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땅에서의 첫걸음
현지 생활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도전은 언어였다. 영어가 어느 정도 통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실생활에서는 대부분 베트남어가 사용되었다. 2달 동안 개인과외를 받고, 매일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베트남어 공부에 집중했지만, 처음 몇 마디를 내뱉었을 때 발음이 틀리거나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작은 물건 하나를 사는 데도 언어의 벽은 높았다. 특히 베트남어의 6성조는 익숙해지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억양이 바뀌는 발음 체계는 한국어에 없는 것이어서, 처음에는 마치 노래를 하듯 말하는 것이 낯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베트남어의 리듬과 억양에 조금씩 익숙해졌다. 슈퍼마켓에서 몇 가지 물건을 살 때도 처음엔 한 마디를 건네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조금씩 더 자연스럽게 말을 건넬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숫자 관련 대화는 자주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간단한 대화이긴 했지만, 점원이 내가 말한 것을 이해하고 필요한 물건을 건네줄 때 느낀 건 새로운 경험에서 오는 작은 만족이었다.
베트남어로 현지인들과 대화를 시도하면서 그들과의 거리가 조금씩 좁혀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 긴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어렵지만, 간단한 인사말이나 짧은 대화만으로도 어느 정도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언어는 단지 소통의 수단을 넘어, 그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문을 여는 열쇠처럼 느껴졌다.
교통도 또 다른 큰 도전이었다. 호치민의 도로는 말 그대로 오토바이들로 가득했다. 어디를 가나 끝없이 이어지는 오토바이 행렬을 보고 처음엔 길을 건너는 일조차 두려웠다. 도로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들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일이 매번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현지인들은 마치 물살을 가르듯 자연스럽게 오토바이 사이를 지나갔다. 그들을 보며 어떻게 저렇게 여유롭게 길을 건널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그 흐름 속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오토바이 물결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절대 뛰지 않는다 > 다가오는 오토바이 운전자와 눈을 마주친다 > 오토바이가 알아서 피해간다.
처음에는 이 규칙이 믿기지 않았지만, 호치민 시내 한가운데에서 길을 건너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 절대 뛰지 않고, 천천히 걷고, 다가오는 오토바이 운전사와 눈을 마주치며 그들이 나를 피해갈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핵심이었다. 처음에는 여전히 두려웠지만, 점차 이 규칙에 익숙해지면서 나도 이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도로를 건널 때마다 마음속에서 나름의 각오를 다지지 않을 수 없었다. 긴장을 풀고 방심하는 순간, 위험이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치민의 도로는 쉽지 않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이러한 작은 도전들이 조금씩 익숙해져갔다.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던 순간들이 점차 일상의 일부가 되었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고 적응해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녁이면 노을 진 하늘 아래에서 노점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느꼈던 여유로움, 처음 맛본 음식들이 주는 신선함, 현지인들과 나누는 짧은 미소와 대화. 이런 순간들이 내게는 새로운 일상 속에서 작은 위안이 되었다.
낯선 땅에서의 첫걸음은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인 경험이었다. 매일의 도전 속에서 이곳에 조금씩 익숙해지며, 그 과정이 나에게 새로운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첨엔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곳의 삶에 조금씩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이제 나는 낯선 곳에 서 있는 외부인이 아닌, 서서히 이 도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