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내가 사랑한 모습
며칠 전 인터넷을 둘러보다가 별다른 이유 없이 티셔츠 한 장을 구매했습니다. 특별히 예쁜 것도 독특한 옷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심지어 받아보고 나니 저와 그다지 어울리지도 않았습니다.
모든 충동구매가 그렇듯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저는 저에게 어울리는 옷이 아닌 모델에게 어울리는 옷을 사버린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문득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저는 종종 ‘갖는 것’과 ‘되는 것’을 혼동하고는 했습니다.
“저 옷을 입으면, 물건을 가지면 더 나은 내가 될 거야.”
하지만 외적인 모습과 나 자신은 별개입니다.
겉모습이 바뀐다고 본질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오늘 소개할 이야기 속 인물도, 바로 이런
‘되고 싶은 나’에 대한 환상에 빠진 사람입니다.
화려해 보이는 겉모습, 매혹적인 이미지에 사로잡힌 나머지 결국 인생 전체가 흔들려버린 인물이죠.
기 드 모파상의 목걸이는 그런 인물의 모습을 통해 허영과 사회적 욕망, 그리고 진짜와 가짜의 경계에 대해 질문합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반전 소설로 생각될 수 있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마틸드라는 인물의 내면과 삶의 불만, 그리고 비극적인 자기모순을 알 수 있습니다.
아름답고 세련된 외모를 가진 마틸드는 운명의 장난인지 하급 관리의 자식으로 태어나 자신이 꿈꾸던 인생을 온전히 살아가지 못하는 불행한 인물로 나옵니다.
그녀는 일상생활을 할 때에도 더 나은 환경을 갈망하며 살아갑니다.
사랑하는 남편도 그녀의 관심사가 되어주지 못하죠.
심지어 부유하게 사는 친구를 만나는 일조차 그녀에게는 고통스럽습니다.
그 친구를 만나고 나면 자신의 비참한 현실이 더욱 선명히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남편이 무도회 초대장을 받아온 것입니다.
새 드레스를 마련하고 친구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마틸드는 화려하게 치장합니다.
그날 밤 마틸드는
자신이 꿈꾸던 고귀한 모습이 되어 빛나고 있었습니다.
꿈결 같은 자신의 화려한 모습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기 위해 마틸드는 거울 앞에 섭니다.
그러던 그 순간 그녀는 비명을 지릅니다.
빌렸던 목걸이가 사라진 것입니다.
여기서 마틸드는 아주 흥미로운 선택을 합니다.
친구에게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아닌
빌렸던 목걸이와 비슷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구매한 것입니다.
이 선택에는 친구 앞에서 자존심과 체면 같은
'되고 싶은 자아'를 지키고 싶었던
그릇된 욕망이 존재했습니다.
이 선택을 통해 우리는 마틸드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눈앞에 놓인 삶, 즉 현실을 직면하는 것을 몹시 두려워한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마틸드는 현재의 자신이 아닌 더 바람직한 이상 속의 자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치 그녀가 온전히 누려야 할 또 다른 삶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화려하고 고귀한 삶에 집착합니다.
마틸드는 현실을 외면하고
자신이 꿈꾸는 삶에 몰두하며 그 이상을 쫓아가지만
그 꿈은 허상이 만든 욕망에 불과했습니다.
마틸드가 친구에게 빌릴 수 있던 것은 반짝이는 목걸이뿐이었지 친구의 빛나는 삶이 아니었습니다.
그 삶은 마틸드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외적인 것에 불과했으니까요.
결국 마틸드를 속인 것은
가짜 다이아몬드가 아닌 그녀 자신의 허망한 자아의 꿈이었고
그것은 되돌릴 수 없는 세월이라는 깊은 상처로 그녀에게 돌아왔습니다.
결국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부족한 나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남들이 정해 놓은 그럴듯한 기준에서 벗어나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이죠.
삶에서 중요한 것은
겉으로 반짝이는 빛에 쉽게 현혹되지 않고
나에게 진정으로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