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읽는 <휴식학 개론>

행복한 인생의 작전타임, 휴식

by 박천수







한여름이 다 지났는지 아침저녁으론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더위에 지친 마음을 위로해 준다. 창문을 열고 바깥을 바라보면 아파트 단지 내 다양한 나무들도 제법 차분한 느낌을 전해주는 것 같다. 한더위 때는 보이지 않던 아이들도 어린이놀이터를 찾아 그네와 시소 등을 타며 깔깔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어느샌가 갈잎의 느낌이 스쳐 지나가는 듯한 나뭇잎엔 때 이른 계절의 향기가 살며시 흩어져 내리는 것만 같다. 오후의 한적한 시간, 나는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다 잠시 틈을 내어 바라보는 풍경에서 참으로 행복한 휴식을 즐기며 그 속으로 빠져든다.




휴식? 우리에게 진정한 휴식의 의미는 무엇인가?


헬가 노보트니는 휴식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휴식이란 밀도 있는 순간을 말한다. 이런 순간은 시간적으로 몇 시간 혹은 며칠까지 확장될 수 있다. 곧 단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오로지 자신만의 시간을 누리는 것이다.


코로나의 기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은 채 일상생활에 불편과 불안을 안겨주는 가운데 우리의 일상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늘 시간에 쫓기고 정작 필요한 휴식조차 갖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사람마다 주어진 환경에 따라 억지로 가진 휴식에 차라리 지루하고 따분해 죽겠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바쁜 사람은 늘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겪고 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사람들은 혹시나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으로 휴식을 갈망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어쩌면 늘 시간에 쫓기고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잠시 쉴 시간조차 여유롭게 갖지 못하는 일상을 겪으면서 ‘번 아웃’ 증상에 빠져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늘 바쁘게 살아온 사람들은 휴식을 즐기지 못하고 불편한 사치라 여길지도 모른다. 홀로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보내는 시간보다는 타인과의 관계를 위한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조용히 혼자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일에 소홀해져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우리가 시간에 쫓기며 허덕이는 일상의 느낌은 언제나 지금보다 더 나은 갈망과 만족할 줄 모르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행복은 욕심을 채우는 게 아니라 비우는 데서 열린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때로는 바쁜 일상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순간의 행복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누구나 휴식은 한다지만 익숙하진 않다. 휴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던 자기의 업무가 끝나면 ‘일’에 관련된 어떤 사람과도 연락하지 않는 연습을 실천해보자. 그리고 그때부터 혼자서 조용히 하고 싶었던 취미생활에 열중해 보자. 음악을 듣거나 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 다던지, 평소 보고 싶은 영화를 보던지, 그림을 그리던지, 낮잠을 자던지, 자연을 벗 삼아 대화하면서 산책을 하던지,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명상을 하던지, 아니면 혼자서 짧은 기차여행을 떠나던지. 어떤 것이든지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에 푹 빠져 몰두하며 온전히 자기 시간의 주인이 될 때 비로소 진정한 휴식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인생을 바라보는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인 휴식의 방법은 없겠지만 각자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을 찾아 오롯이 휴식의 진미를 맛볼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날마다 부딪치는 정신없는 삶에 어쩔 줄 모를 때가 많다. 그럴 때는 잠시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쉬어가는 휴식이 필요한 순간이다. 운동경기에도 작전타임이란 것이 있지 않는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놓고 작전 지시를 하며 짧은 휴식의 시간을 즐긴다.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 일에 지치고 불안과 스트레스로 삶이 흔들린다면, 아마도 그때가 바로 휴식이라는 인생의 작전타임이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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