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유와 휴식을 즐기다
좋은 책 한 권은 훌륭한 스승과 같다. 책은 새로운 생명의 원천을 발굴하는 샘물과 같이 끊임없이 삶의 영감을 솟구치게 한다. 수많은 지식을 탐구하며 새로운 지혜를 스스로 찾아가는 인생의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 것이다. 책 속에는 한 인간의 인생역정과 함께 오랜 기간 축적된 작가의 삶의 결과물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은 ‘책을 다 읽을 시간이 없다면, 최소한 만지고 쓰다듬으며 쳐다보기만이라도 하라’고 충고할 정도로 책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고 한다.
책과 함께 있으면 행복해진다는 누군가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인생의 많은 부분을 날마다 책과 함께하면서 살아왔다. 유치원 시절부터 초·중·고와 대학을 다니면서 책은 항상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다. 책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책 속에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책을 통해 과거의 선조들과 이야기하며 현재를 생각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어 왔다.
책을 읽는다고 배고픔이 충만해지거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의 아픔이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독서의 즐거움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느낄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자기의 선택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또한 다른 놀이처럼 상대가 있어야 한다는 불편함도 없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생각과 만나게 되고 내가 가진 생각과 다른 생각을 만나면서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자기만의 세계에서 꽁꽁 얼어붙은 내면의 고정관념을 책을 통해서 깨어 부수고 새로운 지식으로 채워나갈 수 있다.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은 깨달음이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서 미처 몰랐던 새로운 사실이나 지식과 정보를 얻지만 가끔은 삶의 지혜도 얻는다. 철학 서적으로부터는 인생의 본질을 깨닫고, 뛰어난 인품을 지닌 분의 수필을 읽고 삶을 관조하는 지혜를 얻기도 한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도 끝나고 나면 그것으로 그만인데, 책을 읽고 나면 자꾸만 무언가 기억나고, 한 단계 성장하는 것 같고, 왠지 뿌듯해지는 내면의 즐거움으로 충만해진다.
요즘에는 옛날에 비하면 책을 손에 잡는 일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 같다. 책 표지를 열고 다섯 페이지만 넘기면 어느새 책갈피를 끼우고 책을 덮어버린다.
시간은 많은데도 왜 이렇게 게을러져 있을까?
사람들이 책 읽기를 가까이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창 시절에는 세계 명작을 비롯하여 한국문학에도 심취하여 꽤 많은 책을 읽었지만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책 읽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생각은 항시 독서에 관심이 많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외로 취미활동이나 고객이 부탁하는 문서작업 등에 시간을 빼앗겨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들고 만 것이다. 평소 조깅이나 헬스, TV 시청, 업무 정리, 가벼운 산책 등에 보내는 시간도 만만치 않으니 더욱 독서에 할애하는 시간이 그만큼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바쁜 일상이라도 우리가 알고 있는 독서에 대한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지. 보통 사람들은 책을 사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빠져있다. 이러한 독서기법은 학창 시절엔 가능한 일인지 몰라도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는 독서에 대한 부담감으로 작용하여 책과의 거리를 더 넓혀 놓게 된다. 책을 펼쳐 끝까지 읽는 것이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이 된다면 누가 쉽게 책을 손에 잡겠는가.
이제 그 고정관념을 바꾸어 보면 어떨까? 시간이 허락하여 책을 읽고 싶을 때는 목차를 열고, 먼저 눈이가는 페이지를 선택한 후 읽어보자. 그렇게 하면 훨씬 부담이 덜하고 유괘 하고 즐거운 독서가 되리라 생각해 본다.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모든 것을 찾고, 얻으려 하고, 해결하려고만 한다. 오래 전 지하철에서 신문을 들고 있던 손에 지금은 스마트폰이 대신 들려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인터넷 공간에서 각종 미디어 매체들이 신문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종이신문은 나름대로의 고유한 기능과 역할을 추구하며 존립하고 있다. 아직도 종이신문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신문 한장 한장 넘기며 읽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면에 실린 기사에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현상을 한꺼번에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수집 보관한 스크랩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읽으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시각을 통해 단편적인 지식 습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문자를 통한 사려 깊은 읽음의 문화를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그것이 종이신문의 가치를 폄하할 수 없는 이유일 수도 있다.
요즘엔 <밀레의 서재>라는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전자책은 월정액만 내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아이패드 등 스마트기기에서 언제 어디서든 무제한 골라 읽을 수 있다. 나도 처음엔 저게 뭐지 하면서 신기하게 생각했는데 간단한 앱 설치만으로 내가 잃고 싶은 책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읽을 수 있다니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자책이나 종이책이나 독서에 대한 근본적인 목적은 똑같으니 정말 다행한 일 아니겠는가.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영화관이나 도서관 이용 활동이 제한되는 일이 빈번하다 보니 자연히 ‘넷플릭스’나 ‘독서’등 집에서 혼자 보내는 취미생활을 하며 재미를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특히 '글쓰기', '다이어리' 등 자신을 돌아보고 창작하는 행위도 늘었다고 한다. 이 또한 새로운 복고 현상으로 자리매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회가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으니 결국 독서라는 매체는 특이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매체 중의 한 가지에 불과하게 되었다. 하루 종일 컴퓨터로 작업을 하다 가 생각이 멈춰버린 순간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풀리지 않는 매듭을 생각한다. 어딘가에 말을 걸고 싶은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때 가까이 있는 책장 속에 눈길을 한번 줘보자. 책은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그 자리에 늘 좋은 친구처럼 서 있지 않는가?
삶의 여유는 시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있다.
이렇게 독서가 생활화되면 습관으로 자리 잡고, 책을 통해 한결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어느 분야의 책을 읽느냐에 따라 마음은 늦추어질 수도 있고 다급해질 수도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스마트폰을 챙기듯, 책 한 권 챙겨나가는 습관은 삶의 여유와 휴식을 얻는 지름길이 아닐까?
행복한 미래는 현실에서 닿을 수 없다. 상상의 세계를 찾아가고 미래에 꿈을 펼칠 수 있는 책 읽는 습관을 통해 건강하고 티 없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가능할 것이다.
이제 계절은 햇빛이 숲에서 잠들고, 고운 색깔로 익어가는 나뭇 잎새는 바람과 속삭이며 노래하는 가을이다. 햇살 가득한 창가에 앉아 커피 한잔의 여유로움을 더하며, 그 동안 잊고 끼워 두었던 책갈피를 빼내고 못다 읽은 책속에서 나를 찾아보자.
우리 모두 그동안 잊고 지냈던 책과의 데이트를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