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의를 음미하다
비가 내리는 창가, 주말의 오후.
흔들의자에 몸을 눕혀
책 읽는 시간이어도 좋고,
탁자 위에 놓인 한란의 잎새를
손질하는 시간이어도 좋고,
멍하니 창에 부딪히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텅 빈 머릿속에 알 수 없는 생각들로
가득 채우고 있어도 좋고,
무릎 위에 앉아 졸고 있는
강아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이어도 좋다.
한잔의 커피에
그리움과 사랑은 함께 섞고
아름다운 추억은 곱게 채워 넣어
천천히 삶을 음미하며,
좋은 기분으로
잠시 쉬어가는 시간에
커피 한잔의 여유로움을 즐기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언제였던가? 새 아파트로 입주하면서 지인들이 집들이 선물로 사 온 커피머신에 원두를 드럭 드럭 갈아 내리면 이내 집안 가득 깊은 풍미를 품은 커피 향이 퍼지면서 커피 한잔이 완성된다. 아침에 한 번씩 커피를 내리는 시간도 커피를 마시는 시간도 이젠 내가 나에게 주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자 휴식이다. 커피 마니아는 아니지만 커피 향을 좋아해 하루에 한 잔씩은 꼭 챙겨 마시는 것이 이젠 습관처럼 굳어간다.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내게 휴식과 함께 하루의 스케줄을 생각하는 여유를 가져다준다. 많은 예술가가 커피가 창작의 열정을 불태워주는 연료라고 생각하며 즐겼다는 말이 생각나자 커피잔을 든 손에 야릇한 감정이 몰려오며 머릿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문장을 주문처럼 외우고 있던 경험처럼.
우리가 음악의 아버지라 부르는 바흐(J.S.Bach)도 커피 애호가였다고 한다. 그는 ‘커피 칸타타’를 작곡하면서 "커피 맛은 천 번의 키스보다 달콤하다"라고 했다. 왠지 바흐라고 하면 경건하고 진지한 음악만을 작곡했을 것 같은 이미지인데 커피를 소재로 곡을 썼다니,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가? 어쨌든 바흐는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길 원했고, 커피가 그들에게 작은 위안과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던 건 아닐까?
“커피 한잔 할까요?”
사람들은 바쁜 일상에서 잠시 멈춰 휴식을 얻고 싶을 때, 또는 누군가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 때,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친구를 만났을 때 가장 편한 마음으로 인사를 건넨다. 커피 한 잔이 주는 의미는 단순하지만 분명 매혹적이다. 일상에서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소통할 때 별 뜻 없이 던지는 말이지만 가장 친숙하게 다가오는 말이기도 하다. ‘커피 한 잔’은 불편함과 어색함을 중화시켜 내려놓는 완충 제이자 휴식과 에너지 충전을 위한 또 다른 말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커피는 여럿이 모여 앉아 이야기하며 마시는 것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단둘이 마시는 것이 더 좋다. 그러나 이보다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여유를 갖고 낭만을 느끼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이 더 행복하다. 우리가 일상에서 휴식을 외치는 순간의 커피타임처럼,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완벽한 소확행은 바로 커피 한 잔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