는 집안일을 여러 번 해보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하나씩 성공 경험이 쌓이면서 좋아하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배운 다음에 스스로 할 수 있게 되면 즐기면서 한다. 그러다 보면 아이의 마음에는 집안일이 더 이상 하기 싫은 일로 자리 잡지 않는다.

아이들에게는 감정이 중요하다. 감정이 행동에 영향을 준다. 재미있고 즐겁다고 생각할 때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자꾸 하려고 한다. 첫 단추는 아이가 하고 싶어 할 때 자유롭게 해 보는 것이다. 즐겁게 놀아본 경험부터 하게 한다. 그다음에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나씩 천천히 따뜻하게 알려준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고 하는 집안일은 아이에게 성취와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면 아이는 즐기면서 할 수 있다.




오늘 아이랑 신발을 빨래하면서 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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