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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 Aug 27. 2020

여름이 지나가는 저녁

이곳이 어디든 다음 역까지 걸어가야겠다, 천천히 

8월 27일 목요일 저녁, 


아침에 산에 가는 것도, 매일 책 한 권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어제보다 오늘 에너지가 충전된 느낌이다. 

혼자 있어도 기분이 많이 다운되지 않는다. 

매일 비가 와도 기분이 많이 나빠지지 않는다. 


집에 있을 땐, 늘 넷플릭스를 틀어 놓는다. 

<청춘시대 1,2>를 다시 보며 글을 쓸 용기를 얻었고, 

<야식남녀> <식샤를 합시다2>를 보며 잃었던 입맛을 찾았다. 

<오! 나의 귀신님> <힘쎈여자 도봉순>을 보며 명랑해지는 법을 알게 되었다. 

<미스터 션샤인> <킹덤 1,2>를 보며 감탄하고 감탄했다. 


조만간 이사를 간다. 

이 동네를 떠나는 게 아쉬워 2년 만에 맛집을 찾아 혼밥을 시작했고, 

새로 생긴 카페에 단골이 되었다. 

동네 서점 주인과 술을 마시기도 했다. 


코로나로 약속들이 다 깨졌다. 우울함을 말하고 나면 좀 괜찮아지는데, 

만남들이 미뤄지면서 다시 혼자가 되는 시간이.  

그냥 잊히는 기분이 든다. 내가 별로 중요하지 않는 기분이 든다. 

상황 때문인 것을. 


대단한 충격이나 아주 나쁜 일로 우울증이나 공황장애가 온다고 생각했다. 

그러기에 내 경우는 가벼운데,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할까, 생각할 때가 많다. 


달리고 있는 기차에서 혼자 뛰어내린 느낌.

떨어진 곳이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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