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행복의 의미
’ 뒤센 미소(Duchenne smile, 자연스럽고 행복한 미소)’로 불리는 진정한 미소란 억지로 꾸며내거나 갑자기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미소를 갖기 위해선 그만큼 삶이 행복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행복한 사람들이 미래에도 더 행복하다는 연구 결과가 의미하듯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불평하는 사람들에게는 미래의 삶도 행복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어쩌면 행복이란 생각지도 않은 조상으로부터 부를 물려받거나 로또복권처럼 운이 좋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뜻밖의 행운 때문에 나중에 불행을 겪는 사람들이 이외로 많다. 게다가 사람은 저마다 태어난 환경이나 삶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조건이라도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다. 누가 이렇게 하니 행복하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하면 행복할 거라는 보장이 없다. 그렇다면 오늘의 행복을 우리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란다. 힘들어도 꾹 참고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절약도 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오늘을 희생한다면 그 목표를 이룬 미래는 행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 행복의 중심에는 사회적 지위나 명성, 풍요가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오늘날의 사회구조가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러한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러나 설령 각고의 노력 끝에 목표를 이룬다고 해도 이것이 곧 행복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은 각종 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우리는 흔히 나이 들면 지난 이야기를 들추면서 추억에 잠기고 지난 세월을 그리워한다. ’ 그때가 좋았어 ‘라고 그리워하는데 바로 그때는 행복했을까? 지난 시간은 다 아름답고 좋았던 것 같아도 실제 그 시간에 늘 행복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과거에 얽매이면 현실은 늘 괴롭고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행복은 그리워하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 생활에서 내가 느끼는 충분한 만족과 기쁨이 동반될 때 나타나는 흐뭇한 감정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중ㆍ고교 시절은 대학을 위해, 대학은 직장을 얻기 위해, 중년은 노년과 자식의 미래를 위해 사는, 즉 미래를 위해 현재를 지나치게 희생하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이런 메시지가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많은 사람이 행복을 미래에서만 찾으려 하기 때문에 그것이 지금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모른다고 했다. 미래를 위한 준비는 필요하지만, 그것에 끌려가는 삶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행복‘을 들추면 언제나 세계를 정복한 알렉산더와 자기 자신의 욕망을 정복한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만나 주고받은 일화가 자주 등장한다.
그리스 철학자 ’ 디오게네스‘가 모든 것을 버리고 편안히 일광욕을 즐기고 있을 때 찾아온 알렉산더가 그에게 물었다.
“내가 지금 그대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그대도 알겠지만 나는 그대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줄 수 있는데 말이야."
디오게네스는 술통에 누워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아! 그러시다면 제발 몸을 좀 비키셔서 폐하의 그림자를 치워주시겠습니까? 해와 저 사이를 가리고 있는 폐하의 그림자 말입니다."
이 말을 들은 대왕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알렉산드로스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디오게네스가 되고 싶구나."
모든 걸 다 가져 남부러울 게 없는 알렉산더 대왕보다 거지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행복한 걸 보면 많이 가졌다고 꼭 행복한 건 아니라는 말이다. 행복은 외모나 지위, 재산, 환경에 달린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느끼는 것이다. 그는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워야 하고 자유롭기 위해서는 물질에 대한 욕망과 집착을 버려야 한다면서 89세의 나이로 지상에서의 삶을 마칠 때까지 평생을 무소유와 무욕의 자연적인 삶을 추구하며 살았다고 한다.
행복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때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고, 어떤 이는 경제적 여유가 있어 돈을 마음껏 쓸 때 진정으로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저 따뜻한 밥 한 끼를 느긋하게 먹는 것에 행복을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더운 날에는 시원한 물 한잔이 행복이 될 수 있고, 추운 겨울날에는 노점상에서 파는 어묵과 따뜻한 국물을 먹는 것이 행복일 수 있다. 직장에 열심히 다니며 그동안 고생한 나에게 내가 하는 선물 또한 행복일 수도 있다.
진정한 행복은 나를 세상에 증명하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잣대를 가지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필요도 없고, 누구와 우위를 매길 수도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 행복이 아닐까. 내가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이유를 남에게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듯이 그들의 허락이나 인정을 받을 필요도 없다. 그것은 오롯이 나만이 느끼는 고유한 영역이니까.
결국 행복은 다른 어떤 사람들이 즐기는 신비로운 것도, 낯설고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이 시간 내가 만나고 있는
작고 소소한 모든 것에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에 만족하는 삶,
그것이 곧 행복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