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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 Feb 03. 2024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거리유지하기.

모든 관계는 적정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인간은 평생 홀로 살아갈 수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가족, 친구, 연인 그 외 다양한 관계들. 모든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적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나와 직접적으로 엮인 관계들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삶의 주체가 아닌 곁들여지는 관계를 유지했다. 나라는 사람이 있고 나를 같이 구성하는 관계들로 생각해서 한쪽에서 문제가 생겨도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나름 조절을 잘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간혹 친구들 중에 그런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적정거리 유지를 못하고 힘들어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관계유지에 있어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것도 없이 의무적으로 출근하는 나에게 살아가는 데 있어서, 뮤지컬과 덕질이 큰 의미였다. 한 주를 버티기 힘들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은 뮤지컬을 보러 갔고, 연예인의 노래와 예능 등을 챙겨보며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뮤지컬을 한 달에 한 번도 보지 못했을 때는 주마다, 아니 2주에 한 번씩이라도 볼 수 만 있다면 못 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 이랬던가. 지금은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공연을 보고 있지만, 한 주가 공연에 대한 기대로 가득하던 그전의 나는 사라져 버리고, 평소에는 어떠한 기대도 없이 그저 그런 날들을 보내다가 공연 보는 순간만 잠깐 행복했다. 오로지 관극 하는 날만 행복이 되었고, 아티스트의 사진과 영상만 봐도 좋았던 시절에서 점점 소통의 빈도를 체크하고 소속사에 대한 불만도 생겼다.


 그렇게 현생을 버티기 위해 붙잡고 살아가던 것들이 집착이 되면서 나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것들로 인해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지만, 의존도가 높아지자 오히려 그것들로 인해 무너져버렸다. 눈에 보이는 관계들만 잘 유지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살아가는 데 있어서 모든 것들이 관계로 엮여있어서 직접적인 관계 외에 내가 좋아하며 마음 쓰는 일방적인 관계에도 거리유지가 필요했던 것이다. 나는 나대로 살아가야지 다른 것들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면 안 됐다. 

 사람의 마음은 언제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서로 마음이 맞아서 만나는 연인관계도 한순간에 끝날 수 있는데, 내가 일방적으로 좋아했던 관계는 내가 놓으면 끝나는 관계이다. 나는 이 관계에서 내가 줄을 잡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벼랑 끝에서 줄을 한 손으로 간신히 붙잡고 있었다. 다른 손으로는 삶의 고통인 것들을 붙잡고, 오로지 그 줄에 의지해서 살아가려 하니 힘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삶의 목표가 다른 것이 아닌 나 자신이 되어보기로 했다. 좋아하는 것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분명히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이지만, 플러스 요인이 되어야지 그것들로 내 인생이 좌지우지되면 안 되는 것이었다. 내가 하면서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직접경험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도전하며, 주체적으로 살아보려고 한다. 그러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이제는 마음속 구석에 숨어있는 나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당당히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남들 이야기는 잘 들어줬어도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 적은 거의 드물었던 것 같아서 나에게 귀를 기울여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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