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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blue sky Oct 22. 2021

유기견과 반려견

덕이의 입양 이야기

덕이가 병원에 처음 내원한 것은 더위가 막 시작될 6월 말이었다. 

강아지가 3일 전부터 밥도  먹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다며 진료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는

중저음의 남자목소리가  참으로 다정하게 들렸다.

증상을 설명하고 통화를 끝내기 전에 조금 주저하듯이 한 템포를 쉬고는 냄새가 좀 많이  

나는데도 진료받을 수 있겠냐는 질문까지 하였다. 

이렇게 오전에 통화한 후 진료가 한창이던 오후에 간호사가 진료 접수증 한 장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강아지 이름이 없네?”


강아지 이름도 없고 , 나이도 모르고, 아는 것은 종류와 성별밖에 없었다.


보통 진료대기 중이면 대부분의 보호자는 병원 내 의자에 앉아서 커피 한잔을 마시던지 책을

보곤 하는데, 덕이 보호자는 간호사의 안내에도 불구하고 병원 내 손님이 다 나가면 

병원 안으로 들어 오겠 다며 한참을 병원 밖에서 기다렸다.

덕이의 진료순서가가 된 후 보호자와 먼저 상담을 하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냄새가 좀 많이 나서요...”

보호자의 말에 의하면 덕이는 동네를 떠돌던 유기견인데, 자주 먹을 것을 주다 보니 정이 들어

서 보호자의 일터에서 키우게 되었고, 이제 한 달 정도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사료와 잔 밥도 잘 먹고 노는 것도 좋았는데 

3일 전부터 갑자기 사료와 밥을 먹지 않고 엉덩이와 배 부위를 만지면 아파한다고 한다.  

그냥 사료만 줄 뿐 목욕 등의 다른 관리는 전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이름도 짓지 못했다고.....


보호자는 어려서 한번 강아지를 키운 경험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강아지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 이후 다시 그 경험을 겪고 싶지가 않아서 그 이후 강아지를 키우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강아지를 안고 병원에 온걸 보니 덕이의 불쌍한 모습에 마음을 바꾼 모양이다. 


신체검사부터 했다.

제일 먼저 한 것은 탑투토(top-to-toe).

사람에서 의식을 잃은 외상환자는 스스로 아픈 곳을 말할 수 없기에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세밀한 검사가 필요하지만 , 동물들은 의식이 있어도 말을 못 하기에 항상 탑투토(top-to-toe)가 필요하다.  


전혀 관리되지 않은 보굿 같은 털 뭉치들이 덕이의 온몸을 둘러싸고 있었다. 

털 아래의 피부 상태를 확인하려 해도 보굿 같은 털 뭉치 때문에 , 마치 어릴 적 가시덤불에

들어 가버린 보이지 않는 구슬을 찾는 듯 보이지가 않았다.


보호자의 동의하에 털을 정리 해가면서 피부 상태를 확인했다.

항문 부위의 털을 조금 정리하자, 벗고 있던 마스크를 다시 눌러 착용할 수밖에 없었다.

냄새의 근원을 발견한 것이다.


'똥'


마치 마차를 끄는 말의 똥을 받는 거적을 엉덩이에 붙여놓은 듯 엉덩이 아래의

털을 걷어내니 그 안에 웅크리고 있는 것은 바로 덕이의 변이었던 것이다.


이러니 냄새가 날 수밖에.....


덕이는 유기된 상태에서 털이 정리가 되지 않아서 엉덩이를 덮어버렸고 그 아래로 조금씩

똥이 찼던 것이다.

간호사에게 나머지 털 정리를 맡기고 진료실에서 이전 진료의 검사 결과들을 보고 있는데

미용실로 들어 간지 얼마 되지 않아 “ 까악”하는 간호사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머리를 스치는 단어

파리의 알에서 부화한 유충

 

 '구더기'


여름철이 되면 아픈 유기 견에서는 가끔 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유기견을 자주 접하지 않은

신참 간호사에게, 더욱이 여자에게는 그 광경을 보고 비명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다.


 “원장님 ~ 구더기예요...”


사색이 된 간호사의 표정에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 그것 때문에 아파했을

덕이를 보니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얼마나 불편하고 , 아팠을까....'


엉덩이 부위와, 배 아래의 털을 제거하자 양쪽 허벅지 뒷부분과, 아랫배 부분에서 많은 양의

구더기가 피부와 깎여진 털 뭉치 아래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부위는 피부병이 심하게 진행되고 있었고, 구더기에 의해 피부에 구멍이 여러 군데 나있었다.

파리의 알에서 부화하는 유충이 구더기인데 이들이 단백질 분해 효소를 분비하여 피부조직을 소화시키기 

때문에 피부에 많은 구멍들이 나는 것이다. 

  

보호자와 상담 끝에 입원 치료를 하기로 했다. 

보호자는 지금 덕이를 데리고 가서 돌봐줄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한다.


전체적인 검사상 에는 약한 빈혈과 탈수 , 알부민 저하가 나타났지만 ,  

우려했던 심장 사상충  성충 감염과, 진드기 유래 질병은 감염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간혹 좋은 마음에 유기견을 입양했다가도 심장사상충 성충 감염이 확인되면 입양을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장사상충 성충 치료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나마 덕이는 시간은 걸리지만 피부 치료만 하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다행이었다. 


미용을 깨끗이 하고 난 뒤 탈수 교정과 함께 피부 치료가 시작되었다. 

덕이는 입원 장안에서 계속 엉덩이와 배를 핥고, 소가 비게질 하듯이 계속 입원장을 비벼대고 있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덕이를 확인하면 입원장 아래 패드와 엉덩이와 아랫배에서 나오는 진물이  마치 

소변이 몸에 묻은 듯이 젖어있었다.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덕이



“원장님 애를 뭐라 불러요? 그냥 강아지라고 할 수도 없고...” 


병원에 며칠 동안 입원할 것인데 불러줄 이름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고민 끝에 나온 이름이

 “덕이”

“덕이 어때? 그냥 '구더기'에서 ‘구’ 자를 빼면 참 예쁜 이름인데?”


그렇게 이름 없이 강아지로만 채워졌던 차트에는 덕이란 이름으로 다시 채워졌고,

병원 내에서는 그 이름으로 불려졌다. 

그런데 “덕이” 부를수록 정감이 갔다.


처음에는 경계하던 덕이도 차츰 꼬리,를 흔들 정도로 병원 식구와 친해졌고, 엉덩이와 배에서

나오던 삼출물도 차츰 줄어들고, 파였던 살도 다시 차오르고 피부색도 원래의 색을 찾기 시작했다.


예정일보다 3일이나 더 지난 후 덕이가 퇴원하던 날.

덕이를 데리러 온 보호자는 미용을 한 덕이를 몰라보고 물끄러미 ‘날보고 있는 너는 누구냐’

하고 쳐다만 보고 있는데, 덕이는 보호자를 보자마자 꼬리를 흔들고 짖고....


그제야 알아보는 보호자의 입가에 도는 미소는, 입양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사랑이 묻어 나오는 미소였다.


똥이 가득했던 유기견에서 행복만 가득할 반려견이 된 덕이.

덕이는 보호자의 품에 폭 안긴 채 병원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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