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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blue sky Oct 19. 2021

나의 고양이 1

:귀 접힌 토니와 가족 만들기


병원으로 강아지 또는 고양이를 분양받아서 들어오는 가족의 얼굴에는

언제나 미소와 즐거운 표정이 끊이질 않는다.  

가끔 어른들의 얼굴에 비치는 미소와 웃음을 보면 아이들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나도 동일한 감정을 몇 번 느꼈으니 말이다.

 감정을 느끼게   아이들이 강아지 토토와 고양이 토니와 토르.


토니,토토,토르( 사진순)

이중 토니는 나에게는 조금은 특별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토니는 페르시안 아빠와, 스코티쉬 폴더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다.

그래서 긴 털은 아빠를 닮고, 접힌 귀는 엄마를 닮아서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내가 토니를 만난 것은 10년 전   꽃샘추위가  끝날 무렵 오후에,

나른한 햇살을 보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누릴 때쯤이었다.


병원 안으로 한 젊은 청년이 들어와서는 “저~고양이 분양은 하나요?” 라며 묻는 것이다.

분양은 하지 않는다고 하자 조금의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새끼 고양이들이 있는데 한번 봐달라는 것이다.


토니 병원에 처음 온날

큰 종이박스를 하나 들고 들어와서  

우리에게 자판 펼치듯이 보여주는데, 모두 다섯 마리의

검은 고양이가 안에서 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문방구 앞에 놓여있는 노란 병아리를 실내화 가방을 손에 들고

정신없이 쳐다보는 초등학생처럼, 머리를 맞대고 아기 고양이들을 보고 있었다.

다섯 마리 모두 한 형제고 이제 한 달을 갓 넘었다고 한다.  


그런 감상도 잠시,  남자는 대뜸 “원장님 고양이  마리만 사주세요라며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분양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살 수가 없다고 몇 번의 거절을 하자,

남자의 하소연이 시작되었다.  

이 고양이들은 자신의 고양이가 아니고, 아는 형님의 고양이인데,

그 아는 형님이라는 분이 오늘 무조건 다 팔고 오라고  했다며,

오늘 안에 다 못 팔고 들어가면 큰일 난다면서-그때의 정확한 표현은 맞아 죽는다고 했음-,

다섯 마리중 하나는 자기가 키울 거고 나머지 네 마리 중에서 한 마리만이라도 사달라고

불쌍한 표정을 한 채 사정사정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 고양이들을 아침에 차에 태워서 팔려고 나왔는데,

오후 4시가  때까지  마리도 팔지 했으니 오죽  답답했으면 동물병원으로 들어왔을까.

예쁘게 미용하고 난뒤

남자의 간곡한 부탁에 너무 매정하게 거절하기가 미안해서 가지고 있는 현금이

십여만 원밖에 없어서 지금 당장 살 수가 없다며 완곡한 거절을 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잠깐만 기다리라더니 그 형님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다.

여차저차 설명을 하자 전화기 너머로 큰소리의 육두문자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xx 아무리 믹스지만  페르시안 순종하고 폴더 순종 사이에 나온 고양인데 그걸  가격에....”.

그럼 그렇지... 몇십만 원할 고양이로 보이는데, 단돈 십여만 원은 어림없을 금액이니,

이제는 포기하고 돌아가겠지 했는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전화를 끊은 남자는 “ 형님이 무조건 15 원은 받아 오라는데, 제가 2  보탤 테니 13 원만 주세요”라는  아닌가.  


한번 뱉은 말이니 주워 담을  없고, 고양이를 입양하려고 하니 순간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어린걸 병원에서 어떻게 키우지?

아내 에게는 뭐라고 말하지?


애를 키우면 내가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등의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떠다녔지만,  

또 한편으로는 병원으로 강아지, 고양이를 입양해서 들어오는 어린아이의 웃음이,

 입가에도 맺히는 것을   있었다.

두 번의 망설임도 없이 귀 접힌 아이를 선택했다. 그놈이 토니다.  



유치원 다니는 둘째가 항상 불만인 게 “언니는 토토 주인인데, 왜 나는 없어?”였다.

그래서 병원 차트에 보호자를 둘째 딸로 하고, 집에 가서는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토니의 입양을 설명했다.



토니와 출퇴근시 차안에서

저녁을 먹은 뒤 가족 모두 모여서 이름을 짓기 시작했는데,

강아지 토토가 있으니 토자가 들어간 이름 중에서 찾아보다가

결국 둘째 딸의 친구 이름인 토니로 결정하게 되었다.

한 달이 갓 넘은 토니는 작은 걸음으로 병원 내를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토토에게 하악질도 하고 경계를 하더니 3-4일째부터는 둘이서 아주 잘 놀고,

잠도 같이 자고 고양이 토르가 입양되기 전까지 떼려야   없는 단짝이 었다.

진료실에 낮잠중인 토니

이제 10살이 조금 넘은 토니, 항상 병원 진료실 위에 누워 나의 일을 방해하지만,

소파에서 토니를  안고 고르릉 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어릴 적 동생들을 물리치고 혼자 고양이를 품에 안고 잠을 잤던 그때가 생각이 나서

혼자 웃음을 짓곤 한다.  

토니는 산책이 가능한 고양이 이다

앞으로 십몇년을 같이 지낼 소중한 또 하나의 가족인 토니는 이렇게 나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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