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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 Feb 10. 2024

사람들의 열정은 어디서 오는가.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

 구름 한 점 없던 아침 출근길, 육교를 지나는데 안전난간에 햇빛이 비춰서 바닥에 그림자가 생겼다. 마치 내가 걸어가야 하는 길에 그려져 있는 철장 같았다. 오로지 이 길로 출근을 해야만 했는데, 그림자를 밟으면서 걸어가니 감옥에 제 발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퇴근 후의 시간과 휴일을 통해 나를 더 보살피며 단단해질 수 있었지만, 근본적인 것은 달라지지 않았기에 나의 고통은 지속되었다. 학생 때부터 취업까지 끊임없는 레이스를 달려올 수 있었던 이유는 이 길의 끝에는 꽃길이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길을 완주한 지금. 더 이상 바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 또다시 절하고 만다.


 누군가를 대체해서 살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뮤지컬을 본 적이 있는데,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직장에서의 이 자리는 내가 아닌 누가와도 메꾸어지는 자리가 아닌가.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돌아가는 일이라면 나도 누군가의 대체제로 살아가는 건 아닐까? 내가 오로지 나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것들만 해당하는 걸까.

 어떤 일이든 자부심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일한다면 독자적으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개척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않았기에, 그저 시간만 보내고 월급 받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했기에 그런 생각을 한 것 같다.


 요즘은 하루를 무탈하게 보냈을 때 오늘도 잘 버텼다고 느낀다. 특별하게 행복한 일이 생기는 것보다 아무 사고나 실수 등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고 그저 잘 흘러간 하루가 감사하다. 가장 안정적이라고 생각한 지점에서 무언가가 추가되고 발생한다면 평소 갈등을 회피하던 성격인 나는 무너지고 만다. 이기적이지만 현재로서는 아무리 돈을 더 받는다 해도 큰 책임을 지는 일이나 직책은 피하고 싶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주어진 일만 하는 게 마음도 편하고 몸도 편하다.


 그래서 열정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신기하다. 대체 무엇이 그들을 불타오르는 사람으로 만드는 걸까.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서 하는 기분은 어떤 건지 궁금했다. 다른 이유 때문아니라 자신이 원하기에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 인생에서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며 그걸 위해 모든 걸 쏟아붓는 사람들. 그들이 부러웠다. 자신의 삶에 대한 의욕과 희망이 가득해서 어떻게든 행복하게 살아갈 것처럼 보였는데 내게도 그런 열정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여러 방법을 시도하며 스스로를 아무리 다독여도 돈과 맞바꾼 시간과 건강이 너무 아까웠다.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새로운 구체적인 삶의 목표와 그걸 이루고자 하는 열정, 약간의 용기일 것이다.

 그동안 힘들었던 나를 위로해주고, 취향을 알아가고,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보고,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나만을 위한 선택을 하기로 했으니 이제는 정말 인생의 새로운 목표를 설정할 때가 된 것 같다.

 소설과 에세이만 읽던 내가 자기 계발서와 철학책을 읽기 시작했고, 현재만을 생각했지만 앞으로의 미래까지도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이렇게 변할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는데 변했으니, 앞으로의 삶도 같은 일들만 반복될 거라는 법은 없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남들이 다 한다고 따라 하는 그런 목표가 아니라 정말 나를 살아가게 하는 목표이다. 간절히 나만이 바라는 것을 찾아보기. 이것이 내 삶의 새로운 레이스의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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