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집 쌓기 놀이로 하루를 개운하게 시작하기
와, 이걸 네가 알아서
한 거란 말이야?
토요일. 나는 어김없이 오전 자유시간을 누리고 집에 들어갔다. 내가 문을 여는 순간 첫째 아이가 뛰어서 나에게 왔다. “엄마 이리 와 봐요!!!!!” 엄마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는 얼굴이었다. 내 옷을 끌더니 잠자는 방으로 가자고 했다. 뭐 별거 있을까 싶어서 기대 없이 따라갔다. 갑자기 내 앞에 놀라운 물건들이 보였다. 이게 진정 사실인가 싶어서 두 눈을 비비고 다시 살펴보았다. 바로 아이가 정리해놓은 이부자리였다. 한쪽에 이불을 개켜서 쌓아놓았다. 다른 쪽에는 베개 탑을 만들어놨다. 깜짝 놀라서 아이에게 물어봤다.
“이거 누가 한 거야?”
“저랑 지민이 가요.”
“아빠가 이불 개라고 그랬어?”
“아니요. 그냥 내가 알아서 했어요.”
이불 정리를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했다니. 기쁘고 신나는 순간이었다. 아이가 대견해서 감탄과 물개 박수가 절로 나왔다. 그동안 아이에게 이불 정리를 가르치길 정말 잘했다 싶었다.
아이랑 이불 정리를 할 때 한 번씩 생각하곤 했다. 아이가 알아서 이불을 개는 날이 오기는 할까? 선뜻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도 하는 게 더 나으니까 했다. 내 생각보다 더 빨리 이런 날을 맞이할 줄이야. 한 번, 두 번 하다가 애가 잘 안 한다고 포기하지 않았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아이가 혼자 한 이불 정리는 어쩌다 만나는 깜짝 선물일지라도 괜찮다. 한 번이라도 누군가 시키지 않았지만 스스로 해봤다는 경험은 아이에게 이롭다. 이때를 기억하며 어디 가서도 이불을 정리할 수 있을 테니까. 나 역시 계속하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분명 언젠가는 아이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기 몇 개월 전에 우리 집 침대를 없앴다. 나는 결혼할 때 침대는 무조건 사야 하는 가구인 줄 알았다. 살 때도 어찌나 좋아했던지. 침대를 고를 때 여기저기 누워보며 행복한 신혼생활을 꿈꾸었다. 아이를 낳고 보니 침대는 우리 집에서 가장 위험하고 자리만 크게 차지하는 물건이 되었다.
애가 갓난아기일 때는 문제없었다. 아이가 걷고 오르기 시작하면서 달랐다. 아이는 침대에 올라가서 방방 뛰기를 너무나 즐거워했다. 먼지 풀풀 날리게 뛰면서 까르르 웃었다. 이게 뭐라고 이리 좋아하나 싶었다. 침대에서 놀고 싶을 때마다 맘껏 뛰게 했다. 아이에게 침대가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 날 아이는 격하게 뛰다가 순간 밑으로 고꾸라졌다. 애는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우는 아이를 보는 순간 내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놀라서 애를 안고 병원에 달려갔다. 다행히 별일 없었다. 어떤 날은 밤에 나랑 침대에서 자다가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위험한 일들이 생기자 둘째를 임신하면서 결심했다. 이 거대한 물건을 우리 집에서 꼭 빼내고 말리라. 침대를 치우는 날 내 속이 후련했다. 아이가 떨어져서 다칠 일이 없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놓였다.
나는 침대만 없어지면 좋을 줄 알았다. 없애고 나니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이불을 개느냐, 그냥 두느냐였다. 침대가 있을 때는 자고 일어나서 이불만 펼치면 되었다. 바닥에서 이불을 깔게 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이불을 개지 않으면 애가 계속 놀면서 밟고 다녔다. 여기저기 뒹굴고 있는 베개도 보기에 좋지 않았다.
처음에는 자고 일어나면 몸만 쏙 빠져나왔다. 그동안 안 하던 걸 하려니 하기 싫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개지 않은 이불을 보는 게 더 불편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냥 두었다.
어느 날 하루에 5분만 시간을 내면 이불을 정리할 수 있다는 글을 보았다. 내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거였다니. 바로 실천하니 개운했다. 그 뒤로 남편과 애들이 일어나면 나 홀로 이불을 개기 시작했다.
엄마 나도 해볼래요.
이불을 개고 있는 나를 보더니 첫째 아이가 말했다. 나는 그전까지 아이에게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애가 잘 놀 때 후다닥 처리했다. 나 혼자서 개는 게 속 편했다. 애랑 하면 5분이 뭔가.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이불을 개키려고 하면 아이는 꼭 이불을 밟고 놀았다.
사실 아이가 하고 싶다고 할 때야말로 가르치기 제일 좋다. 애 입에서 하고 싶다고 말하니 어쩌겠는가. 이불 개는 법을 가르쳐주기로 했다. 첫째 아이는 내가 알려주는 대로 잘 따라왔다. 다 개는데 내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걸 왜 이제 와서 가르쳤을까 싶었다. 아이에게 습관으로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이불 개기를 가르치고 이걸 꾸준히 할 수 있을까?
아이용 작은 이불 개기부터 가르쳐 준다. 먼저 엄마가 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준다. 아이가 해볼 때는 가장 마지막 단계부터 한다.
1. 이불을 펼친다.
2. 절반만 접는다.
3. 절반 더 접는다.
처음에는 엄마가 거의 다 접고 마지막에 아이가 한번 접는다. 그다음에는 아이가 2번 접는다. 마지막에는 아이 혼자 이불 전체를 접는다. 작은 이불 개는 것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면 더 큰 이불을 같이 한다. 큰 이불을 다룰 때는 두께가 얇은 이불부터 한다. 익숙해지면 두꺼운 이불까지 해낼 수 있다.
이불 개기를 하고 널려있는 베개를 한 곳에 모을 때 하는 놀이다. 아이랑 누가 집을 더 높이 쌓는지 시합한다. 이불을 개고 난 다음에 그 위에 베개를 올린다. 1개가 1층이다. 각자 쌓고 난 다음에 세어본다. 아이에게 물어본다.
“넌 몇 층 집이야? 엄마는 3층”
“난 5층으로 만들었어요. 와, 내가 이겼다!”
다 쌓고 나서 몇 층으로 만들었는지, 누가 더 높이 쌓았는지 이야기 나눈다. 자꾸 하다 보면 이불 개기를 하면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10 아래 수와 더 높다, 더 낮다는 높이 개념이랑 친해질 수 있다.
<돈의 속성> 돈을 모으는 네 가지 습관에서 이불 정리에 대해 나온다.
자고 일어난 이부자리를 장 정리한다. 자신이 자고 일어난 자리를 정리하는 것은 삶에 대한 감사다. 음식과 잠자리는 삶의 질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중략)
하루를 마치고 저녁 잠자리에 들 때 자신이 잘 정리해놓은 침대로 들어가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위대한 사람이다. 이런 사소함이 인간을 위대하게 만든다.
아침마다 하는 이부자리 정리는 언뜻 보기에는 사소한 행동이다. 별거 없어 보인다. 이런 작은 행위가 몸에 배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직 반복뿐이다. 아이들은 그냥 하지 않는다. 재미있어야 몸을 움직인다. 즐거워야 또 하려고 한다.
집안일을 놀이로 바꾼다.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자동으로 움직이게 된다. 아이가 기분 좋도록, 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결국 해야 할 일은 이불 개기와 베개 정리지만 오늘도 아이에게는 놀이처럼 들리게 즐겁게 말한다.
오늘은 몇 층까지 쌓을까?
오늘은 엄마가 더 높이 쌓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