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는 비밀이 있었다?

by 보리별

요즘 읽고 있는 책은 <고통의 비밀>이다. 부제는 '통증에 관한 오해와 진실'이고 작가는 영국왕립의학협회 통증 분야 논문상을 수상한 몬티 라이먼 박사이다.


나는 13살에 자가면역질환에 걸린 경험이 있다. 통증은 늘 나와 함께 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허리가 뻐근하거나 다리가 후들거리거나 비염이 심했다. 몸에는 늘 염증이 가득했다. 비염은 14살부터 시작되었는데 코를 푼 휴지가 책상에 가득했다.

베체트는 10년 주기로 재발했다. 24살 때, 31살 때 그리고 재작년 코로나 백신은 맞은 뒤... 발병하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 허벅지가 후들거리고 허리가 아프다. 아침에 일어나면 통증으로 다리와 허리가 끊어질 것 같고 무겁다. 화장실을 엉금엉금 게걸음으로 간다.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니 탄수화물을 많이 먹는다. 흰쌀밥을 많이 먹는다. 잠이 몰려온다. 아파서 친구도 못 만나고 일도 못하니 다시 잠이 든다. 잠에서 깨면 다시 허기가 져서 간식으로 빵을 먹는다. 대충 이런 루틴으로 시간을 축내고 산다. 장이 부실해서 먹은 것을 다 쏟아내서 살은 안 쪘다. 축복받은 유전자가 한 개는 있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통증에 민감해진다. 겁이 더럭 나는 순간은 이런 목소리가 들여온다.


'이거, 이거 걸을 수 있겠나... 계속 이러면 어쩌니...'


미래를 불안하게 느끼는 순간이 많다. 활동량이 떨어지니 우울감이 생기고 대인관계 스킬도 부족해진다. 별 약이 없는 병이다. 예전에는 스테로이드나 약한 항암제를 투약했고 요즈음은 면역억제제를 쓴다고 한다.... 면역을 올리면 병이 재발하니 참 골치 아픈 병이다. 젊은 시절에 힘이 든다. 팔팔해야 할 때 면역계가 미쳐서 정상 세포를 공격하니, 비실거리는 청춘인 거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발병하지 않았다. 편입해서 고생을 진짜 많이 할 때는 재발하지 않았다.


이 무슨 말이 안 되는 말인가...

나는 내 몸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몸과 병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통증이 일어나면 바로 뇌에서는 여러 가지 상황을 판단해서 종합적 사고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다음에 통증버튼을 누를지 말지 결정한다고 한다.


통증은 뇌가 주도적으로 판단한 종합적 사고의 실천 편이었다!!!!!




저자인 라이먼 박사는 대학 시절 친구들과 크리켓을 하다가(그는 나처럼 운동에는 젬병... ㅎㅎㅎ) 엄청난 외야 수비를 성공시켰다. 멀리서 자기에게 날아오는 강력한 야구공을 보고 10여 m를 달려 멋진 슬라이딩으로 잡아버렸다. 친구들의 환호 속에 자신의 야구공 글러브 안에 있는 공을 쳐다보면서 도파민에 취해있던 20초 뒤 오른발이 찌릿한 통증을 느꼈지만 별 이상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리고 10여분 뒤 발 뒤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걸 발견하고 자세히 잘 펴보다가 녹슨 낚싯바늘이 깊숙이 박혀 있는 걸 발견했다.


그런데 통증은 바로 그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왜???

낚싯바늘은 이미, 벌써 박힌 지 한참이 지난 것 같은데...


왜 통증을 느끼지 못했을까??라는 질문이 자신을 통증의 세계로 끌어당겼다고 말한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그건 우연한 일에서 시작되었다고...


그러니까 말이야...


할머니들이 밭일할 때는 안 아프고 무릎을 짓누르면서 고스톱을 칠 때는 안 아프시냐고??


유럽 여행 가서 무거운 백팩을 메고 하루종일 걸을 때는 안 아픈데, 시장을 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왜 그리 팔이 아프냐고...


친정엄마는 '지(본인)가 좋아하는 걸 하면 안 아프다'라는 명언을 하셨다. 엄마는 77세인데 계속 일하러 다니신다. 복숭아 적과, 복숭아 선별, 딸기 따기... 그게 그렇게 재미있다고 하신다.


통증은 기분 탓이다는 말로 들렸다면 나의 표현이 거칠고 미숙해서 그렇다. 자주 아팠던 나는 왜 친구들과 놀 때나 여행을 가면 안 아픈지 의아하게 생각한 적이 많았다. 책에 의하면 통증이 감정체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통증은 단순히 상처에 대한 반사적 반응이 아니라 유기체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의견이다.
통증 수용체와 '통증 중추'를 연결하는 직접적인 핫라인은 없다.
통증이 조직 손상의 척도라는 말은 거짓이다. 이 사실을 안다고 해도 실제로는 통증이 몸에서 만들어지고 뇌가 그것을 감지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만성통증환자를 '라이먼병'이라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 세계 인구 5명 중 1명꼴이라고 한다. 무더운 여름 만성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으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관절이 안 좋으신 분들은 장마철과 무더운 여름날 높은 습기에 취약하다. 지긋지긋한 통증에 울적하시거나, 이게 언제 끝나려나 하는 생각에 힘이 드시는 분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통증의 기전을 이해하는 것이 첫걸음인 것 같다. 내 몸을 의사에게만 맡기지 말고 자세히 공부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우리의 영리한 몸과 뇌가 새로운 방향을 찾아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 사진은 unsplash에서 가져왔습니다.


* 사진은 unsplash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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