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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기린에게 05화

착해 보이고 싶은 사람에서 착한 사람으로 거듭나기

원하지 않는 도움은 배려가 아니다.

by 곽기린

'남들보다 공감능력이 좋은 아이'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아이'


처음의 시작은 그저 말하는 거보다 듣는 걸 좋아했던 소심한 성격 덕분에 얻은 별칭이었습니다.


그러나, 듣는 것만으로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생각보다 좋은 일을 하고 있는 중이구나'라고 남몰래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잘 들어주는 아이


이 타이틀이 싫어진 건, 아니 내가 사실은 생각보다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고집 있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아차리게 된 때는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인간관계를 유지하다 보면 조금 내성적이면서도 활발하게 사교 활동하는 성격이기에 친구들의 고민들을 들어주는 역할을 맡는 게 자연스러워진 것도 익숙해질 때쯤, 어느 순간부터 이 역할에 커다란 자부심을 가지게 된 저는 이 타이틀을 주변 사람들에게 굳건히 하고자 하나하나씩 행동을 더해 노력을 하게 됩니다.


그때 제가 했던 행동은 '넘겨짚기'였습니다.


주변 시선에 남들보다 예민했던 저는 이를 활용해서 주변 사람들이 꺼내지도 않은 고민과 불편에 대해 해소해주려고 노력하고 고민상담 역시 억지로 들어주려고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도와준다는 진정한 의미의 본질을 잊은 체 말이죠.


그렇게 요청 없는 도움을 주던 중 결국 내 행동이 트리거가 되어 친구가 내 행동에 화가 난다고 표현한 적이 있었습니다. 내가 배려한다고 해왔던 행동이 원인이었죠.


줄곳 그 친구 한태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널 존중하는 왜 너는 나만큼 안 해줘?'


그러나 같잖은 보답 심리였습니다. 사실은 내 행동에 존중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존중한답시고 배려한답시고 내가 착한 의도라는 표시를 하며 행동해왔기에 화를 내고 싶어도 못했던 것이었죠.



네가 너무 착해서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이 말이 딱 어울리는 표현 같습니다. 저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상대의 마음을 지레짐작하고 잘못 판단하고 행동하고 보답받기 원하는 이 이기적인 성격..


요즘은 저의 지금 이 성격을 착하게 보이고 싶은 성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상은 남의 생각은 귀담아듣지 않은 성격... 그렇긴 때문에 계속해서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어보자. 바보 같다고 생각해도 물어봐야 한다.

입에서 직접 듣고 판단해야 한다. 나는 그런 게 너무 부족한 사람이니까...'




문뜩 예전에 감명 깊게 봤던 시각장애인의 삶을 담은 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한 장면이 생각납니다. 시각장애인 주인공 '한효주'가 힘들게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데 한 할머니가 이 장면을 보고 좋은 마음으로 상대방의 의사는 물어보지 않은 채 곧장 도움을 주려 팔을 잡습니다.


갑자기 잡힌 팔에 주인공 한효주는 놀라서 '괜찮다고 정말 괜찮으니까, 놓아달라고' 소리를 치죠. 좋은 마음으로 다가왔던 할머니는 도리어 소리를 치는 주인공의 반응에 무안한 지. 당황을 하며 가게 됩니다.


불쌍하다고 연신 말하면서 손에 돈을 쥐어주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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