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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봇 Jan 25. 2021

20. 숙면과 휴식에도 자격이 있다.

B급에서 A급이 되고 싶어 졌다.

20. 숙면과 휴식의 자격




01. 자라는데 잠은 안 오고, 쉬라는데 불안해서 쉴 수가 있나


 작년부터 서점의 에세이 섹션 베스트셀러는 '힐링 도서'로 점철되어 있었으며, 인터넷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소위 '짤'로 만들면서 '요즘 에세이 코너 특징'이 '죄다 자고 있음'이라고 서술하기도 했다. 이것은 책을 쓴 작가님들을 비하하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사람들이 에세이 섹션을 갔을 때 마주하는 풍경을 묘사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내 감정이 아닌 인터넷을 차용한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요즘 에세이 코너 특징. jpg - 죄다 누워 있음]



 실제로 이런 트렌드를 확인한 사람들은 댓글로 힐링 도서들을 '그럴싸한 말들로 포장해 낸 일기장'이라고 비평하기도 했으며, 혹자는 '그만큼 빡빡한 요즘 세상에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도서'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렇듯 힐링 에세이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하게 나뉘는 가운데에도, 여전히 에세이 섹션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특히, 회사가 교보문고와 가까워 점심과 저녁 시간에 제법 들렀던 나의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하자면 그 에세이 세션에서 머물며 책을 건드는 대부분은 20대에서 30대로 추정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 아마 저마다 다 비슷한 삶을 살며 비슷한 고민을 하는 바로 그 세대들 말이다.


 아주 아쉽게도 나도 그 에세이 세션을 위로받기 위해 서성였던 세대들 중에 한 일원이었으며, 에세이가 주는 감명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고 있기에 그 세션에서 이목을 끄는 책들을 사고 읽었다.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내려놓음'과 '휴식' 그리고 '나를 위하는 생활'이었기에 한 동안은 바쁜 일상에 지쳤을 나를 위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내보기도 했고, 내려놓기 위해 욕심을 버린다며 푹 자기 위해서 이런저런 시도도 해보았지만 결론적으로 그런 행동은 사흘도 채 가지 않았다. 


 정확히는 불안감에 그런 행동은 자연스럽게 중단하게 되었다.

 

 무엇을 하고 있지 않다는 불안감과 다른 SNS에서 행복해 보이고 더 나아가는 그 사람들, 그리고 주변에서의 재테크 성공기에 대해서 나만 도태되어간다는 그 불안감은 불면을 야기하기에는 충분했고, 내려놓으려고 했던 그 잡념은 더 많아지게 되었다.


 그러니까, 결국 숙면과 휴식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임을 받아들였다. 나는 내려놓을 준비도 되어 있지 않기에, 혹은 다 갖추지도 못했기에 두 발 뻗고 편하게 자는 것에 일말의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그런 사람이라는 것이다.


"요즘 잠이 안 와."


 대부분 뭔가 근심이 있거나, 불편한 상황으로 머릿속에서 생각이 맴돌 때 우리는 피곤함에도 잠에 쉽사리 들지 못하곤 한다. 그리고 휴식이라고 해서 맛있는 걸 먹어도 입맛이 없고,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가 않다. 그것은 우리의 감정이 그런 상태를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걸 '자격'이라고 표현한다. 모든 것이 해소되었을 때, 걱정과 근심을 한 시름 덜어냈을 때 우리는 숙면을 취하고 휴식을 십분 누릴 수 있다. 위로받기 위해 선택한 책에서 말하는 '이제는 휴식해야 할 때가 왔음'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 시도했지만, 내가 느끼는 이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이 '지침'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원래 기질이 그런 사람이다. 퇴사를 결심하고 뛰쳐나가는 그들만큼 대담하지 않아 현실을 살아야 하고, 그렇지만 조금은 더 잘 살고 싶어 무엇이라도 더 나아가야 하는 지나치게 현실에 얽매인 그런 사람이다.




02. 하루에 30분 독서는 못하겠지만, 30쪽은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서 2021년은 계획을 달리했다. 목표를 세우고, 그리고 차차 실천해나가기로 했다. 


"올해는 글을 100개 써보려고 해."


 여기까지는 누구나 세울 수 있는 그 목표, 하지만 대부분은 이러한 목표를 성취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약 10년 동안 플래너 하나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매년 말 대청소를 하면서 꼭 새 것과 같은 플래너를 버리게 되는 나를 반추하는 표현이다.


 그래서 실행하는 요령을 좀 달리해보기로 했다. 지금의 내 하루하루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나는 목전의 진척을 목도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너무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지금을 보자고 결심했다.


 올해의 목표는 글을 100개 쓰기로 결심했으니, 산술적으로는 12개월을 한 달로 나누어 적어도 달에 8개는 발간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한 달을 또 주로 나누면 주에 2번의 글은 써야 한다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1년 안에 100개의 글쓰기가 목표가 아닌, 나의 목표는 주에 2번 글쓰기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주에 2번 글쓰기를 성공했다면, 나는 나에게 주어진 주의 목전의 목표를 달성한 것이기에 이를 통해서 가지는 만족감과 해냈다는 성취감을 동시에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예로는 나는 올해의 목표를 25권의 책을 읽는 것으로 정했다. 마찬가지로 산술적으로 12개월로 나눈다면 한 달에 적어도 2개의 책은 읽어야 한다는 것이고, 1개의 책은 2주 안에 독파하면 된다. 대부분의 책이 300~400쪽인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의 목표는 하루에 30페이지를 읽는 것이다. 


"한 달에 책 두 권을 읽어."

"와, 너 책 되게 많이 읽는다."


 모두가 그런 반응이다.


"하루에 30쪽씩만 책 읽고 있어."

"되게 부지런하네."


 하지만 하루에 30쪽 독서한다고 한다면 주변에서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이곤 했다. 우리에게 있어서 30분의 독서시간은 굉장히 길게 느껴지지만, 단순히 '30페이지'라는 분량은 그렇게까지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이런 부담감이 없는 쪽수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2주에는 300 페이지가 되어 한 권 분량을 독파할 수 있다. (주말은 휴식을 위해 뺀다 했을 때)


 1년 간의 보상과 결실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100개의 글 발간과 25권의 책 독파는 무척이나 큰 성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게 큰 성과처럼 느껴지는 만큼 쉽사리 어떻게 써야 할 지에 대한 감이 잘 오지 않기에 대부분의 목표는 흐지부지되며 실패한다. 첫 한 달 간도 어떻게 해야 할지 맥락도 잡지 못한 채, 그만두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올해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목표를 기재하고, 반기로 나누고, 분기로 나누었다. 그리고 또 한 달로 나누고 주로 나누었다. 그러면 내가 하루나 혹은 주에 해야 할 것들이 눈에 보이며, 내가 오늘까지는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그 가시성을 활용하기로 했다.




03. 실패해도 뿌듯할 수 있는 건 기록의 지침이 있기에


[출처 : Unsplah - Planner]


 또 하나 이렇게 쪼개어 하루하루의 목표를 달성해 나갈 때에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기록'이다. 브런치와 같은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기록을 남기는 것이 굉장히 쉽지만, 내가 하루에 책을 30쪽 읽었는가에 대해서는 꾸준하게 기록할 곳이 필요하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요즘은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나 휴대전화의 애플리케이션(스케쥴러)도 너무 잘 되어 있어 이런 것들을 하루에 맞춰 기록하기에는 전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1월 한 달간 기껏해야 두 개 의 글만 발간했다. 지금 이 것을 포함하면 세 개가 될 것이다. 이미 목표는 실패했고, 나는 내가 하려 했던 것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꼴이 되었다. 한 가지 변명을 더하자면, 노트북이 15일을 기점으로 망가졌고 수리를 지난주 토요일에나 했기 때문에 글을 쓸 수 없었으며, 이러한 마인드를 가지게 된 것이 지난 주라고 철저한 변호를 해보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도 어떠하랴?

 

 가령 올해 내가 100개의 글을 목표로 했으나 50개의 글을 썼다고 해도, 내가 한 주간했던 고민과 한 주간 썼던 그 기록들의 흔적들은 남아있을 것이다. 하루하루의 그 빡빡한 스케줄에 맞추려고 아등바등 열심히 살았던 나의 인생의 파편들을 플랫폼과 다이어리, 스케쥴러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나와의 약속은 분명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나를 위한 것이고, 멈추지 않고 한 발자국 씩 나아가고 있음을 그리고 인생을 즐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편린이기에, 우리는 우리의 시도를 좀 더 기록하고 칭찬하고 마주할 필요가 있다.




04. '거대한 소음'을 '음소거'한다



 우리가 모든 일상과 매체에서 접하는 여러 가지 소식들은 이제 소음(noise)이 되어가고 있다. 정보는 유용함과 내가 원했던 것과 관계없이 온라인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시도 때도 없이 제안되고 있으며, 그들의 말에 우리는 요동치고 있다. 현재 느끼는 이 동요와 불안도 그런 소음에서 기인하기에 우리는 그 노이즈 안에서 삶을 아주 온전하게 사수해야만 비로소 중심을 잡을 수 있다. 


 그 '거'대한 '소음'을 '음소거'할 때 비로소 우리는 평온함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음소거는 비로소 나에게, 내면에 집중하는 것이며 그래서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주는 행위가 필요하다. 바깥의 소리가 아닌 온전히 나만 들을 수 있는 그 내면의 '음소거'의 소리로.


"완벽하지 않아도, 하루하루 나아가고 있고 그게 기록으로 남아있어."


 1년의 목표를 달로, 그리고 주로, 또 일로 쪼개 실천해 나가려는 이 시도가 내가 얼마나 나아가고 있는지 그 걸음걸음을 비로소 마주하면서 수많은 소음 속에서 온전한 나를 사수하려는 그 노이즈 캔슬링의 노력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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