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가 달리고, 기독교인들을 죽이던 대원형 경기장이 아름다운 광장으로
'나보나 광장'은 '스페인 광장'과 더불어 로마의 2대 광장으로 꼽힙니다.
로마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불리는 '나보나 광장'은 '바로크' 양식으로 조성되었고, 로마의 다른 광장에 비해 비교적 큰 편입니다. 이유는 고대 로마의 전차 경기장이 그대로 광장으로 조성되었기 때문인데요. 세로 260m, 가로 50m의 길쭉한 타원형을 하고 있습니다. 광장의 북쪽에는 경기장의 문이었던 아치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르네상스 이후, 바로크 시대에 건물과 분수를 만들었고, 대원형 경기장 형태를 그대로 간직한 아름다운 광장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광장에는 아름다운 세 개의 분수가 있습니다. 특히 광장 중앙에 있는 <피우미 분수>는 ‘4대 강의 분수’라고도 불리는데요, 각 대륙의 4대 강을 의인화한 작품입니다. 남아메리카의 ‘라플라타 강’, 그리고 아시아의 ‘갠지스 강’, 유럽의 ‘도나우 강’, 천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는 것이 아프리카의 ‘나일 강’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때까지만 해도 나일 강의 근원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눈을 가렸다고 합니다. 분수에는 높이 17m의 오벨리스크가 우뚝 솟아 있습니다. 북쪽의 <넵튠의 분수>는 바다의 신을 나타냅니다. 남쪽에는 <모로의 분수>가 있습니다. ‘모로’는 무어인을 뜻하는데, 8세기 이베리아 반도를 정복한 아랍계 이슬람교도를 뜻합니다. 이곳의 분수들도 스페인 광장의 ‘난파선의 분수’와 ‘뜨레비 분수’처럼 로마시대의 가장 오래된 수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광장 중앙에는 종탑 두 개가 높이 솟은 성당이 있습니다. <산타네제 인 아고네 성당>으로 <성녀 아그네스 성당>이라고도 불립니다. 이곳은 '콘스탄티누스 1세'의 딸인 '콘스탄티나 공주'가 '성녀 아그네스'를 위해 세운성당입니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처형된 후, 밀라노 칙령이 선포되어 기독교가 공인되기 이전, 300여 년 간, 로마는 기독교인들에게 엄청난 박해를 가했습니다. 로마의 부유한 귀족출신의 미모에 소녀였던 '성녀 아그네스'도 당시 순교한 사람으로 가톨릭에서 '성녀'로 추앙받는 인물이죠. 그녀는 '순결'을 표현하는 '양'으로 표현되는 성인입니다.
미모의 그녀는 수많은 남자들의 청원을 받았으나, 그녀는 기독교인의 삶을 온전히 살기 위해 순결 서약을 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자 집을 떠나 피신했는데, 한 청혼자가 앙심을 품고 그녀를 고발해 붙잡히게 됩니다. 총독은 그녀에게 기독교를 버리고 '베스타신전'에 제물을 바치도록 명했으나, 그녀가 거부하자 형벌로 나체로 벗겨져 매음굴로 던져졌다고 합니다. 그때, 그녀의 머리카락이 갑자기 자라나 몸을 덮었고, 천사가 나타나 그녀에게 옷을 입혀주고 구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다시 총독에게 끌려와 베스타 신전에 있는 불에 던져졌으나 불이 그녀를 피해 아그네스가 죽지 않자, 총독은 다시 그녀에게 참수를 명해, 결국 순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나보나 광장은 프랑스의 ‘몽마르뜨 언덕’처럼 예술가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관광객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들과 퍼포먼스를 하는 행위예술가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12월 중순에서 1월 중순에는 이곳에 크리스마스 선물과 장식물을 파는 시장이 들어서기도 합니다.
한편, 나보나 광장 근처에 <캄포 데이 피오리 광장>이란 곳이 있습니다. 해석하면 <꽃의 광장>인데요. 이곳은 이름과 같이 15세기 이전까지는 꽃으로 덮인 들판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도시가 형성되면서 광장이 조성되었고, 현재는 일요일과 국경일을 제외하고 매일 아침 꽃과 신선한 식료품을 파는 전통시장이 운영되고 있으니, 전통시장 방문을 좋아하시는 여행객이라면 꼭 한번 들려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