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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에 배달된 미래

'내일 신문'이 오다

by 채PD

1.

일요일 아침.


"카톡!"


집주인의 문자에 잠이 깨었다.


[집주인]
이번 달까지 밀리면 자물쇠로 문 걸어 잠급니다.


이제는 집주인 글자만 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밀린 월세가 벌써 네 달째.
코인으로 전 재산 250만 원을 불살랐다가 재도 아닌 그을음만 남기고 사라진 게 반년 전이다.

지금 통장 잔액은 1만 8천 원.

숫자마저 기막히게 18이다.


이불속에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다.

“하아~ 인생 뭐냐 진짜..”


나는 올해 서른둘, 만년 취업 준비생이다.

9급 공무원 시험만 5년째 낙방, 편의점 야간 알바로 겨우겨우 입에 풀칠하며 버티는 중.

애증의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고 일반 기업에 지원하려 해도 이력서에 도통 쓸 만한 게 없다.

변변찮은 지방대 출신에 학점도 쏘쏘.

대기업 인턴? 없음. 어학연수? 없음.

자격증? 운전면허 하나. 우울증 자격증이 있다면 지금쯤 충분히 취득했을 텐데.


내 스펙이라곤,
‘공무원 시험 1차만 4번 합격’
‘코인 불장 막차 탔다가 -80%’
정도가 전부다.


"카톡!"


그때 또다시 울리는 카톡음.


[코인 단톡방]
와 개폭락 ㅋㅋㅋ 이거 찐 바닥 아니냐? 계속 버티면 존버가 승리한다!


나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찐 바닥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꼭 지하실 구경까지 해야 정신 차리겠냐! 멍청한 놈들..”


나는 이미 '묻지마 코인 열차'에서 내려온 사람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굴러 떨어진 사람이다.

그래도 여전히 단톡방은 못 나가고 있다.

왜 그런지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아마.. 더 떨어지는 걸 보면서 위안을 받으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반지하 창문의 검은 커튼을 걷어내자 눈부신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덕분에 방안의 뽀얀 먼지들과 벽지의 곰팡이가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반지하의 특징은 '보이는 게 많아질수록 마음도 같이 가라앉는다는 것'이다.


일요일 아침.

모든 게 우울하고 모든 게 엉망이다.


2.

그때였다.


현관 밖에서 ‘사각’ 하는 소리가 났다.

신문이 문 앞에 떨어지는 그 특유의 소리.


“.. 신문?”


나는 이 집에 이사 온 뒤로 단 한 번도 신문을 구독해 본 적이 없다.
요즘 누가 종이신문을 돈 주고 본단 말인가. 뉴스는 다 핸드폰으로 보지 않나?


게다가 오늘은 일요일이다.

일요일에 신문 배달?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슬리퍼를 질질 끌고 현관으로 갔다.


문을 열자 문턱 바로 앞에 깔끔하게 접힌 신문 한 부가 놓여 있었다.


“뭐야, 진짜 신문이네. 구독하라고 서비스로 던져주는 건가.”


주위를 둘러봤지만 계단은 조용했다. 배달부의 그림자도, 인기척도 없다.

나는 신문을 집어 들었다.

종이의 질감이 왠지 묘하다고 느껴졌지만 신문 기사를 보곤 금세 잊혀졌다.


<검은 월요일, 코스피 폭락!>

개인 투자자들 ‘패닉셀’


1면, 맨 위 큼지막한 굵은 글씨가 한눈에 들어왔다.


“검은.. 월요일?”


나는 날짜부터 확인했다.

신문 상단 오른쪽, 작은 글씨.


발행일 : 2025년 8월 3일 (월)


스마트폰을 꺼내 날짜를 다시 봤다.

8월 2일. 일요일 아침 9시 18분.
오늘은 분명히 일요일이다.


1면 헤드라인 밑의 기사 첫 문장을 읽었다.


“대주주 과세 기준 완화 정책 발표와 글로벌 증시 불안이 확산되면서 3일(월) 코스피 지수가 장중 한때 7% 가까이 급락하는 등, ‘검은 월요일’ 공포가 현실화됐다. 증시는 최종적으로 6.4% 하락으로 마감했으며..”


나는 중얼거렸다.

“아직 안 급락했는데..”


그리고 그제야 커다란 헤드라인 기사 위에 신문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내일 신문]


"이거.. 뭐야.. 내일 신문..??"


처음 신문을 잡았을 때 질감이 뭔가 묘~했다는 기억이 머리를 스쳤다.

신문의 '내일'이라는 글자가 유독 진하게 눈에 들어왔다. 도착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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