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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천수 Jun 13. 2021

행복한 아침을 맞는 법

행복한 삶을 위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어느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눈이 반쯤 감긴  거실로 향했다. 살짝 열린 베란다 창문 사이로 풀잎처럼 청량한 새벽 향기가 흘러 들어왔다. 소파에 지긋이 누워 잠시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바라보다 창가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화초들을 새삼 발견하고 작은 생명의 함성을 엿듣는다. 처음엔 이름조차 몰랐던 작은 나무와 화초들의 이름이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둘씩 머릿속에 숨어들었다. ‘올리브 나무’‘하귤’‘페페’‘아라리아’‘몬스테라.      


작은 화분에 뿌리를 내리고 용하게 자라는 식물들을 바라보는 마음속으로 알 수 없는 잔잔한 행복감이 살포시 스며든다. 나는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주방으로 가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타 와 다시 소파에 앉았다. 진한 커피 향을 온몸으로 느끼며 행복한 마음으로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면서 거실을 찬찬히 살펴본다. 며칠 전 사다 꽂아 둔 히야신스의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거실 곳곳에는 가족의 정서와 취향이 가득 베인 온갖 추억들이 쌓여 있는 듯하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입주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살아보니 비교적 여러모로 좋은 생활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만 같다. 갖가지 제반 환경조건이 나에게는 정말 안성맞춤이라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15층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또 하나의 그림을 연상시키며 아침의 신선한 바람과 함께 내 품에 안긴다. 아파트 내 사잇길로 나란히 서 있는 짙은 녹음을 품은 커다란 수목들과 봄날 꽃을 피웠던 작은 나무들이 한데 어울려 다가올 여름의 꿈을 속삭이고, 동작을 멈춘 물레방아와 분수를 품은 정원‘진경산수’에는 낯선 새소리가 시원한 물줄기를 재촉하고 있는 듯 재잘댄다. 아침 일찍 아기 손을 잡고 산책에 나선 젊은 엄마는 무언가 아기에게 이야기하며 행복한 표정으로 아기와 함께 웃고 있다. 누구나 조금만 관심과 여유를 가진다면 만날 수 있는 행복한 아침이다.     


나는 이 아파트에서 세 번째의 봄을 맞이하며 내 방의 품격을 많이 바꿔 놓았다. 나는 현관 입구의 방을 침실 겸 서재로 사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침대와 옷장, 책상과 책장만 있었지만, 글을 쓴다는 핑계로 노트북과 와이드 스크린의 모니터를 들여놓았다. 이모저모 꾸미다 보니 어느새 내가 사용하는 방은 나와 닮아 있었다. 책장 한 칸을 비우고 장식해 둔 작지만 예쁜 모양의 소품들이 지루함을 덜어 주었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한두 권씩 사서 꽂아 놓은 책장의 책들을 바라볼 때면 나도 모르게 뭔가 지혜와 지식이 샘솟는 듯한 기쁨이 전해 오는 것만 같아 혼자서 실없는 웃음을 흘리곤 한다.   

 



그러나 내 방은 나의 성격과는 달리 날마다 그리 잘 정리 정돈되어 있지 않았다. 얼른 보면 겉으로는 깔끔해 보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책상 위의 먼지, 책장 책 위에 누워있는 책들, 구석구석에서 만나는 운동기구와 가방 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아침에 자고 나서 몸만 빠져나온 이불과 제대로 걸어 놓지 않고 던져둔 옷이며, 세워 둔 옷걸이에 아무렇게나 걸려 있는 옷과 모자 등등.      


나는 평소에 물건을 사용한 후엔 제 자리에 갖다 놓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지만 요즘엔 좀 게을러졌는지 정리를 바로바로 하지 않고 몰아서 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변화를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잠자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인생의 오감을 즐기고 있는 나만의 아름다운 공간을 위해서 나는 조금 더 부지런해지기로 다짐했다. 잠에서 깨면 침구를 단정하게 정리하고, 책상 위에 흩어진 팩과 메모지를 제 자리에 돌려놓고, 창가에 공기 정화수로 사다 놓은 ‘뱅갈 고무나무’ 잎을 물기 묻은 천으로 조심스레 닦아 준 뒤 나뭇잎이 골고루 햇볕을 잘 받도록 날마다 한 번씩 돌려놓는다.      


사소한 일이지만 집 안 곳곳에 마음을 담아 정성이 담긴 손길을 보내면 내 방과 집은 한결 빛날 것이다. 날마다 5분만 투자하면 다음 날 아침을 훨씬 더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다. 아침에 두 눈을 번쩍 크게 뜨자마자 기지개를 한 번 쭉 켜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깨끗하게 정돈된 내 방 창문을 통해 방안 가득 쏟아져 내리는 아침 햇살을 가슴으로 맞으며 오늘 하루를 위한 즐거운 상상을 할 때면, 아마도 나는 설렘으로 훨씬 더 행복한 아침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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