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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blue sky Oct 22. 2021

결혼식 다음날의 출산

: 자미의 제왕절개 수술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녀의 걸음은  여유가 묻어나고  얼굴은 평온해 보인다.

2일 전 난산으로 제왕절개 수술 때문에 포메라니안 ‘자미’를 이불에 싼 채로 내원했을 때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동물병원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의 응급상황 중에 난산 때문에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는

어미와 새끼를 모두 살려야 하므로 수의사의 중압감은 더욱더 커진다.     

난산이란 모견 스스로 태아의 출산이 어려운 경우를 말하며,  항상 늦은 밤, 일요일 등 근무 외 시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뿐 아니라 수의사의 속도 타들어 간다.

강아지의 출산일 전에 방사선 촬영을 하여 태아의 수와 태아의 크기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도 이 부분에 대해  예방하기 위함이다.

 

    

6마리의 강아지와 어미 잭 러셀 테리어: 태아의 수도 많고 커 난산의 위험이 높아 출산일에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


일요일 미루었던 서류 정리를 마치고 막 병원문을 나가려는 순간 울리는 전화.


난산이었다.

그리고 30분이 지난 다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세 명의 여자.

피 묻은 이불에, 힘없이 쳐져 있는 강아지를 안고 사색이 되어 진료실로 들어온다.

“새끼 두 마리가 죽었어요”

짧은 한 문장이지만 보호자가 그간 느꼈을 심적 고통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침에 확인해보니 어미의 산도에 머리만 보인 채 죽은 강아지가 보이고 어미는 힘도

못 주는 탈진상태였다고 한다.

인근 병원에서 응급으로 첫 번째 강아지를 빼낸 뒤 다시 집에 왔는데,

둘째도 역시 머리만 나온 채로 죽어,  그 뒤로 어미를 이불에 싸고 친구들과 함께 수술이 가능한 곳을

알아보며 집을 나섰다고 한다.

    

방사선 검사 결과 아직도 한 마리의 거대한 태아가 배 안에 있는 것이다.

‘이렇게 큰 태아가 세 마리나 있었다니...’

어미의 몸에 비교해 태아가 너무 컸다.

다행히 태아의 심장은 뛰고 있는 상태였다.

    

수술 준비는 미리 세팅이 되어있어서 문제는 안 되지만, 휴일이어서 강아지를 받아줄 간호사가 없었다.  

보호자는 이미 어미와 새끼가 죽을까 걱정이 되어 마스카라가 번질 정도로 계속 울고 있어 

정신이 없는 상태였고, 이를 보다 못한 친구 중 한 명이 자진해서 강아지를 받겠다고 나선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수술.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무사히 태아를 자궁에서 꺼낼 수 있었다.


태아를 보호자의 친구에게 건네주었다.

어미는 마취 유지가 안정적이어서 수술을 마치는 것에  걱정이 안 되는데, 태아가 걱정이었다.

태아가 숨을 쉬지 않자 이제는 친구들까지 흐느끼기 시작한다.


“ 계속 마사지해주고, 체온 떨어지지 않게 해 주세요....”


계속된 주문을 하며, 마지막 피부 봉합을 할 때쯤


“어머~아~”하는 탄성이 들렸다.


“숨도 잘 쉬고, 울기도 하고 움직여요~”


그제야 나도 마음 편히 수술을 마칠 수가 있었다.  

   

병원에 들어서면서 시작된 걱정의 눈물은,

강아지의 울음소리에 안도와 기쁨의 눈물로 바뀌고,

수술이 끝난 뒤 어미와 새끼 모두 건강하자 안도와 감사의 눈물로 변해버렸다.



잠을 너무 많이 잔다고 해서 붙여진  ‘자미’의 출산 드라마는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보호자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국악단을 운영하며 아쟁을 연주하는 젊은 국악인이었다.

토요일 결혼식을 올렸지만, 공연이 비교적 적은 겨울철로 신혼여행을 미루고,

지인들과의 피로연으로 저녁을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결혼식에 온 친구들과  출산일이 임박한 ‘자미’를 보러 갔다가

‘결혼식 다음 날의 출산’이 시작된 것이다.

    

강아지의 이름은‘방자’

수술 때 강아지를 받아서 살려낸 친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 했다.


“ ‘방자’야 형들 몫까지 행복하게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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