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하는 미니멀 라이프
코로나로
강제 집콕 육아해야 하는 시간.
아이랑 무엇을 하며
버티지?
토요일에 문자가 왔다. 우리 동네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단다. 친절하게 그 사람이 다닌 경로도 알려주었다. ‘아이와 내가 간 곳이 아니구나.’ 동선을 확인하고 잠깐 안심했다. 문제는 동선이 아니었다. 확진자가 확진을 판정받기 전에 갔던 곳이 PC방이었다. 그 시간에 pc방을 거쳐간 많은 사람들이 있었을 테고 도대체 누가 왔다 갔는지 알 수 없겠다. 한 사람만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아니나 다를까. 일요일 오전에 유치원 담임선생님에게 pc방 간 사람이 주변에 있는지 살펴보라는 문자가 왔다. 오후 4시에 다른 문자가 왔다. 2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1. 동선이 겹친 사람은 3일 쉬는 걸 권했다.
2. 불안하면 아이를 보내지 않고 체험학습 확인을 제출하면 된다고 말했다.
나는 굳이 아이를 보낼 필요가 없었다. 3일 동안 집에 잘 데리고 있겠다고 답했다. 저녁 7시 넘어서 새로운 문자가 왔다.
pc방 다녀간 129명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여서 불안한 상황이었다. 문자를 확인한 부모는 꼭 답문을 달라고 했다. 교육청에서 급하게 지침이 내려왔나 보다. 선생님은 가정마다 문자 보내고 답문을 받아야 하고 주말에도 쉬지 못하시겠구나. 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들이 해야 할 일로 바뀌었다.
코로나 이후 세상은 참 많은 것이 달라질 거라고 말한다. 가고 싶은 유치원이라고 해도 갈 수 없다. 못 가면 원격으로 들을 수 있다고 하나 아이는 친구가 그립다.
“이번 주는 우리 동네에서 코로나 걸린 사람이 나와서 유치원에 못 간대.”
“아쉬워요. 친구들이랑 놀고 싶은데.”
“그러게, 많이 아쉽겠네.”
나는 아이들과 3일 동안 외출을 하지 않기로 했다. 집에서 3일 콕 박혀서 뭐하고 놀까? 그러다가 그동안 아무렇게나 넣어둔 장난감들, 여기저기 널려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집에서 잘 놀려면 정리부터 하자. 이상하게 시험을 앞두면 책상 청소부터 하고 싶더라니. 내 기분이 딱 그랬다.
나는 미니멀 라이프를 좋아한다. 기분이 착 가라앉는 날은 정리를 한다. 집에 둘 물건, 버릴 물건, 팔 물건을 구분하는 데 마음을 쓰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진다. 미니멀 라이프의 핵심은 내가 좋아하는 물건, 설레는 물건만 곁에 두고 사는 거다. 내가 정하는 기준은 물건을 만졌을 때 "설레는가, 아닌가"다. 설레는 것만 남기라는 일본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게 배운 방법이다. 그 뒤로는 물건을 구분할 때는 무조건 만져보고 나서 정한다.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나는 아이에게도 미니멀 라이프의 핵심 개념을 잘 가르쳐주고 싶었다. 과연 아이는 미니멀 라이프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애한테 어떻게 가르치고 무슨 연습을 함께 하면 좋을지. 어떤 방법으로 가야 할지. 고민이었다.
싫어, 싫어, 싫어.
다 갖고 있을 거야!!!!!
그러는 거 아닐까. 왠지 애는 다 곁에 두겠다고 말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깊게 생각하다 보니 해결책이 보였다. 아이에게 쉽게 가르쳐 줄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다. 먼저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바꾸었다. 장난감을 친구라고 말해주었다. 내가 지금 잘 갖고 놀고 좋아하는 것들을 곁에 두는 거다. 소중한 친구니까. 나머지 장난감은 기준을 정해서 나누는 것을 알려주었다.
<아이에게 설명할 4가지 기준>
1. 잘 갖고 노는 것: 장난감 통에 넣는다.
2. 고장 난 것, 망가진 것: 고치거나 버린다.
3. 나중에 가지고 놀 것: 통에 넣어서 안 보이는 공간에 따로 둔다.
4. 이제는 안 가지고 놀 것: 팔아서 돈으로 만들거나, 버리거나, 주변 사람에게 준다.
둘 것, 버릴 것, 팔거나 나눌 것을 종이에 썼다. 장난감 통 한 개를 골라서 장난감을 쏟았다. 아이가 하나씩 만져보게 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이가 장난감을 하나씩 만져보고 결정하게 하는 거였다.
아이가 "아니요" 하면 기준을 쓴 종이를 보여주면서 물어본다.
어떻게 할까?
둘까? 버릴까?
팔거나 다른 친구 줄까?
모든 결정은 아이가 하게 했다. 나는 아이가 다 갖고 있겠다고 할 줄 알았다. 아이는 내 생각과 달랐다. 알려준 기준을 보고 팔겠다, 나중에 갖고 놀겠다, 망가져서 버리겠다고 말했다.
아이에게는 장난감마다 유효기간이 다르다. 진짜 오래 갖고 노는 것도 있고 몇 번 안 가지고 노는 것도 있다. 아이가 버리겠다고 한 장난감 중에는 얼마 전에 산 것도 있었다. 얼마 안 갖고 노는 걸 버리려니 아까웠다. 그래도 버렸다. 아이가 정한 거니까. 내 물건이 아니니까.
하마터면 아이에게 잔소리를 할 뻔했다. 말을 삼키는 게 어찌나 힘겹던지.
얼마나 넘치는 물건 속에서 살고 있는지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비워내고 베란다를 정리하고 아이 놀이방을 치우니 세상 개운했다. 장난감이 없어진 놀이방을 보니 마음이 더 넓어진 기분이었다. 코로나 덕분에 아이랑 장난감을 정리할 수 있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딱 맞았다.
무엇보다 정리로 인해 상쾌함을 맛볼 수 있고, 좋아하는 것들로 둘러싸여 살고 있다는 자신감과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또한 생활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중요시하는지 가치관을 확실히 알 수 있다.
곤도 마리에는 말했다. 나는 아이에게 미니멀 라이프 생각 씨앗을 심어주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곁에 둔다. 필요한 물건만 가지고 산다. 필요 없는 물건은 팔거나 주변에 나눈다. 이를 위해서 집에 넘쳐나는 아이 장난감, 옷, 신발이 있다면 코로나로 집콕 육아를 해야 하는 요즘 아이와 함께 미니멀 라이프를 연습하면 어떨까? 나는 바란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많은 물건 속에서 파묻혀 살지 않길.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고 기분 좋은 물건들을 곁에 둔다는 마음을 담고 살아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