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기억을 사랑하다

그 봄날 개츠비를 닮은 나를 떠올리다

by 서린

대학 시절 친구들과 벚꽃을 보러 학교 뒤 동산에 올라간 적이 있습니다. 4월 중순의 햇빛은 따사로웠고 비처럼 쏟아지는 꽃잎은 아름다웠습니다.


이 기억은 저에게 있어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이 날을 생각하면 그날의 미풍이 불어와 가슴 한편이 따듯해지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그 봄날의 기억만큼은 제 가슴속에 살아있습니다.


그 후 몇 년 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며 세상의 쓴맛을 하나씩 배워갈 때마다 저는 저 봄날의 동산을 떠올렸습니다. 아무런 걱정도 근심도 없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다시는 옛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요.

지금 와서 친구들과 함께 옛날의 그 동산으로 올라가 봄을 만끽한다 해도 저때와는 사뭇 그 느낌이 다를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며 우리는 모두 너무나 변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다 보면 개츠비는 왜 저렇게 데이지에게 집착할까?라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그에게 데이지는 무엇이었길래 화려한 저택을 구입하고 파티를 열며 매일같이 그녀를 기다렸던 것일까요?


가만 생각해 보면 데이지는 개츠비에게 갖지 못한 삶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가난했던 시절 개츠비는 그녀와 교재 하며 상류층의 삶을 엿볼 수 있었고 그 풍경은 개츠비의 가슴속 깊이 각인됩니다.

개츠비는 그녀를 가지면 상류사회의 삶도 저절로 따라오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에게 있어 데이지는 성공의 마지막 열쇠인 것입니다.


아마도 개츠비에게 있어 데이지를 놓친 것은 본인 인생의 가장 큰 실수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친구인 닉에게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과거는 되돌릴 수 있어"



여기서 저는 가슴 한편이 너무나 무거워졌습니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곧 그에게 큰 불행이 닥칠 것을 예감했습니다. 운명을 거스르는 자들이 늘 그렇듯 말이죠.


그리고 저는 개츠비의 모습을 보면서 과거의 제가 떠올랐습니다.

기억은 과거이지만 집착은 현재였던 시절이 저에게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다른 전공을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그 공부 끝까지 해볼걸.

그때 붙은 그 회사 한번 다녀볼걸.


인생의 많은 기회를 흘려보내고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생각하며

저는 이전보다 더 헛되게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지금은 이런 상태에서 많이 벗어났지만 저는 지금도 가끔 다른 모습의 저를 상상하고는 합니다.

저 모든 선택지를 따라간 저의 모습을 말입니다.

그 모습은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합니다.

후회 없는 삶이란 없으니까요.


개츠비는 끝까지 데이지의 집 등대에서 비춰오던 초록빛 등대의 빛을 놓지 못합니다.

그 빛은 희망처럼 보였지만 실은 지나간 사랑에 대한 그의 집착이었습니다.


저 역시 가끔은 초록색 불빛을 보며 서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빛은 여전히 아름답고 어디론가 저를 부르는 것 같지만, 이제는 모두 지나가버린 과거의 기억일 뿐입니다.


후회되는 선택이었을지라도

모든 시간들을 지나 저는 지금 이곳에 와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알게 될 것입니다.

지나간 시간을 사랑할 수는 없어도

그 과정을 지나온 나 자신에게는 애정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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