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으로 두 아이에게 집안일 조기교육을 하는 까닭
시집 가면 평생 집안일을 해야 해
나는 어릴 때 집안일을 하며 자라지 않았다. 엄마는 애써 나에게 집안일을 시키지 않았다. 어차피 크면 해야 하는 거라 여기셨으니까. 그러다보니 집안일은 어른만 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하면 집안일을 포함한 살림을 잘할 줄 알았다. 그냥 닥쳐서 하면 되는 거 아냐? 엄마의 음식 손맛이 좋으니까 당연히 나도 요리를 잘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하고 내가 처음 끓인 계란국은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국은 대충 끓여도 맛이 나는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엄마가 알려준 대로 했는데 왜 맛이 없지? 요리책을 보고 똑같이 따라한 건데 왜 맛이 안 나지? 이상했다. 엄마에게 어떻게 요리하냐고 물으니 그냥 감으로 한다고 했다. 그 노무 감은 도대체 어디서 찾아야 하는 거란 말인가. 책이나 인터넷을 봐도 모르겠다. 분명 알려준 대로 했는데 만들고 나면 영 맛이 없다. 도저히 먹을 수 없는 맛이다. 이럴 수가.
결혼은 실전이고 육아는 전쟁이었다.
머리로 아는 것들이 행동으로 편안하게 나오지 않았다. 나한테 없는 걸 새롭게 만드는데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했다. 생각 속에 있는 나와 현실에서 나는 너무 달랐다. 살림이든 육아든 하기만 하면 척척 잘할 줄 알았는데. 결코 아니었다. 집안일은 어른이 된다고 해서 그냥 잘할 수 없다는 걸. 수많은 경험을 해봐야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분야라는 걸 수도 없이 실수하며 깨달았다.
나는 아이가 집안일을 어릴 때부터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키워야겠다고 다짐했다. 나처럼 어른이 되어서 글로 배우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내 곁에 있을 때 하나씩 경험하면서 몸으로 터득하게 해주고 싶었다. 집안일은 어른이 되어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하는 것을 알려주기로 했다. 아이가 어릴 때 집안일을 배우게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집안일이 아이에게 좋은 건지 궁금했다. 아이의 발달에 좋은 영향을 줄까? 하나씩 찾아봤다.
집안일은 어떤 부분에서 아이에게 좋을까?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아이들이 생각하는 인생의 우선순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남들을 이기고 올라가는 것보다 남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런 것을 위한 가깝고도 쉬운 방법이 사회의 최소 단위인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집안일을 권하는 것이다.
리처드 와이드 버드 교수가 한 말을 보고 가장 작은 사회인 가정에서 아이는 집안일로 배려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날 부모들은 아이들이 독서나 학교 공부처럼 성공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를 원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아이를 성공으로 이끄는 입증된 한 가지를 하지 않고 있다. 바로 집안일이다.
발달심리학자 리처드 랑드는 한 말이다. 어릴 때 했던 집안일은 아이가 어른이 되어 성공하는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버드대학교 의대 조지 베일런트 교수가 10대에 집안일을 도왔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부부 관계와 친구 관계가 더 좋았고, 직업 만족도가 더 높았으며 성인이 된 뒤에 삶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14세 학생 456명을 47세까지 추적 조사한 결과 10대에 집안일을 거들었던 학생들이 성인이 된 뒤에 더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중년기에 들어가서 가정을 유지하는데 행복지수가 더 높았다.
마틴 로스먼 미네소타 대학 명예교수가 어른 84명을 대상으로 인생을 유아기, 10세, 15세, 20대 중반 4단계로 나눠 살펴본 결과 유아기부터 부모를 도와 집안일을 했던 사람들은 집안일을 하지 않거나 10대에 접어들어 집안일을 도왔던 사람들보다 20대 중반에 가족, 친구관계가 더 좋았고 자립심도 높게 나타났다. 그 뒤에 직업에서도 더 성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의 신체 발달에는 어떨까?
집안일을 하면서 손을 쓰는 행동은 아이 발달에도 이롭다. 손가락을 쓰는 기능은 소뇌에 기억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손을 잘 쓰는 아이가 건강하고 똑똑하다고 한다. IQ가 뛰어난 10세 아이들에게서 4세 시절의 발달 영역을 조사했더니, 소근육 운동 발달이 좋은 아이가 가장 많았다. 소근육 운동은 소뇌의 기능으로, 아이의 소뇌를 발달시키면 똑똑해진다는 뜻이라고 한다.
소근육 운동감각을 키우려면 자꾸 손을 움직여서 쓰는 활동을 하면 좋다. 일상생활에서 손을 많이 쓰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줄수록 아이의 신경회로를 자연스럽게 자극할 수 있다. 의식해서 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까지 가려면 반복해서 연습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집안일은 아이가 손을 자꾸 쓰게 해 준다. 아이의 소근육 발달을 위해 따로 시간을 들여 애쓰지 않아도 아이는 집안일을 하면서 충분히 손을 쓰게 된다. 여러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서 집안일은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교육은 한 아이를 건강한 인격체로 기르기 위해 필요한 모든 과정이다. 어른이 되어 혼자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가르친다. 아이가 다 커서 엄마 곁을 떠나지 않고 계속 도움을 받기만을 바라는 어른으로 키울 수 없다. 엄마 품을 떠나서 당당한 걸음으로 자신에 맞는 인생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앞날을 위해서 나는 두 아이를 아주 어릴 때부터 집안일로 조기교육을 한다. 첫째 아이는 18개월, 둘째 아이는 17개월부터 아이가 집안일에 참여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오히려 아이가 일을 만들고 내 정신을 쏙 빼가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런 시간이 충분히 쌓여야 아이는 집안일을 잘할 수 있다.
내가 어른이 되어 의식하지 않고 집안일을 편안하게 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어린아이는 내가 연습한 시간보다 더 많이 걸리는 게 당연하다. 어른이 되었을 때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해낼 수 있으려면 차라리 지금 많이 실수하며 배우는 게 낫다.
<인생 잠언>에서 리처드 탬플러는 말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왕 실수를 할 바에야 어린 시절에 하는 게 더 낫다. 어린 시절의 실수는 회복이 빠르기 때문에 실수로 인한 충격을 더 쉽게 극복할 수 있다.
부모라면 아이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다. 아이 발달에 이롭다는 것들을 경험하게 하고 싶다. 이제는 멀리서 찾지 말자. 아이에게 어릴 때 가정에서 집안일을 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면 어떨까? 어릴 때부터 집안일을 충분히 해보면서 자란 시간은 앞으로 건강한 어른으로 크기 위한 밑거름이다.
근면한 노동 습관을 갖기 못했다면 가장 큰 불행이다.
따라서 어린 시절부터 노동 습관을 길러주어야 한다.
톨스토이가 한 말을 기억하며 나는 오늘도 우리 집 두 일꾼 아이들과 함께 집안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